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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교우회보 2026년 6월호 [인터뷰] 피플 | 보훈은 남 이야기 아닌 우리 모두의 역사

작성자嘉山•고운뫼 | Chaum|작성시간26.06.11|조회수24 목록 댓글 0

권오을(정외76) 국가보훈부 장관

 

보훈은 남 이야기 아닌 우리 모두의 역사

 

가난과 분노 치유해 준 모교

교정에 ‘호국영웅명비’ 세워지길

 

국가보훈부 장관 권오을(정외76) 교우는 “보훈은 국가가 베푸는 시혜가 아니라, 공동체를 위해 헌신한 이들에 대한 정당한 예우”라고 단언했다. 

 

글. 최기영 주간 사진. 진서영 기자

 

국격에 걸맞은 예우, 국가의 책무

 

“국가유공자의 희생과 헌신은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든 우리 모두의 역사입니다.” 권 교우가 정의하는 ‘호국보훈의 달’의 핵심 메시지다.

 

그러면서 그는 보훈을 ‘국가의 시혜’로 보는 관점을 강하게 경계했다. 공동체를 위해 몸과 삶을 바친 이들에 대한 합당한 예우와 보상은 국가의 최소한의 책무라는 것이다. 다만 현재 우리의 보훈 예우 수준은 우리 경제 규모에 비해 아직 미흡하다고 말했다.

 

“대한민국은 세계 10위권의 경제 규모와 수출 5대 강국이라는 위상을 지니고 있습니다. 보훈 정책도 이러한 국격에 걸맞은 수준으로 끌어올려야합니다. 현재 국가예산의 약 0.9% 수준인 보훈 예산을 최소한 1% 이상으로 확보해야 합니다.”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구체적 예우와 제도가 뒷받침될 때 다음 세대로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보훈의 가치를 왜곡하거나 역사적 아픔을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엄정히 비판받고 제재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디지털 시대 ‘기억’과 ‘예우’의 방식

 

권 교우는 AI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기억과 예우를 제시했다. 독립운동가, 6·25 참전용사, 민주유공자들의 젊은 시절 모습과 목소리를 복원하는 다양한 프로젝트에 주목하고 있는 것. 

 

독립운동가들의 수형 사진 복원, ‘세상에서 가장 늦은 졸업식’과 같은 디지털 콘텐츠 제작, 해방 시기 만세 소리 재현 등 눈에 보이지 않는 역사를 시청각적으로 되살리는 시도가 젊은 세대와의 접점을 넓히는 데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더불어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공적 심사를 디지털화하고 AI 딥러닝 기술을 도입해, 국가유공자 보훈 심사 기간을 기존 보다 단축함으로써 신뢰도를 높이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보훈에는 좌우가 없다” – 국민통합의 보훈 

 

독립·호국·민주라는 보훈의 세 축은 어느 하나도 우선순위를 매길 수 없는 동일한 가치임에도, 그동안 진영 논리에 따라 선택적으로 기려 온 탓에 보훈 인식의 차이를 낳았다는게 그의 진단이다.   

 

그는 이러한 악순환을 끊기 위해 정파를 초월해 전직 대통령과 영부인의 묘역을 공식 참배하고, 대통령 명의의 화환을 전달하는 등 통합의 보훈을 실천해 왔다. 아울러 참전 유공자 배우자 생활지원금 신설, 독립유공자 후손 보상 확대, 민주유공자법 제정 추진 등을 전방위적으로 병행하는 것이야말로 보훈을 통한 국민통합의 길이라고 강조했다. 

 

“모르니까 먼저 주자” – 독립유공 서훈의 패러다임 전환

 

“독립유공 서훈 과정에서 ‘행적 미상’을 이유로 훈장을 주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독립운동을 했다는 사실 자체가 확인되고 일정 기준을 충족한다면 예우를 미루지 말고 먼저 서훈을 해야 합니다. 나중에 명백한 취소 사유가 드러나면 그때 바로잡으면 됩니다.”

 

민주유공자법 제정을 통해 이한열·박종철·전태일 등 민주열사들을 ‘열사’라는 호칭에 머무르게 하지 않고, 국가가 공식 인정하는 ‘유공자’로 예우해야 한다는 것 또한 그의 확고한 소신이다.

 

권 교우는 임기 중 ‘보훈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것을 가장 큰 목표로 꼽았다.

 

“6·25 전쟁과 월남전에 참전한 유공자의 배우자, 특히 미망인분들은 그동안 보훈의 가장 큰 사각지대였습니다. 당시 부상자나 전사자의 경우 연금과 보훈병원 감면 혜택을 받지만, 일반 참전유공자 배우자에게는 제도적 보호가 턱없이 부족했습니다.”

 

이에 따라 보훈부는 2026년 3월부터는 80세 이상, 중위소득 50% 이하 참전유공자 배우자 약 1만 7,000여 명에게 월 15만 원의 생계지원금을 지급하기 시작했다. 권 교우는 대상과 지원 수준을 단계적으로 확대해 모든 미망인 배우자가 혜택을 받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독립운동가 3대의 삶을 바꾸는 보훈 

 

권 교우는 안동 출신의 독립운동가 권기일 선생의 후손 이야기를 했다. 일제강점기 막대한 가산을 모두 정리해 만주로 건너가 독립운동에 투신했던 권기일 선생의 손자는 현재 안동에서 택시 기사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그 손자는 “할아버지가 독립운동을 하지 않았다면 지금도 부유하고 편하게 살았을 텐데, 우리 3대가 이렇게 힘들게 살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씁쓸한 심정을 털어놓았다고 한다. 

 

권 교우는 “이제는 독립운동하면 ‘3대가 망한다’는 서글픈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해야합니다.” 뒤늦게라도 후손들의 삶에 실질적인 변화를 줄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해 합당한 보상이 이뤄지는 보훈을 실천했다고 설명했다. 3대까지 보상을 하되 3대 이후 뒤늦게 선대의 독립공적이 인정되면 그때부터 최소 2대는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 독립유공자의 후손들을 국가가 끝까지 책임지게 됐다는 것이다.

 

“모교에서 배운 건 세상을 따뜻하게 보는 눈”

 

정외과 76학번으로 모교에 입학한 권 교우의 젊은 시절은 사회 구조에 대한 강한 비판의식으로 가득차 있었다. 집안 사정 변화로 학창 시절 공납금을 내기도 어려웠던 그는 마음에 부유층과 기득권에 대한 적개심을 품고 있었다. 그런데 대학교 2학년 어느 여름날, 같은 과 친구가 던진 “언제까지 프롤레타리아 계급만 대변할래?”라는 한마디는 그의 머리를 강하게 내리쳤다.

 

“그 질문을 계기로 정당한 기득권을 인정하는 법을 배웠고, 세상을 부정적으로만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따뜻한 눈으로 바라보는 시각을 갖게 됐습니다. 그것이 고대가 내게 준 가장 소중한 가르침이었습니다.”

 

“고려대학교 고려대학교 마음의 고향”

 

‘고려대학교 고려대학교 마음의 고향.’ 권 교우가 교가를 부를 때마다 유독 가슴이 뭉클해진다는 구절이다. 가난과 분노의 시절을 지나 세상을 향한 새로운 시각을 열어준 모교는 그에게 말 그대로 ‘마음의 고향’인 셈이다. 

 

“우리 세대가 재학 시절, 교정에서 ‘만주 땅은 우리 것 태평양도 양보 못한다’며 호연지기를 노래했다면, 지금의 후배들은 이미 태평양을 넘어 인류와 우주를 무대로 활약하는 세대 아닙니까. 지구를 넘어 인류와 우주까지 아우를 수 있는 넓은 시야를 가져야 합니다.”

 

호국영웅명비, 모교에도 꼭 세워야

 

인터뷰 말미, 권 교우는 모교를 향한 제안을 남겼다. 바로 교정 안에 호국영웅명비(護國英雄名碑)를 반드시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전쟁의 위기 속에서 수많은 고대생들도 교정을 떠나 전장으로 향했고, 끝내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후배들이 일상 속에서 선배들의 희생을 자연스럽게 기억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합니다. 모교에 호국영웅명비가 세워지는 날, 저 역시 기쁜 마음으로 달려가 그 자리에 함께 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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