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11일 멕시코시티와 12일의 LA 소파이(SoFi) 스타디움에서 열린 개막식과 한국시간 12일의 멕시코 ‘과달라하라’ 고산지역의 ‘아스테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년 북중미 월드컵 A조 대한민국과 유럽의 강호 체코와의 개막전 2차 경기를 80억 인구가 지켜보았다. 그리고 모든 사람의 눈과 귀를 놀라게 했다.
개막식에서는 세계적으로 명성을 날리는 성악가 안드레아 보첼리(Andrea Bocelli)와 K-Pop 아티스트 이재(EJAE)가 협연한 월드컵 공식 주제가 ‘DNA’가 아스테카 경기장을 진동시켰다. 그런데 “또 넘어져도 나 다시 일어나”라는 한국어 가사가 들렸다. 이 문장은 월드컵 정신(도전, 회복, 단결)을 상징하는 핵심 메시지로 소개되었다. 한국어 가사는 이재(EJAE)가 직접 작성하였으며, 아시아적 감성으로 ‘끈기와 회복’을 강조한 것이라고 알려졌다.
여기서 우리를 놀라게 한 것은 FIFA가 한글 가사를 허용했고, 세계 어느 나라도 이를 반대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미국 LA에서 개최된 개막식에서도 블랙핑크의 리사가 공식 응원가인 ‘Goals’를 불러 폭발적인 호응을 받았다. 그리고 오는 7월 17일 미국 뉴저지주의 메트라이프(MetLife)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월드컵 결승전 하프타임 쇼에서는 방탄소년단(BTS)의 공연이 예정되어 있다고 한다. 한류가 세계인들의 스포츠 축제의 시작과 끝을 장식한다는 점이 놀라울 뿐이다.
“또 넘어져도 나 다시 일어나는” 기질은 한국인의 정체성을 반영한다. 대한민국의 역사는 수많은 외침과 외세의 간섭에도 계속 일어나고 또 일어나서 한강의 기적을 이룬 놀라운 인고의 세월이다. 이러한 한국 역사의 축소판이 대한민국과 체코의 경기에서도 잘 드러났다.
이번 경기를 복기해 보자. 유럽의 인간 투석기 체코 선수와 태극전사들의 대결은 마치 씨름에서 백두급 선수와 한라급 선수 간의 대결을 방불케 했다. 스포츠 과학의 분석과 통계로 말하면 이러한 비유를 인정해야 한다. 그러나 인간의 행동을 유물론과 기계론적 결정론으로만 설명할 수는 없다. 육체의 힘으로 대항하기 어려우면 머리의 지혜로 맞서야 한다.
이번 월드컵을 준비한 태극전사와 대표단은 산소가 희박한 해발 1,571m 고산지대의 아스테카 스타디움의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서 이와 유사한 환경의 미국 유타주의 솔트레이크시티 고산지역에서 1개월 정도 적응훈련을 하고, 지난 6월 6일 멕시코 현지로 왔다. 그러나 체코 선수단은 미국 텍사스주에 베이스캠프를 열고 잘 지내다가 시합 일정이 임박해서 멕시코 현지로 왔다. 태극전사보다 스포츠 과학의 통계와 피지컬의 우위를 믿었다고 본다.
자! 시합 당일로 가 보자. 지난 경기에서 대한민국은 체코팀에게 기적적인 2-1 역전승을 거뒀다. 전반전 무승부, 그런데 후반전에서 체코의 인간 투석기의 롱 스로인과 장신 선수의 헤딩 슛으로 선제골을 허용한다. 이때부터 태극전사들은 “넘어져도 또 일어나는” 한국인의 DNA를 유감없이 작동하여 역전의 마술쇼로 세계를 놀라게 했다.
홍명보 감독은 손흥민 선수를 원톱으로 활용, 상대 수비수를 이리저리 몰고 다니며 지치게 만드는 한편, 상대편 수비선 후방에 자유 공간을 확보하여 다른 선수들이 골을 넣는 성동격서(聲東擊西)의 전략을 구사했다. 산소결핍증으로 고전하는 체코의 수비수 사이로 파고 들어간 황인범 선수에게 이강인 선수가 볼을 밀어주고, 황인범 선수는 이 볼을 왼발 강슛 동작으로 속인 후, 오른쪽으로 칩샷 하듯이 가볍게 로빙 볼로 동점 마술쇼를 연출했다. 그리고 후반 35분에 손흥민과 교체 투입된 오현규 선수는 춤추듯이 운동장을 누비다가 황인범이 골대 우측에서 센터링한 볼을 산소 결핍으로 허우적대는 상대 수비수 사이로 슬라이딩하며 역전 골로 만들어냈다. 모두 잘 싸웠다.
오는 19일 대회 주최국 멕시코팀과의 2차전을 치르는 태극전사들에게 “또 넘어져도 나 다시 일어나는” 한국인 특유의 DNA를 살려서 선전하기를 당부하며, 응원하고 지지한다.
- 필자: 이택호(육사 명예교수, 계간 『철학과 현실』 집필 자문위원)
- 출처: <성숙사회가꾸기모임> '성숙의 불씨' 986호(2026. 6.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