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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박윤덕 동화 / 화가와 새

작성자남전김현우|작성시간14.05.15|조회수97 목록 댓글 1

 

 

아동문학가 박윤덕 회원이 <아동문예> 2014년 5,6월호에 동화 "화가와 새"를 발표했다.

 

 

 

 

 

 

화가와 새

 

박윤덕

 

  작은 새가 키 작은 나무에 앉아 지저귀고, 벌과 나비가 이 꽃에서 저 꽃으로 옮겨 다니며 꿀을 모으는 화창한 봄날입니다.

  어느 산속의 절입니다.

  가난한 중년의 화가가 이 절의 주지스님 부탁으로 벽화를 그리고 있습니다. 화가는 벽화를 그리기 전에 목욕재계하고, 부처님께 정성을 다해 백일기도를 한 후, 혼신을 다해 벽화를 그리고 있는 중입니다. 마침 불공을 드리러 온 두 신도가 지나가다가 화가가 그리는 벽화를 보았습니다. 한 신도가

  “저 소나무가 마치 살아있는 것 같아! 새가 날아와 앉을 수도 있겠어.

하고 다른 신도에게 말했습니다.

  “그럴지도 몰라. 저 꽃에도 나비가…….

  소나무 아래에 그려진 철쭉과 홍매, 백매 등을 보던 다른 신도도 맞장구를 쳤습니다. 신도들의 대화를 들은 화가는 벽화를 그리다가 생각했습니다.

  ‘이 벽화를 그려 명성도 얻고, 부자가 되고 싶어.

  그로부터 몇 달 뒤 벽화가 완성되었습니다. 벽화를 본 스님들과 신도들은  ‘뛰어난 작품’이라고 칭찬했습니다.

  벽화가 완성된 다음날 아침이었습니다.

  ‘이상하다. 왜 이 까치가 여기에 떨어져 있지?

  아침에 벽화가 있는 앞마당을 청소하던 스님이 죽은 까치를 보았습니다.  스님은 아무 생각 없이 죽은 까치를 담 너머 동백나무 숲속에 던졌습니다다음 날이었습니다.

  앞마당을 청소하던 스님은 비둘기 한 마리가 벽화 앞마당에 떨어져 파닥거리는 걸 보았습니다. 스님은 비둘기도 담 너머 동백나무 숲속에 버렸습니다. 사흘 후에도 스님은 작은 새가 죽은 것을 보았습니다. 이상하다고 여긴 스님은 작은 새를 살펴본 후 주지스님에게 갔습니다.

  “주지 스님! 벽화 앞에 새가 죽어 있습니다.

  “그래, 왜 죽었을까?

  주지 스님이 대수롭지 않게 되물었습니다.

  “그런데 그게…….

  “그게 뭐?

 

  “벽화 앞마당에 그제는 까치가, 어제는 비둘기가, 오늘은 작은 새가 죽어 있었습니다.

  “그래, 이상하구나. 같이 가보자.

  주지 스님과 스님은 벽화가 있는 마당으로 갔습니다. 주지 스님은 작은 새를 주워들고 이리저리 살폈습니다.

  ‘음, 머리가 터져 죽었네. 설마 이 새가 소나무가 살아 있다고 착각한 것은 아니겠지? 그런데 까치와 비둘기도 죽어 있었다니…….

  주지 스님은 반신반의했습니다. 그래서 주지 스님은 벽화 앞에서 지켜보기로 했습니다.

 오후가 되었습니다. 햇볕이 내리쬐고 있습니다.  

  ‘음, 소나무가 꼭 살아있는 것처럼 보여! 그 화가가 신기에 가까운 재주를 가졌구먼.

  주지스님은 벽화를 보며 감탄했습니다. 그때였습니다. 박새 두 마리가 날아오더니 벽화의 소나무에 앉으려다가 벽에 부딪쳤습니다. 벽에 부딪쳐 땅에 떨어진 박새는 철쭉꽃이 그려져 있는 벽화 쪽으로 날개를 파닥였습니다. 마치 철쭉꽃이 핀 숲에 숨으려는 듯해 보였습니다.

  “세상에 이런 일이!!

  주지 스님은 자신도 모르게 벌떡 일어나 뛰어가서는 박새들을 주워들고 살펴보았습니다. 박새들은 머리가 터져 빨간 피를 흘리고 있었습니다. 시간이 얼마 지난 후, 박새들은 잠시 숨을 할딱거리다가 죽었습니다.

 

  다음날, 주지스님은 신도들이 모인 자리에서

  “우리 절의 벽에 그려진 소나무와 꽃들은 살아 있습니다. 그래서 새들이 날아와 앉으려다 머리를 부딪쳐 죽기도합니다. 벽화를 그린 화백은 신묘한 재주를 가진 사람입니다.

화가를 칭찬하고 벽화를 세상에서 둘도 없는 진기한 보물이라고 선전했습니다. 모여 있던 신도들이 우르르 벽화가 있는 곳으로 몰려갔습니다. 벽화를 본 신도들은 그림을 보고 ‘사람의 솜씨가 아니고 신의 솜씨’라고 칭찬했습니다.

  이후 소문이 꼬리를 물고 퍼졌습니다. 그래서 벽화에 새가 부딪치는 것을 보려고 많은 사람이 몰려들었습니다. 새가 벽화에 머리를 부딪치는 걸 본 사람들은 화가를 칭송했습니다. 구경꾼이 많이 모여들자 절에서는 관람료를 받기 시작했습니다. 화가의 명성도 높아졌습니다. 덩달아 화가가 그린 그림도 비싼 가격에 팔렸습니다. 머지않아 화가는 부자가 되었습니다.

 

 

  세월이 흘렀습니다.

  벽화에 새가 부딪쳐 죽은 만큼 화가의 명성은 더욱더 높아졌고, 명성이 높아진 만큼 화가는 더 부자가 되었습니다.

 

  어느 날이었습니다.

  나이가 들어 노인이 된 화가는 자신의 수명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깨달았습니다.

  ‘이제 더 이상 그림도 그릴 수 없고 거동하기도 힘들구나. 마지막으로 벽화가 보고 싶구나.

  화가는 지난 세월을 상기하며 중얼거렸습니다.

 

  며칠 후, 따뜻한 봄날의 휴일이었습니다.

  화가는 벽화를 그린 절에 갔습니다.

  절의 담 너머에는 빨간 동백꽃이 피어 있었습니다. 동백나무 사이로 딱새들이 떼를 지어 재잘거리며 날아다녔습니다. 화가는 딱새 소리를 들으며 벽화 옆에 있는 나무그늘에 앉아 느긋이 쉬고 있었습니다. 휴일이어서 많은 사람들이 벽화를 구경하러 왔습니다. 예닐곱 살쯤 되는 여자아이가 어머니 손을 잡고 사람들 속에 섞여 소나무를 보고 있었습니다. 그때 담 너머 동백나무에 앉아 있던 딱새 몇 마리가 벽화의 소나무에 앉으려고 날아왔다가 머리를 부딪치고는 떨어졌습니다. 이 광경을 본 사람들은 신기해서

  “정말이야. 이 벽화에 새가 날아와 부딪쳐 죽는다는 말이!

하며 감탄했습니다. 그리고는 화가를 칭송했습니다. 화가는 사람들의 칭송에 흐뭇했습니다.

  ‘누가 그린 그림인데!

  화가는 이 세상에서 그 누구도 하지 못한 일을 했다는 자부심에 가득 차서 중얼거렸습니다.  

  “엄마! 새들이 너무 불쌍해.

  여자아이가 떨어진 새들에게 다가가서 그중 한 마리를 주워들고 어머니에게 보여주었습니다.

  “이 피 좀 봐! 너무 불쌍해. 곧 죽을 거 같아!

  아이는 고통 속에서 숨을 할딱거리는 새를 보며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그렇구나. 이 벽화 때문에 수많은 생명이 죽었구나.

  아이의 어머니도 함께 슬퍼했습니다. 모녀의 대화가 화가의 귀청을 때렸습니다.

 

  “으응? 뭐라고! 벽화 때문에 수많은 생명이 죽었다고!

  화가는 머리에 찬물을 뒤집어 쓴 것처럼 정신이 번쩍 들어 자신도 모르게 신음소리를 냈습니다. 화가는 그날 해가 질 때까지 벽화 앞에서 골똘히 생각에 잠겨 있었습니다.

 

  다음날 아침이었습니다.

  벽화 앞마당을 청소하던 스님이 벽화를 보았습니다.

  “어떻게 된 일이지?

  스님은 깜짝 놀라 부리나케 주지스님의 방으로 뛰어 갔습니다.

  “주지스님! 벽화가…….

  스님은 헐떡거리며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길래 이 야단이냐?

  주지스님은 스님을 꾸짖었습니다.

  “가 보시면 압니다.

  스님은 주지스님을 재촉했습니다. 주지스님은 이끌리다시피 벽화가 그려져 있는 곳으로 갔습니다.

  “아니?

  벽화를 본 주지스님은 입을 다물지 못하고 한동안 멍하니 서 있었습니다.

  “주지스님!

  벽을 바라보던 주지스님은 스님이 부르는 소리에 정신을 차렸습니다. 주지스님은 급히 방으로 가서 전화기를 들었습니다. 그리고는 화가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몇 번이고 전화를 걸었지만 화가는 전화를 받지 않았습니다. 오후가 되어서야 화가의 아내가 전화를 받았습니다. 화가의 아내는 며칠 후에 화가의 유언을 전해줄 거라면서 전화를 끊었습니다.

  “화가의 유언이라니? 그럼 화가가 죽었단 말인데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주지스님은 무척 궁금했습니다.

  며칠 후에 한 통의 편지가 주지스님에게 전해졌습니다. 화가의 유언이 적힌 편지였습니다. 그 유언은 이랬습니다.

  ‘주지스님, 제가 그린 벽화로 인해 수많은 새들이 죽었습니다. 비록 미물이지만 귀중한 생명입니다. 귀한 생명을 더 이상 죽게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어젯밤에 아무도 물래 제가 벽화를 지웠습니다. 주지스님, 용서해주십시오. 저는 명이 다해 이제 곧 저승으로 갈 것입니다. 죄 많은 저는 부처님의 자비를 바랄 뿐입니다.

 

  화가의 유언을 다 읽은 주지스님은 뒤통수를 맞은 것처럼 한동안 멍하니 먼 하늘만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

 

 

동화가 실린 <아동문예> 2014년 5`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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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김문주 | 작성시간 14.05.17 작품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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