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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라이딩

송도 국제도시에서 소래포구까지 우중(雨中)의 라이딩

작성자차프로|작성시간26.08.16|조회수39 목록 댓글 0

10월은 오곡백과(五穀百果)를 거두어들이는 수확의 계절인 동시에, 산과 들이 울긋불긋한 단풍으로 물들어 가는 아름다운 계절이다. 설악산에는 벌써 단풍이 들기 시작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아침저녁으로 제법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는 가을날, 우리는 서울 근교의 송도와 소래포구를 찾아 자전거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2016년 10월 2일 오전 10시, 출발지는 지하철 1호선 도원역이었다. 하늘은 잿빛 구름으로 가득했고 가을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지만, 여행을 향한 우리의 마음까지  빼앗을 수 없었다. 열정으로 뭉친 네 명의 라이더는 빗속을 뚫고 힘차게 페달을 밟았다.

 

도원역에서 참외전로를 따라 숭의시장 사거리를 지나 석정로로 접어들고, 숭의로타리에서 인주대로를 거쳐 아암대로로 들어섰다. 도심의 빗길을 달려 옹암교차로를 지나자 송도 국제도시가 모습을 드러냈다. 오전 10시 45분경, 우리는 첫 목적지인 송도 센트럴파크에 도착했다. 송도 국제도시는 갯벌을 매립하여 조성한 계획도시로, 당시에도 첨단 국제도시의 면모를 자랑하고 있었다. 하늘을 찌를 듯 솟은 고층빌딩과 잘 정비된 도로, 공원과 수변 공간이 어우러져 마치 외국의 어느 도시에 온 듯한 이국적인 분위기를 풍겼다.

 

그러나 송도의 진정한 매력은 역시 센트럴파크다. 도심 한가운데 펼쳐진 넓은 수로와 푸른 녹지, 아름다운 조형물과 정자들이 빗속에서 더욱 운치있게 다가왔다. 수상택시와 보트가 잔잔한 수면을 가르고 있었고, 토끼섬과 꽃사슴, 철쭉동산과 억새밭 등 볼거리도 풍성했다. 빗속에서도 가족과 연인들이 보트를 타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 마치 한 폭의 풍경화처럼 아름다웠다. 우리는 이곳저곳을 둘러보며 카메라 셔터를 연신 눌렀다. 비가 내리고 있다는 사실조차 잊은 채 송도의 풍경에 빠져들었다. 오전 11시 20분경 센트럴파크를 빠져나와 바닷가 쪽으로 향했다.

 

잭니클라우스 골프장을 지나 송도 국제캠핑장에 이르렀을 때 빗줄기가 더욱 굵어졌다. 우리는 터널처럼 생긴 조형물 아래에서 잠시 비를 피하며 고구마로 허기를 달랬다. 그런데 궂은 날씨에도 송도 국제마라톤대회가 열리고 있었다. 비를 맞으며 힘차게 달리는 시민들과 외국인 참가자들의 모습에서 묘한 감동을 느꼈다. 여행은 때로 이런 뜻밖의 장면을 만나게 해주는 즐거움이 있다. 다시 자전거에 올라 바닷길을 따라 달렸다. 인천 신항으로 접어들자 눈앞에 드넓은 서해가 펼쳐졌다. 끝없이 이어진 수평선과 바다 위를 오가는 선박들이 한 폭의 파노라마처럼 장엄했다.

 

하지만 자연은 우리에게 쉽게 길을 내어주지 않았다. 송도LNG기지에 도착하자 빗방울은 더욱 굵어졌고, 맞바람까지 거세게 불어왔다. 빗물이 얼굴을 세차게 때렸고 바지는 흠뻑 젖었다. 신발은 어느새 물에 잠긴 듯했고 등줄기에도 빗물이 흘러내렸다. 오랜지 듄스 골프장까지 갔다가 다시 방향을 돌려 골프장 입구에서 잠시 비를 피했지만, 하늘은 좀처럼 마음을 풀지 않았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힘들다는 생각보다는 오히려 낭만적이었다. 인천 신항 방파제에서는 거센 비바람속에서도 바다와 LNG 수송선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남겼고,

 

항구에 정박해 있는 크루즈 여객선의 모습도 카메라에 담았다. 온몸은 비에 젖었지만 마음만큼은 어느 때보다 상쾌했다. 송도 국제도시를 처음 마주했을 때의 인상도 강렬했다. 고층 건물들은 저마다 독특한 디자인을 자랑했고, 도시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현대 건축 작품처럼 느껴졌다. 특히 동북아무역센터는 송도의 상징적인 건축물로 우뚝 솟아 있어 보는 이의 시선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오후 1시 30분경 우리는 송도를 뒤로하고 마지막 목적지인 소래포구를 향했다. 해변을 따라 이어지는 자전거길에는 비바람에 떨어진 붉은 낙엽이 수북히 쌓여 있었다.

 

낙엽은 길 위에 붉은 카펫을 깔아놓은 듯했고, 가을비와 어우러진 풍경은 오히려 맑은 날보다 더 깊은 운치를 자아냈다. 소래포구에 가까워질수록 사람들의 모습이 많아졌다.  마침 소래포구축제가 열리고 있어 포구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음악 소리가 흘러나오고 색스폰 연주가 구성지게 울려퍼졌다. 빗속에서도 축제를 즐기는 사람들의 표정에는 활기가 넘쳤다. 우리 역시 어느새 축제의 분위기에 젖어들었다. 우리는 소래포구에 있는 장도포대지를 찾아 역사도 살펴보았다. 장도포대지는 조선 고종 16년인 1879년에 인천으로 들어오는 이양선을 방어하기 위해 축조된 군사시설이다.

 

바다를 향해 설치된 포좌를 바라보니, 평온한 오늘의 포구와는 달리 이곳에도 격동의 역사가 흐르고 있었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소래포구는 바다와 갯벌, 그리고 염전의 역사 속에서 성장한 곳이다. 1937년 소래염전이 들어서면서 소금을 운반하기 위한 소래역과 포구가 형성되었고, 사람과 물자가 모여들면서 오늘날의 소래포구로 발전했다. 한때 소금을 가득 싣고 달리던 협궤열차와 소금창고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만, 포구에는 여전히 어민들의 삶이 살아 숨쉬고 있었다. 꽃게와 새우 등을 가득 실은 어선이 들어오면 어시장에는 활기가 넘쳤고, 바닷바람 속에서는 짭쪼름한 갯내음과 사람 사는 냄새가 함께 느껴졌다.

 

옛 소래염전은 이제 소래습지생태공원으로 새롭게 변모하여 시민들의 휴식과 관광 명소로 자라잡았다. 소래포구를 둘러보며 우리는 단순히 한 번의 라이딩을 한 것이 아니라, 바다와 갯벌 그리고 사람들의 삶이 켜켜이 쌓인 한 지역의 역사까지 함꼐 여행했다. 오후 2시를 조금 넘긴 시각, 우리는 충청도 횟집에 자리를 잡았다. 오늘의 메뉴는 우럭매운탕과 새우튀김이었다. 차갑게 젖은 몸을 뜨끈하고 얼큰한 우럭매운탕 국물이 따뜻하게 감싸주었다. 막걸리 한 잔을 곁들이며 오늘 하루 있었던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라이딩의 피로도 어느새 말끔히 사라졌다.

 

오후 3시 30분경 소래포구역에서 다음 만남을 기약하며 서로 웃으며 헤어졌다. 자전거는 우리에게 단순한 이동수단이 아니다. 페달을 밟은 만큼 새로운 풍경을 만나고, 달리는 만큼 삶의 활력을 얻으며, 친구와 함께하는 만큼 우정은 더욱 깊어진다. 비바람을 뚫고 달렸던 이날의 50km 라이딩은 그래서 더욱 특별했다. 송도의 현대적인 도시 풍경에서 소래포구의 오래된 역사와 어민들의 삶까지, 우리는 하루동안 도시와 자연, 과거와 현재를 모두 만났다. 그리고 무엇보다 소중했던 것은 함께 페달을 밟았던 친구들이었다. 오늘 라이딩은 인생에 기념비적으로 남을만한  아름다운 추억으로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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