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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김태두 동화 / 신나는 시내버스

작성자남전김현우|작성시간13.12.28|조회수51 목록 댓글 1

 

 

 

아동문학가 김태두 전 회장이

2013년 마산문인협회 연간집

<마산문학> 제 37집에

동화 "신나는 시내버스"를 발표했다.

 

 

동화

신나는 시내버스

│김태두

 

 

 

“럴럴럴럴러, 럴럴럴럴러!”

동이 튼다. 불모산 뒤쪽이 훤해진다. 곧 나타날 거야. 우리 아저씨가 씩씩하게 걸어오겠지. 그 생각만 하면 구백 년을 돌산에 갇혀 있던 손오공이 곧 나타날 삼장법사를 기다리는 것처럼 온몸이 짜릿하게 기분이 좋아진단 말씀이야. 에라, 기분이 좋으니까 한 번 더

“럴럴럴럴러, 럴럴럴럴러!”

왜 기분이 그렇게 좋으냐구요? 우리 아저씨가 나를 데리고 신나게 달릴 테니까 그렇지요. 내가 누구냐구요? 뭐, 강아지? 에이, 그 녀석들은 나하고는 비교가 안 되지요. 나의 늠름한 모습을 보면 겁이 나 꼬리를 사리고 숨어 버리는데! 모퉁이에 고개만 내밀고 부러워 죽겠다는 얼굴로 바라보는 꼴을 보면.

나는 시내버스예요. 26번 버스. 어느 자동차보다 훌륭한 내 모습은 내가 봐도 근사하지요. 떡 앞을 부라리며 바라보는 눈, 여러 개의 유리창, 멋지게 생긴 바퀴, 그리고 늘씬한 몸뚱이에 노란 바탕에 하늘 색 줄이 네 개가 나란히 그어져 있거든요.

밤새 가만히 서 있었더니 몸이 근질근질한다니까요. 우리 아저씨 올 때가 되었는데 왜 안 오지? 늦잠이 들었을까? 좀이 쑤시는데 그럼 그렇지! 어쩜 저렇게 시간을 잘 지킬까.

“와, 멋쟁이 아저씨! 어서 와요.”

“응, 붕붕이 안녕?”

“나는 우리 아저씨가 세상에서 제일 좋더라.”

“허허, 나도 네가 가장 좋다.”

붕붕. 드디어 떠난다. 솜씨 좋게 핸들을 잡는 아저씨는 진짜 멋쟁이야. 우리 아저씨만큼 운전 잘하는 사람 있으면 나와 보라고 그래. 자, 출발!

“어어, 아저씨 잠깐만!”

“왜?”

“저기 한 사람 와요. 어서 문 열어 줘요.”

“하, 그 녀석 네가 대장이다.”

“자리 잡고 앉았으니 이제 출발해요.”

“오냐, 그럴게.”

나는 마음이 설레었다. 오늘은 또 어떤 사람들을 만날 것인가. 사람들 몸차림을 보면 대충 안다. 이른 새벽에 타는 사람은 기차역에 가는 사람, 교회에 가는 사람, 학교에 가는 학생

 

등이다. 윙 눈 깜짝할 사이 소소동 출발점을 떠난 버스는 소소시장에 닿았다. 어둠을 걷어내는 부지런한 사람들은 여기에도 있다. 어시장에 가는 사람들이다. 손을 부비며 올라와서 자리에 앉는다. 구구중학교를 지나고 구구여중을 지나서 신나게 달린다. 구구 복지회관 앞에 섰을 때는 벌써 의자가 다 차서 앉을 곳이 없을 만큼 사람이 많이 탔다.

여러분! 손잡이를 잡아요. 달랑달랑 손잡이가 열개도 넘어요. 굴다리를 지나고 철길을 건너자 넓은 길이 나타난다. 8차선이다. 우와, 엄청나게 너르지요. 여기 오면 우리 친구들도 무지무지하게 많아요. 뿡뿡, 반갑다. 엥엥, 반갑다.

“아저씨! 저기 앞에 가는 11번 버스하고 경주합시다. 네.”

“그러지 않아도 빨리 달려야겠다.”

시작! 부왕! 에익, 에익, 달려라, 달려! 어쭈, 저 버스도 속력을 내는데! 누가 너한테 질 것 같으냐? 와, 드디어 앞질렀다. 문제없다니까. 나는 아저씨를 처음부터 믿었어.

“어어, 아저씨! 스톱! 멈춰요. 빨간불이 왔잖아요.”

“언제 바뀌었지? 네가 아니었으면 그냥 갈 뻔했잖아.”

“나는 빨간불이 참 싫더라. 아저씨도 싫지요?”

“아냐, 그렇지 않을 때도 있어.”

“횡단보도에 지나가는 사람도 없는데 그냥 갑시다.”

“임마, 그건 안 돼!”

우리 아저씨는 너무 착해서 탈이야. 술을 마시나, 담배를 피우나, 그렇다고 욕설을 함부로 하나? 술이야 내가 다칠까 봐 안 마시는 줄 알지만, 담배는 괜찮으니 피우세요. 그런데 욕설은 하지 마세요. 저번 트럭을 몰던 아저씨 욕 잘하더라. 무슨 욕을 그렇게 잘할까? 놀랬다. 아저씨! 그때 참은 것 정말 잘했어요.

“어, 아저씨! 신호가 바뀌었어요. 어서 갑시다.”

“오냐, 알았다.”

그런데 저 돌 탱자만 한 택시들이랑 승용차들이랑 끼어들기를 너무 잘하는데 탁 어째 버릴까? 박치기를 해 버릴까? 조그만 녀석들이 겁도 없이 까불고 있어. 그래, 나하고 달리기해 보겠다는 거야 뭐야? 어싸! 남의 길로 들어오기 없기다. 씽! 또 신호등이다. 에이, 부끄럽지만 꼬맹이들 뒤에 가서 줄을 서야지. 뭘 봐? 나는 갑자기 부끄러워졌다. 승용차들 사이에 끼어 덩치 큰 내가 서 있으려니 누가 보는 것 같아 휘휘 고개를 돌려본다. 건너편에 돈돈은행이 벌쭉벌쭉 웃고 있고, 부부한의원 간판이 안 보는 척하면서 실금실금 웃고 있다. 저것들이 탁! 우리 버스 자존심 팍 구기는데 어디 웃고 있어!

“이번 내리실 곳은 감성동 시외버스 터미널 앞입니다. 다음 내리실 곳은 마산역입니다.”

“네가 안내양이다. 허허.”

“그럼요. 손님들에게 친절하게 해야죠.”

시외 주차장 앞에서 많은 사람이 내리고 또 오른다. 오르는 사람 중에 그 나쁜 사람이 오르는지 눈여겨봤다. 소매치기 말이다. 번개 같은 동작으로 예쁜 아주머니 목걸이를 빼 가는 걸 보고 얼마나 놀랐던지! 그때 마산역 앞에서 손님이 내린 후 아저씨가 출입구 앞에 앉은 한 아주머니를 보고 점잖게 이렇게 말했어요.

“아줌마, 목걸이 있는지 만져 보세요.”

“아이쿠, 없네. 이걸 어째!”

“저기 아직 있네. 저 가죽점퍼 입은 아저씨에게 가서 내 목걸이 주라고 하면 줄 거예요.”

“저기 저 사람 말이에요? 주라고 하면 정말 줄까요?”

 

“예, 제 말 믿고 가기 전에 빨리 가보세요.”

안절부절못하던 아주머니는 허둥지둥 내렸다. 그리고 가죽점퍼 아저씨에게 다가가 사정을 하는 것을 보고 그곳을 떠났다. 그 아주머니가 다시 목걸이를 찾기 기대하면서.

“아저씨! 그런 사람은 태워 주지 말아요.”

“너는 겉모습만 보고 소매치기 가려낼 수 있어?”

그래 맞아. 사람들이란 겉모습만 보고 착한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 당최 구별이 안 되더라니까. 모두 안 그런 척 올라오니까 똑똑한 아저씨도 모를 거야.

또 사람들은 버스에 올라타도 웃지를 않아. 걸어 다니는 것보다 얼마나 좋은데 깔깔거리며 웃으면서 타면 좀 좋아. 가만! 잘 웃는 사람들이 있던데. 맞아, 아이들이야.

“나는 아이들이 좋더라. 아저씨도 그렇지요?”

“뭐, 별로.”

“아저씨 왜 그래요? 아이들이 별로라니…….”

“버스에 오르면 시끄럽게 해서 그래. 또 의자에 발을 올려놓기도 하고, 어떤 아이들은 창문 밖으로 고개를 내밀기도 해서 겁나거든.”

“에이, 아저씨도……, 그러지 않게 타이르면 되잖아요.”

여기가 어디야? 비릿한 냄새가 나는 걸 보니 벌써 어시장 앞이군, 우와, 하나, 둘, 셋, 넷……,사람들이 너무 많이 내리네. 이 봐요. 밀지 말고, 차례차례 내려요. 그리고 우리 아저씨에게 인사하고 내려야죠. 저 아줌마는 얼굴이 예쁜 것처럼 인사성도 밝군. 할아버지! 모자 가지고 내려야죠. 내리실 때 잊어버린 물건 없이 잘 챙기고 내리세요. 네.

“아저씨! 이제 손님이 몇 분 없으니 허전하죠?”

“너는 좋지 않아? 가벼워서 신나게 달릴 수 있으니까.”

“헤헤, 그건 그래요. 이제 번개처럼 달려 볼까요?”

“아서라! 늘 규정 속도 지키며 조심해야 돼.”

붕- 버스는 종점을 향해 달린다. 도로 양쪽의 건물들이 나타났다 뒤로 밀려난다. 안녕? 안녕? 하면서. 신마산 오거리에 닿았을 때는 날이 훤히 새어 거리에 사람들이 걸어 다니는 것이 보인다. 곧 종점이 나타날 것이다. 그렇지만 서운하지 않다. 곧 또다시 이번에는 거꾸로 노선을 따라 신나게 달릴 테니까. 그리고 많은 사람들을 태울 것이니까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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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김태두 | 작성시간 13.12.30 졸작을 또 올려주시니 감사합니다만 부끄럽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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