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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방

꼬칫까리

작성자바람꽃짱|작성시간22.11.02|조회수16 목록 댓글 2

운동장이다.

 

여섯 시 전에 오니 온통

까맣다.

 

어둠 속에서도 동네 어르신이 나를 알아 보시고 한껏 반기신다.

 

남매가 어릴 적에 배운

피아노 강사의 어머니다.

 

남매를 반듯하게 잘 키운다며 나와 아이들을

무척 예뻐해 주신 분이다.

 

남매가 결혼을 잘 했다는 소식에 누구보다 흐뭇해

하신다.

 

어릴 때 부터 착하고. 인사도 잘 하더니 복 받았다고 칭찬 보따리를

안긴다.

 

어르신은 장편소설 같은

인생사를 맨발하는 내게

일방통행으로 들려 주신 후 허리가 아프다며 

운동장을 빠져 나가신다.

 

혼자 밥 먹으니 맛도 없다는 넋두리가 가슴을

아리게 한다.

 

621!

햇님이 이불 속에서 나오려는지 동쪽 하늘이

새색시 볼 같다.

 

맨발한 숫자를 운동장에

크게 쓴 후 맨발 단톡에

인증샷을 날렸다.

 

날씨가 추워지면 역효과일 수 있기에

견딜만할 때 바지런히

맨발을 한다.

 

기지개 켜는 햇님에게

행복 항아리를 비운다.

 

어제 출근 하는 척 나와

낚은 행복 고기가

만선이다.

 

두류산 성당못에서 수다상을 차려 전국으로

배달 후 신비스런 못 풍경을 찍었다.

 

댓글계의 대모 언니가 차를 태워 주니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용학도서관까지 가는 길에 만난 단풍길.

독자인 언니와의 수다꽃이 단풍 보다 곱다.

 

도서관에 도착하니 처용 아내 정숙 시인이 박꽃같은 얼굴로 반겨 주신다.

 

수업은 무조건 신난다.

열정적이고 긍정적인

선생님은 늘 희망을

노래 하신다.

 

선생님의 시는 과감하고

격렬하다.

그래서 카타르시스를

만끽한다.

 

너무 잘 쓰려고 하지 말라고 강조하신다.

 

그냥 쪼대로 쓰라는 말씀을 하실 때 마다

나를 바라보시며 내가 쪼대로 쓰는 작가라고

비행기를 태우신다.

 

준비해 오신 시들을 돌아가면서 낭독하게

하신다.

 

가을답게 .그리움.에

대한 시들이다.

 

옛시는 그리움을 은은하게 표현했고

현대시는 화끈하다.

 

두루두루 접할 수 있기에

시 수업이 참 좋다.

 

수강생이 써 온 시로 합평도 한다.

 

참 잘 익어 간 어느 수강생이 역시 모범생이다.

 

.싸움 구경..감잎.

두 편을 써 왔다.

 

그냥 두어도 좋은 시였지만 더 좋은 시로

함께 만드는 재미도 쏠쏠했다.

 

다들 쓰라면 잘 못 해도

평은 달인 수준이다.

 

선생님과 수강생들의 조언으로 시가 더 고급스럽고 맛깔스러워졌다.

 

한층 고무된 수강생이 행복값으로 점심을

사겠단다.

 

난 친구와 점심 약속이 있어 아쉬움을 뒤로 한 채

올 수 밖에 없었다.

 

정숙 시인이 더 아쉬워하며 시인다운 멘트로 나를 즐겁게

하신다.

 

"오늘 김선생하고 단풍 구경하면서 사진도 찍고

재미있게 놀라꼬 요로코롬 갖추어 입었는디!"

 

소녀같은 선생님은 내가 없어도 노랗고 붉은 단풍 나무 아래에 앉아 찍은 사진을 보내 왔다.

 

단풍 보다 더 곱게 익어 가는 선생님은 영원한

나의 롤모델이다.

 

지상철.지하철을 번갈아 탄 후 약속 장소로

갔다.

 

.내향.

안에서 향기가 뿜어져 나온다는 뜻일까.

 

상인동에 있는 고급 한정식이다.

 

독서회원.상담사.골목투어 해설사.오랜 친구.

수다상 찐팬!

 

수식어가 푸진만큼 우정도 깊은 친구다.

 

생일밥이라고 최고의 메뉴로 시킨다.

 

아주 달게 먹은 후 나도 자기 생일 때 정성껏 챙겼다며 수변공원으로

차를 몬다.

 

500년 가까운 느티나무 보호수 옆에 있는 까페로 갔다.

 

카페 바깥 풍경이 더 좋아 느티나무 옆 원두막에 앉아 커피를 마셨다.

 

심리 상담사라 속 깊은 이야기까지 나누었다.

 

대추방망이 같은 친구와

먼 길 끝까지 동행하고

싶다.

 

수목원에 국화 전시를 보고 싶다고 하니 데려다

주겠다고 하여 가는데

아주 반가운 전화가 온다.

 

안그래도 한 번 봐야지 했는데 기가 막힌 타이밍이다.

 

그 시간대가 아니면 서로가 언제 다시 만날지

모르는 스케줄이다.

 

희한하게 그 언니와는 절묘한 타이밍으로 만나지곤 하니 보통

인연이 넘는다.

 

못 본 사이 많은 일들이 있었다.

축하와 위로를 번갈아 해 준 후 이사 간 새 아파트로 갔다.

 

팔방미인인 언니의 손길이 닿은 아파트는 심플하면서도  따뜻했다.

 

종일 돌아 다니다가 보금자리로 들어서니

마음밭이 평온했다.

 

새로 구입한 언니의 하얀 쇼파에 길게 누워 행복을

재잘거렸다.

 

언니는 갑자기 초대한 터라 냉장고가 비었다며

맛있는 것 시켜 먹자고

했다.

 

맛있는 것 원없이 먹어

소화도 덜 된 상태라

커피만 달라고 했다.

 

그래도 부엌으로 들어가더니 번갯불에 콩 구운 속도로 정갈한 밥상을 차려 낸다.

 

갓 부쳐낸 부추전.

계란찜.총각김치.파김치.

배추김치.멸치볶음.

 

압권은 북어국이다.

부엌을 떠난지 오래라

남편이 해 주지 않으면

못 먹는다.

 

오랜만에 깊은 북어국 맛을 보니 더부룩했던

속이 편해진다.

 

언니가 나를 서둘러 초대한 이유는 .고춧가루.를 주기 위해서란다.

 

누가 고춧가루를 준다는 걸 언니는 일년 치를 준비해 놓았기에 거절하려 했단다.

 

불쑥 내 생각이 나서 받아   두었다는 질 좋은 포장용

고춧가루다.

 

이래저래 마음밭이 어수선한 틈새로 나를

떠올렸다는 자체가

감동 항아리를 안긴다.

 

산악 자전거를 아주 잘 타는 언니라 걸음도 행동도 민첩하다.

 

너나들이지수도 높아 제주도 돌담처럼 시원한

사이다.

 

이사한 아파트가 앞산 자락이라 다음엔 앞산에서 데이트 하기로

했다.

 

언니의 사랑 보따리를

안고 귀가 했다.

 

남편 윤장금에게 고춧가루 보따리를 안기니 감탄사를 연발 한다.

 

"앗싸!

꼬칫까리 딱 맞게

들어 오네.

 

안그래도 달랑거려 불안했는데.

 

몇 년 동안 안 사도 되겠다.

억수로 고맙다고 전해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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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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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환타지 | 작성시간 22.11.02 쪼대로 쓰라는 말이
    마음에 들어요.
  • 답댓글 작성자바람꽃짱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2.11.03 선배님도 쫀대로 사이소.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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