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있거나 비라도 오면
문득문득 생각나는 친구가 있다.
한창나이에 폐암으로 세상을 등진 학창 시절 친구다.
가족들과 여름휴가차 친구집에 묵었을 때
서슴없이 안방과 침대를 내어준 친구다.
큰 눈에 짙은 쌍꺼풀과 휜칠한 키가
연예인 뺨칠 정도로 잘생겨서 여학생은 물론이고
남자들도 좋아하는 친구가 많았다.
일찍 부모를 여의어서 친척집에 얹혀살았는데
그래서인지 큰 눈엔 늘 슬픔과 외로움이 배어있는 친구였다.
심성이 착하고 순수해서 가끔은 여자로 착각이 들 정도였다.
고향을 갈 때면 늘 찾았었는데 언제부터인가 멀어져 버렸다.
아마도 그 친구가 술을 전혀 마시지 못했기 때문인 거 같다.
한창때는 술이 만남의 전부였고 매개체였으며
술을 마시지 않으면 만남이 의미가 없고 무미건조해지던 때였다.
커피 한 잔으로 만남을 지속하고 이야기를 길게 이어갈 만큼의
여유가 없었고 또한 젊었다.
술을 거의 안 마시는 지금은 오히려
술이 있는 자리는 피하게 된다.
술을 마시지 않으니 흥도 일지 않는다.
친구가 살아 있다면 둘도 없는 절친이 되어
술이 없어도 하루 종일 수다를 떨 수 있을 거 같다.
친구의 무덤가에서 캐온 엄나무가 베란다에서 천장에 닿을 정도로
잘 자랐었는데 없애 버린 게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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