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로 다녀온 미국여행 Ⅲ-1
(레이니어 국립공원 MOUNT RAINIER NATIONAL PARK)
음악가, 밴쿠버 한인문인협회 회장
박 혜정
차로 큰 딸이 있는 미국 LA까지 다녀오자고 남편에게 말을 했더니 “다시는 힘들어서 못 가.” 라고 한다. 사실 LA까지는 운전시간만 22시간에 왕복거리는 4200km 정도가 된다. ‘그런데 1박 2일로 다녔으니...’ 그래서 이번에는 여유 있게 이곳저곳을 다녀보기로 했다. 직접 운전을 해서 LA까지 가는 것이 이번이 3번째였다. 어느 곳을 여행할 지 처음부터 결정하고 떠난 것은 아니었고 LA로 내려가면서 마음에 드는 곳에 가기로 했다. 떠나기 며칠 전에 담임목사님이 미국여행 중에 “레이니어 산이 눈도 있어 멋있다”, “헬렌 산이 좋다는데 못 보고 와서 안타깝다” 는 말씀이 떠올라 지도를 보니 I-5에서 레이니어 산이 더 멀리 떨어져있었다. 그래서 LA로 가면서는 레이니어 산을, 집으로 올 때는 헬렌 산을 보기로 했다.
레이니어 국립공원으로 들어가는 입구는 5개나 된다. North West, South West, South East, Chinook Pass, North East. 밴쿠버에서 늦게 출발했기 때문에 차로 통과해서 산을 볼 수 있는 방법을 택했다. I-5를 타고 가다가 182번 출구나 156번 출구로 나와서 East 405번 도로를 타고 가다 East 167 다시 18번 다시 SR164, SR410 도로로 가다 NE입구를 통과해서 SE입구를 지나 SW로 나가는 계획을 세웠다. 왜냐하면 다른 입구들은 통과할 수는 없고 캠핑을 하거나 걸어서 산으로 가야하는 입구였다.
시애틀에서 2시간30분정도를 들어간다고 하는 말을 듣고 갔는데 출구를 182로 나가서인지 입구까지는 3시간정도가 걸렸다. 생각보다 꽤 멀다고 생각할 때쯤 국립공원 표지판이 나왔다. 제대로 왔다는 안도감에 계속가고 있었다. 그런데 남편이 “어, 이상하다? 산이 점점 멀어지는데?” 가는 길이 포장은 잘 되어있었지만 계곡을 끼고 길옆이 낭떠러지로 굉장히 무서웠다. 한참을 가도 산이 보이지 않았다. 뭔가 잘 못 되었다는 생각에 차를 세우고 지도를 보았다. 164번 도로가 SR410번으로 바뀌듯 410번이 123번으로 바뀐다고 착각을 했었던 것 같다. ‘역시 지나쳐왔구나!’
SR410이 SR123을 만나면 우회전을 했어야하는데 계속 간 것이었다. 그 길은 Yakima도시로 가는 것이었는데 그곳을 지나 레이니어 공원으로 가는 것보다는 다시 그 무서운 길을 되돌아가는 것이 빨랐다. 거의 30분을 더 가서 또 다시 돌아가려니 예상시간보다도 1시간이 늦어졌다. 점점 시간이 늦어지니 마음이 급해졌다. ‘이곳까지 힘들게 왔는데 어두워지면 어떡하지?’ 되돌아 갈 때는 123번 도로를 잘 찾아서 가고 있었는데 도무지 무슨 안내 표지판을 보고 가야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내 짧은 생각에는 국립공원이니까 주차장에 차를 세우면 눈앞에 산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천만에 말씀 이었다!’ 이젠 어디로 가야하는지 알 수도 없어 캠핑장에 사람이 많은 곳에서 물어보기로 했다. “눈 덮인 산을 보려면 어디로 가야해요?” “지나왔는데 ‘파노라마’ 라는 표지판을 보고가면 돼요.” 라고 했다. ‘무슨 국립공원이 표시가 이렇게 엉터리야?’ 라고 투덜대면서 길을 찾아 갔다. ‘파노라마’ 라는 곳을 찾아가니 눈앞에 멋진 산이 보였다. 나는 Mt. Baker처럼 차로 산을 올라가는 줄 알았다. 그런데 레이니어 산의 눈을 밟으려면 수많은 트레일 중 하나를 걸어서 올라가야만 했다.
레이니어 산은 워싱턴 주에서 가장 높은, 백두산의 2배쯤 되는, 4392m의 휴화산이다. 산위에 있는 것은 눈이 아니고 빙하가 덮여져있는 것이다. 정상부근에 41개의 빙하가 남아있다. 일 년 중 구름이 끼지 않고 볼 수 있는 맑은 날이 며칠 되지 않는다고 한다. 우린 시간이 늦어서 트레일을 걸을 수는 없었지만 그나마 운 좋게 웅장한 자태를 볼 수는 있었다. 트레일도 엄청나게 많지만 그중 원더랜드라는 트레일은 산을 한 바퀴 도는 코스로 150km나 되어 10-14일이 소요된다고 한다.
차로 갈 수 있는 가장 높은 곳에 파라다이스 INN이 산장같이 멋지게 있었다. 그곳에서 여유 있게 식사도 하고 커피도 마시고 싶었지만 시간이 늦어 그것도 못하고 트레일도 올라가지 못하는 등의 아쉬움을 뒤로 한 채 조금이라도 더 가서 I-5 근처에 숙소를 정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706번을 타고 다시 7번 도로 다시 US 12번을 타고 서둘러 나왔다. 밤이 깜깜해서 I-5를 만나기까지도 3시간 정도가 더 걸렸다. 딸에게 전화가 왔다. “엄마 어디까지 오셨어요?” “아침부터 달려왔다라고 생각했는데... 산 보는데 7시간 이상이 걸려서 아직도 워싱턴주야.” “예? 오레곤주까진 오신 줄 알았는데...” “나도 레이니어 산이 이렇게 먼 줄은 몰랐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