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회원발표작-산문

[동화]이슬 형제 / 조현술 동화

작성자남전김현우|작성시간13.12.30|조회수48 목록 댓글 0

 

 

 

동화작가 조현술 전 회장이

<마산문학> 37집에

동화 "이슬 형제"

를 발표했다.

 

동화

 

 

이슬형제

 

 

 

 

│조현술

 

 

새벽안개가 양떼처럼 산허리를 감싸고 오르며 서서히 아침을 열 준비를 해요. 안개가 바빠졌어요.

그 안개 무리를 보며 한 젊은 화가 아저씨가 이젤을 들고 무척 실망스런 눈으로 새벽안개를 바라보았어요. 그 아름다운 새벽안개를 그리기 위해서 벌써 몇 년을 새벽마다 이 산마루에 왔는지 몰라요.

‘아, 난 화가로서 재능이 없나보다.’

실의에 빠진 화가 아저씨는 토란잎에 맺힌 아침 이슬을 보고 그 영롱한 빛에 정신을 차렸어요. 이슬과 대화를 나누고 싶었어요. 이슬들에게 속삭이듯 말했어요.

“이슬들아, 빨리 서둘러라.”

“아침이 온다.”

“와! 해님이 동산에서 우리를 부르겠구나.”

“예쁘게 단장을 하고 빨리 토란잎으로 모이자.”

이슬들은 화가 아저씨 말을 알아듣기라도 한 것처럼 아침을 서둘렀어요.

수풀 속에서 가장 부지런한 이슬 일곱 형제는 벌써 까치발을 하고 조심조심 토란잎에 나왔어요.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뜨고 옹기종기 모였어요.

해님이 금세 빠꼼히 동산에 얼굴을 내밀었어요. 햇살이 제일 먼저 이슬 일곱 형제에게 꽂혔어요. 해님이 상큼한 소나무 향으로 이슬들의 이름을 불렀어요.

“일슬이, 이슬이, 삼슬이, 사슬이, 오슬이…….”

“예, 일슬이.”

“예, 이슬이.”

“예, 삼슬이.”

이슬들은 차례로 나와 대답을 하고 또르르 또르르 또르르…… 굴러 떨어졌어요. 맑고 투명한 이슬들의 소리가 풀잎에 흔들렸어요. 그 소리는 이슬들 이외에는 들리지 않았어요.

이슬들은 맒고 고운 소리롤 떨어지면서 내일 아침에 만날 약속도 잊지 않았어요.

“삼슬아, 내일 아침에 다시 만나자,”

“그래, 우리 막내 칠슬이도 꼭 일찍 나와.”

일곱 이슬 형제들은 아침마다 느끼는 일이  있었어요. 이슬들도 저 귀뚜라미나 다른 풀벌레

 

처럼 함께 모여서 낮이나 밤이나 도란거리며 살자고 했어요.

언젠가는 서로 모여서 의논하자고 자주 입을 모았어요.

다음 날 새벽이어요.

일슬이가 다른 날보다 엄청 일찍 일어나 수풀 속의 형제들을 깨웠어요.

“일어나라. 오늘은 이슬 형제들의 회의다.”

새벽에는 풀벌레들의 소리가 유난히 카랑카랑하게 들려요. 풀벌레 소리만큼 이슬방울도 초롱초롱 맑게 빛나거든요.

일곱 형제들이 넓은 토란잎에 둥글게 모여 앉았어요. 토란잎 위의 일곱 형제들은 은구슬처럼 눈이 부시게 반짝거리며 이리저리 굴렀어요.

일슬이가 먼저 평소에 자기들이 늘 말하던 내용을 얘기로 끄집어내었어요.

“우리 형제들도 아침마다 헤어지지 말고 낮이나 밤이나 함께 모여 사는 방법을 의논하고 싶어 모였어.”

이슬 형제 모두는 토란잎 위에서 은구슬처럼 빛을 내며 도란거렸어요.

삼슬이가 일슬이의 말이 너무 반가워 눈시울을 붉히며

“맞아요. 큰오빠의 말이 맞아요.”

하고 토란잎 위를 은구슬처럼 또르르 구르며 말했어요. 삼슬이는 일곱 형제 중에서 유일하게 여자이지요.

그때, 막내가 불쑥 나섰어요.

“우리가 지금 의논하는 일은 불가능합니다. 이슬이란 본래가 이렇게 만나서 흔적 없이 사라졌다가 다시 만나는 것이 우리들의 본래의 모습인데 이것을 귀뚜라미처럼 모습을 갖춘다는 것은 이룰 수 없는 꿈이지.”

막내는 무슨 말이든지 참지 못하고 생각나는 대로 말하곤 했어요.

이슬형제들이 모두 막내에게 핀잔을 주었어요.

“너는 하는 일마다 언제가 그렇게 반대를 해.”

큰형이 나섰어요.

“맞다. 막내의 말이. 그러나 우리들은 소망이라는 것이 있다. 하늘을 날고 싶은 소망을 가지면, 어느 날엔가 비행기를 만들 수 있는 것과 같지.”

이때 오슬이가 나섰어요. 일곱 형제 중에서 가장 열정적이고 부지런한 아이지요.  

“우리가 해보지 않고, 그냥 안 된다고 하는 것보다 우리의 소망하는 것을 노력해보고 안 된다면, 그때 그냥 두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이슬 형제들은 해님이 밝아올 때까지 의논을 했지만 어떤 방법을 찾지 못했어요. 내일 새벽까지 생각해서 다시 의논하기고 했어요.

일슬이 이슬이 삼슬이……. 순으로 천천히 해님이 부르는 대로 또르르 또르르 또르르…… 굴렀어요.

 

화가 아저씨는 이른 새벽부터 이슬이 함초롬한 토란잎을 보고 있어요. 은구슬을 뿌려 논 듯한 토란 밭에 이젤을 차려 놓고 앞산을 바라보고 있어요. 스케치북에다 안개의 모습을 이리저리 고쳐가며 그렸어요.

화가 아저씨는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괴로워했어요.

‘아, 저 양떼 같은 안개, 포근한 새털 같은 안개 저 모습을 그릴 수가 없구나.’

그날 새벽도 이슬들은 토란잎에 모였어요. 어제 새벽에 못다 한 얘기를 하기로 했어요.

 

사슬이, 육슬이 등 다른 형제들은 뚜렷한 어떤 생각을 내어놓지 못했어요. 역시 오슬이가 가장 열정적으로 나섰어요.  

“우리의 간절한 소망을 담은 기도를 새벽마다 하면 어떨까?”

오슬의 말에  막내가 퉁명스런 말투로 나셨어요.

“기도를 해서 될 것이 있고, 안 될 것이 있어요.”

사슬이가 막내의 말을 듣고 벌컥 화를 내며 꾸짖어요.

“그래 너는 무슨 일이 기도를 하면 되고, 무슨 일은 안 된단 말이냐?”

일슬이가 그런 사슬이를 말렸어요.

“아서라. 본래 토론이란 여러 가지 많은 얘기를 늘어놓고 좋은 의견을 고르는 거야.”

결국 이슬 형제들은 기도를 하기로 했어요.

그날부터 토란잎에는 새벽마다 이슬들이 기도를 하느라고 초롱초롱한 눈망울들이 더 밝게 빛나는 것 같았어요.

“하느님, 우리 일곱 형제들이 함께 모여 정답게 살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하느님, 우리들도 저 귀뚜라미처럼 모여서 헝제들끼리 오순도순 살 수 없나요?”

“새벽마다 이렇게 ‘또르르’ 헤어지는 것이 너무 슬퍼요.”

그런데 이슬들의 기도를 하느님이 들어주시지 않으려나봅니다.

그날부터 장마가 시작되었어요. 이슬형제들끼리 모일 수가 없었어요. 그러나 이슬 헝제들은 토란잎 아래서 물방울로 뒹굴면서 열심히 기도를 했어요.

막내가 가장 마음이 아팠어요.

“괜스레 내가 말을 해서 이렇게 비까지 쏟아지게 되었나…….”

새벽입니다.

“장마 때문에 안개를 볼 수 없었는데, 오늘 새벽은 볼 수 있으려나.”

화가 아저씨가 이절을 토란 밭에 차려 놓고 새벽안개를 기다렸어요. 그날따라 구름이 하늘에 가득했어요. 구름이 끼는 날에는 안개도 이슬도 볼 수 없어요. 그런 날은 안개와 이슬이 만들어지지 않거든요.

이슬들도 토란 밭에서 형체도 없는 수증기로 떠돌면서 기도만을 열심히 했어요. 일곱 형제가 모두 한마음이 되었어요.

“하느님, 제발 우리 일곱 형제의 소원을 들어주십시오.”

장마가 지났어요.

구름도 끼지 않았어요.

일곱 형제들은 여태까지 자기의 소원을 밤마다 새벽마다 빌었어요.

참 신기한 일이 일어났어요. 일곱 형제가 그렇게 열심히 기도를 하자, 일곱 형제의 마음이 모두 하나로 모였어요. 서로를 아끼고 서로를 자기 몸처럼 아껴주었어요. 서로 부딪칠 때마다 한 몸처럼 안고 돌았어요. 더구나 이슬 형제들의 마음처럼 이슬이 너무 맑아졌어요.

오늘 새벽은 정말 맑은 아침이었어요.

초가을 아침의 산뜻한 기운이 산과 들에 가득했어요

안개가 앞산에 드리워진 모습도 너무 아름다웠어요.

더구나 토란잎에 나와 앉아 있는 이슬들은 아침 햇살에 비추면 아름다운 진주였어요. 그러나 그 이슬들은 오늘 아침까지도 이슬 같은 맑은 기도만 드렸어요. 이루어지지 않는 기도에 대한 서운함은 하나도 없었어요. 그냥 기도를 드릴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는 마음이었어요.

 

화가 아저씨의 붓이 아주 바빴어요. 화가 아저씨의 얼굴이 이렇게 맑고 기분이 좋은 날은 처음이었어요.

오늘은 안개가 화가 아저씨 마음먹은 대로 잘 그려지나 봐요. 그런데 화가 아저씨의 눈은 앞산 안개에 있는 것이 아니고 토란 밭에 있는 것 같아요. 그것도 토란잎에 반짝이는 은구슬들을 눈이 뚫어져라 바라보며 바쁘게 손을 놀려 스케치를 하고 있어요.

‘이슬이 이렇게 투명하고 맑은 영혼을 지녔을 줄은 정말 몰랐어.’

화가 아저씨가 완성된 그림을 내려다보고 웃음을 가득 머금고 중얼거렸어요.

“이 그림을 이슬들에게 보여주자.”

화가 아저씨는 이슬 그림을 들어서 이슬들과 마치 얘기라도 나누듯이 속삭였어요.

“얘들아, 너희들의 그림이다. 자, 보아라.“

이슬들은 열심히 기도에 빠져 있다가 화가 아저씨 말에 깜짝 놀라 아저씨가 내미는 그림을 보았어요. 일곱 이슬 형제들이 화폭에 담긴 모습은 살아 있는 이슬처럼 ‘후’불면 금세라도 날아갈 것만 같았어요. 아른아른 돋아나는 이슬의 투명한모습은 퐁퐁 튀어오를 것 같았어요.

일곱 이슬 형제들은 그 그림을 보고, 약속이나 한 듯이 함성을 지르며 놀랐어요

“와! 우리 일곱  형제가 화가 아저씨의 화폭에 들어갔다.”

“와, 우리들의 기도를 하느님이 들어주셨구나.”

그때 마침 아침 해님이 반짝이며 동산에 빠꼼히 얼굴을 드러냈어요. 그 찬란한 햇살이 일곱 형제들에게 꼽히자 이슬들은 차례로 뛰어내리기 시작했어요

“자, 우리는 화가 아저씨 화폭에서 다시 모이기로 하자”

“와! 와! 와!”

화가 아저씨 화폭에는 이슬 형제들의 얘기 소리가 끊이지 않았어요.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