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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방

장모가 쏜다

작성자바람꽃짱|작성시간18.09.22|조회수107 목록 댓글 0

더 이상이 소원이 없다.

꽉 찬 느낌이다.


드디어 사위가 우리집에 왔다.

몇 달 동안 가족들이 애써 리모델링한 집으로

초대할 수 있어 참 좋았다.


딸이 아니었다면 꿈도 못 꿀 일이다.

기적을 이룬 듯 신기할 따름이다.

여러가지 차 종류와 과일 몇 가지를 준비해 놓고

골목 밖에서 서성거렸다.


일찌감치 와서 내가 퇴근하기를 카페에서 기다렸단다.

둘이 다정하게 손을 잡고 오는 모습이 한 폭의 그림이다.

선물꾸러미가 태산이다.

사위만 와도 큰 선물인데...


사위는 어머님께 절을 하겠다며 앉으라고 했다.

기어코 안 받겠다고 하여 편하게 앉았다.

차를 마신 후 예약해 놓은 식당으로 갔다.


온족발이 맛있다는 소문을 듣고 그 곳으로 갔다.

사위가 좋아한다는 순대도 쫄깃쫄깃 맛있다.

시동생은 자기가 노총각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장가도 못갔는데 조카사위부터 보니 어머님은 내심

속상한 점도 있었으리라.

그래도 워낙 순수하고 착한 시동생은 개의치않고

조카사위에게 살갑게 대했다.


맛있는 것 사 줄테니 자주 연락하라며 명함도 건넨다.

사위가 '작은 아버님'이라고 부르니 장가도 안 갔으니

그냥 삼촌이라고 불러 달란다.


사위는 시종일관 배려를 아끼지 않는다.

수저놓기는 기본이고 물도 따라 주고 술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채워 준다.


특히 아들과 무척이나 잘 통했다.

사위는 처남이 되는 아들에게 반했다며 엄청 좋아한다.

우린 서로에게 반해 금방 무장해제가 되었다.


내가 먼저 정서방이라고 부르니 사위도 호칭을 정리했다.

남편에게 '장인어른'이라고 하니 남편도 '정군'에서 '정서방'으로

정겹게 불러 준다.


아들도 매형을 처음 만나던 날 부터 선한 인상이 너무나 좋았는데

두 번째 보니 더 좋단다.

사위는 한 술 더 떠서 아들같은 스타일을 좋아하며 상남자라고

했다.


"장모님! 처남을 데리고 살고 싶습니다." 하여 한바탕 웃었다.

내가 낳은 아들이 이렇게 인기가 좋으니 어찌 행복하지 않으랴.

남편도 행복이 하늘에 닿은 듯 보인다.


딸도 그 동안 이런저런 힘든 일이 많았는데  연기처럼

사라지는 느낌인 것 같다.

두 연인의 눈빛에 꿀이 흐른다.

늘 서로 머리를 만져주고 난리다.


아들이 분위기 메이커다.

어찌나 비행기를 잘 태우는지 엄마를 능가한다.

어릴 때 부터 한 번도 철이 없다는 생각이 안 든

특이한 아들이다.


분위기가 활활 타올라 2차, 3차까지 갔다.

난 무조건  쏘고 싶었다.

"오늘은 장모가 쏜다." 하니 다들 좋아한다.


2차는 한우 식당으로 갔다.

사위가 육회를 좋아한다고 딸이 귀뜀해 주어 그 곳으로

갔다.


육회와 오드래기를 시켰다.

사위가 술까지 적당하게 마실 줄 알아 금상첨화다.

건배를 수없이 했다.


나도 기분이 좋아 맥주를 많이 마셨다.

행복술에 알딸딸 취해 사위 사랑을 한껏 표현했다.

남편이 살짝 질투가 나는지 몇 차례나 태클을 건다.


"니는 정서방하고 너무 친한 것 아이가?

그라고 말을 그렇게 편하게 해도 되나?

난 장모님하고 안 그랬는데.. 장모님이 말도 놓지 않았는데.."

이런다.


딸이 한 마디 한다.

"아빠는 요즘 시대에 그렇게 어렵게 대하는 사람이 어딨노?

난 보기만 좋구만.. 아빠도 생각을 좀 바꾸세요." 했다.


사위도  장모님이 편하게 대해주니 너무 좋단다.

결국 남편의 숨은 질투심은 납작코가 되었다.

내 사위 내가 좋아하는데 누가 감히 태클을 거랴.


태클을 거는 또 한 분이 계신다.

바로 시어머님이다.

권력이 넘어가다못해 사위까지 들어오니 더 소외감을

느끼는 것 같다.


"너그만 사우 보나? 우째 그렇게 유별시럽노?

사위 둘이 보다간 못봐주겠네." 이러신다.


난 남편에게 어머님 흉을 살짝 보았다.

"우리 어무이 너무 별나신 것 아이가. 내 같으면 손주사위

봤다고 억수로 좋아할낀데.. 내가 행복한 꼴을 못 보시네.

저렇게 사시면 어머님만 손해지 뭐." 하니 이해하란다.


어머님이 서운할만도 하긴 하다.

피곤하실거라는 판단에 1차만 함께 하고 집으로 모셔다

드린 후 우리끼리만 밤을 수놓았다.


기다리다못해 화가 나셨으리라.

우린 어머님의 서운함 따위는 안중에도 없이 사위 사랑에

흠뻑 빠져 있었다.


2차까지 장모가 흔쾌히 쏘았다.

그저 쏘고 싶은 것이 장모 마음인가 보다.

마음에 쏙 드는 사위를 보았으니 주고잡이 장모가 오죽하랴.


3차는 장인어른이 쏜다며 단골 포차로 안내한다.

시동생 친구가 사장인 맛집 포차다.

주인 부부는 안다는 이유로 관심을 푸지게 보인다.


"아이구 딸을 곱게 키워놓으니 사위도 참 잘 생기고

착하게 보이네요. 그것보다 큰 복이 어디 있을까요?

축하드립니다." 해 주니 어깨춤이 절로 나온다.


아들과 사위는 두 번째 만남인데 제주도 돌담이다.

대리 불러 신혼집에 가서 같이 자자는 말까지 나왔다.

아들이 참 든든하고 고마웠다.


내가 우리 딸이 참 시집을 잘 간다고 하니 사위는 자기가

처가댁을 잘 만났다고 한다.

예쁜 말만 골라서 하니 더 사랑스럽다.


사위가 딸이 참 열심히 산다며 칭찬해 준다.

"아이구 정서방. 팔불출이네. 아내 자랑을 그렇게 하니.."

하면서도 그 보다 더 기분좋은 말이 없다.


우리 딸은 정말 열심히 살았다.

이젠 조금 편히 살았으면 좋겠다고 하니 사위가 그렇게

해 주겠단다.


요리도 곧잘하여 자기가 해 주겠다고 하니 어찌 예쁘지 않으랴.

지금까지 봐 온 딸의 모습 중에서 제일 행복한 눈빛을

보여주니 참 좋다.


진도가 후딱 나갔다.

내가 제안했다.


"결혼하면 우리 당장 계 하나 만들자. 각자 얼마씩 내어

경조사가 생길 때 마다 쓰기로 하자. 다른 집에도 그렇게 하니

참 좋다고 하더라. 그래야 자주 만날 수 있고.." 하니 만장일치다.


결속력이 꽃등이다.

마음이 안 맞았더라면 이런 분위기는 물 건너 갔으리라.

자식 복이 푸지다보니 들어오는 사람 복도 푸지다.


아들도  여친이 있어 결혼식 때 온단다.

여친의 집에서도 인기 짱이라고 너스레를 떤다.

누구 아들인데 하면서 난 의기양양했다.


이러다 곧 시어머님까지 되는 건 아닐까  곱배기로 설렌다.

꼬였던 실타래가 술술 풀린다.

나의 노후는 가을 햇살처럼 눈부시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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