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우리들의 이야기

유월의 마지막 날, 비에 취하여

작성자br lee|작성시간15.07.01|조회수159 목록 댓글 0

 

 

                                                  비에 취하여

 

6월의 마지막 날, 한 학기가 막 끝났다. 그리고, 드디어 비가 내렸다. 아침부터, 아마 새벽부터인지도 모르겠다. 달팽이 걸음이라도 들에 나가야 직성이 풀리는 시골 노모의 합죽 웃음이 떠오른다. 난 가방도 우산도 던져두도 두 발에 몸만 싣고 집을 나섰다. 얼마나 오랜만에 빈 몸으로 맞아보는 비인가. 소나기도 이슬비도 아닌 그 중간의 쾌적한 축복. 유년기 들판에서부터 맞은 비를 내 몸은 고스란히 기억하고 있다. 비만 오면 저 어린 시절 시골 들판의 서정이 떠오른다. 그리고 마냥 어린아이가 된다. 무거운 꼬리로 파리 쫓기에 지친 암소도 좋아하던 오뉴월의 소나기, 그 자연의 카타르시스는 세월이 흘러 늙어도 변함이 없다. 하늘 높은 곳, 세속과 가장 멀리 있다가 오직 순정함으로 내려오는 비라서 그럴까.

 

 

그렇게 다산 들길을 지나고 낙동강을 건너 학교로 가는데 묵이가 뭐 하냐고 전화를 해왔다. 역시 비의 서정을 아는 남자, 빗속을 홀로 드라이브하다가 동병상련의 영혼을 찾았던 것. 파전에 막걸리가 그만이지만 알코올과 거리가 먼 묵이와 술잔을 건넬 수는 없어 커피 집으로 갔다. 창 밖 비에 젖은 의자에 앉아 마시는 뜨거운 에스프레소 한 잔, 그리고 빈 잔에 어스름이 내릴 때까지 빗소리만 들었다. 가끔 막거리 생각도 하면서 ㅋㅋㅋ.

 

 

밤비

                                          오세영

     

 밤에

홀로 듣는 빗소리.

 

비는 깨어 있는 자에게만

비가 된다.

 

잠든 흙 속에서

라일락이 깨어나듯

한 사내의 두 뺨이 비에 적실 때

비로소 눈뜨는 영혼.

 

외로운 등불

밝히는 밤,

소리없이 몇천 년 흐르는 강물.

 

눈물은

뜨거운 가슴속에서만

사랑이 된다.

 

Kaspar hütet im strömenden Regen Kühe. | Bild: BR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 북마크
  • 신고 센터로 신고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