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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김현우 동화 / 늘보의 친구들

작성자김현우|작성시간21.03.18|조회수58 목록 댓글 0

김현우 아동문학가가 <아동문예> 2021년 3.4월호(통권 445호)에

동화 <늘보의 친구들>을 발표했다.

 

 

동화

늘보의 친구들

김현우

 

 

“새 친구들이 오는구나.”

지리산 깊고 깊은 산골 용시골에 사는 늘보 곰 형님이 외쳤어요. 높은 바위 위에서요. 그 말을 상수리나무 가지 위에 올라앉아 있던 날치 살쾡이가 들었어요. 주위를 살피던 늘보 말에 골짜기 아래쪽을 보았지요. 정말 반달가슴곰 세 마리가 두리번거리며 올라오고 있었어요.

“겁을 잔뜩 집어먹었나 보네. 늘보 형님보다 더 느리게 오는군.”

“셋이나 와! 올봄에는 좋은 일만 생겼네. 우리 친구들이 늘었으니!”

“보호소에서 사람들이 주는 것 먹고 편안하게 살다 울타리 밖으로 나오면 고생문이 훤하게 열린 건데?”

용시골 아래쪽에 반달가슴곰 보호소가 있었어요. 그곳은 반달가슴곰들을 키워서 지리산 산속에 풀어놓고 지켜주는 일을 하고 있었어요,

“그래도 좁은 사육장 울 안에서 갇혀 사는 것보다 드넓은 산골이 얼마나 좋은데! 자연 속에 살게 되면 내 마음대로 자유롭게 다닐 수 있어.”

“그래도 위험한 곳이 산골 아닌가? 총을 든 사냥꾼에, 험악한 사냥개에 쫓겨보면 얼마나 위험한 곳인지 알게 돼.”

바위 아래 엎드리고 있던 참돌 멧돼지가 킁킁거리면서 참견을 했어요.

“그렇기도 해. 덫이나 올무도 조심해야 하지.”

날치의 말에 늘보 형님이,

“동굴 앞에 오면 내가 일러줘야지. 보호소 직원들이 뭘 가르쳐 주기는 했겠지만, 나이 어린 친구들이라 잘 모를 거야. 너희들도 잘 가르쳐 줘.”

하고 새로운 식구가 될 반달이들을 부탁했어요. 참돌은 반갑지 않았어요.

“허어! 식구가 늘면 우리 먹을 게 모자란단 말이야! 난 아이가 다섯이나 돼. 같이 살기 싫어.”

“참돌아. 사방 천지에 먹을 게 많은데 뭔 걱정을 하냐? 넌 너무 욕심이 많아.”

늘보의 말에 날치가 냉큼 대답했어요.

“그래! 참돌이 넌 먹통이라 먹을 걱정만 하네?”

“몇 달간 산속에서 살아나갈 방법을 가르쳐서 다른 골짜기로 보내면 되겠지? 그때까지 먹을 게 있으면 나눠 먹자.”

늘보가 말하자 하는 수 없는 듯 참돌은 고개를 숙이고 말았어요.

“내가 지리산 이곳저곳 안 다녀 본 골짝이 없으니 내가 길잡이가 되어 줘야지.”

날치는 그러면서 나무에서 뛰어내려 반달가슴곰 세 마리 앞으로 달려갔어요.

“크르릉!”

갑자기 소리치며 나타난 살쾡이를 그들은 처음 만난 산짐승이라 겁부터 냈어요. 슬슬 곰들이 뒷걸음질 쳤어요. 고양이, 고라니, 산토끼, 멧돼지 같은 짐승은 보았지만 살쾡이는 처음이었어요.

“헤헤에! 야 친구들아! 나는 살쾡이 날치란다. 겁내지 말어.”

“누, 누구요?”

“난 호랑이 사촌이란다.”

“고양이 같은데요?”

그 중 용감한 반달52호가 뒷걸음질을 멈추고 물었어요.

“다람쥐 두더지, 쥐란 쥐는 다 잡아먹지만, 너희들은 안 잡아먹을 거야. 늘보 형님 형제들이니까!”

“늘보 형님이라니요?”

“이 산골동네 어르신이 바로 너희들과 똑같은 곰팅이 늘보 형님이지. 가슴에 커다란 반달이 하얗게 보기가 좋지.”

“아아! 오래전에 보호소에서 나와 사는?”

“그래 내가 반달38호야. 반가워!”

어느새 늘보가 달려와서 어린 반달가슴곰들을 반겼어요. 곰들이 웃으면서 늘보에게 자기소개하며 인사를 했어요.

“전 반달51호예요. 반가워요.”

“전 반달52호입니다.”

“전 반달55호입니다. 반갑습니다.”

“그런데 53호와 54호가 빠졌네?”

늘보가 궁금해 물었어요.

“53호와 54호 둘은 짝꿍이거든요. 저쪽 골짜기로 갔어요.”

“잘 되었군. 저쪽 골짜기에는 반달41호가 살지. 너희들은 몇 달간 내 곁에 있으면서 산속에서 사는 법을 배워야 한다.”

“예!”

“이곳은 나와 친구인 참돌이와 날치가 있어 안전하지만 다른 곳은 위험해.”

날치가 불쑥 나섰어요.

“나만 따라 다니면 무서울 게 없어! 사냥개고 사냥꾼이고 피할 수 있고 올무고 덫이고 잘 찾아내니까.”

참돌도 가만있지 않았어요.

“끌끌! 나만 따라 다니면 굶지 않고 사는 법을 배우지. 배고픈 게 제일 힘들지.”

늘보 아주머니가 동굴 안에 그들이 잘 자리를 마련해 주었어요. 그러면서 걱정했어요.

“보호소에서는 맛좋은 사료를 먹었겠지만, 이제는 찾아서 먹어야 한단다, 맛이 없더라도.”

 

날치와 참돌이 새로운 친구들을 데리고 용시골 산꼭대기부터 아래까지 돌아다녔어요. 바위 절벽, 소나무 숲, 너덜겅, 찔레나 망개덩굴 사이 노루나 고라니 집도 구경시켰어요.

“땅을 파 지렁이나 칡을 먹는 법도 알아야 해.”

참돌은 칡 캐는 법을 가르쳤어요.

“나무에 올라가서 벌집을 찾으면 꿀을 먹을 수가 있지. 꿀이 얼마나 달고 맛있는지 몰라.”

날치는 반달이들을 나무에 오르게 하면서 꿀을 찾는 법을 가르쳤어요.

“자아! 물고기 잡으러 개울로 가자.”

며칠 뒤, 늘보가 어린 형제들을 데리고 냇가에 갔어요.

“냇물 속 돌들을 들치면 물고기가 튀어나오지.”

늘보는 물고기 잡는 법을 아우들에게 가르쳤어요.

그때 골짜기 아래쪽에서 갑자기 개 짖는 소리가 요란하게 났어요. 고기를 잡느라 열심이던 늘보가 무슨 일인가 벌떡 일어나 살폈어요.

“큰일 났어요. 큰일!”

머리가 갈색이고 예쁜 날개와 꽁지를 지닌 산까치가 날아와 소리쳤어요.

“들개들이 참돌네 아기들을 공격해요.”

“뭐야? 들개들이 올라왔어? 우리 동네에.”

“예! 들개 다섯 마리가 와서 참돌네 아이들을 공격하고 있어요.”

“뭐야? 참돌 아이들을 괴롭혀? 이, 이놈들 당장 쫓아내야지.”

늘보는 새로운 형제들 셋에게 고함쳤어요.

“너희들 내 따라가자! 들개들이 와서 행패를 부린다니 쫓아내야겠다.”

늘보가 나서자 늘보 아주머니도 반달 51, 52, 55호도 따라나서서 참돌 식구들을 구하러 용감하게 달려갔어요.

참돌 부부가 아기들을 보호하려 앞장서서 들개들과 힘겹게 싸우고 있었어요. 들개들은 멧돼지들을 둘러싸고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고 으르렁거리며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공격했어요. 벌써 들개들에게 물렸는지 참돌의 몸 여기저기 빨간 피가 보였어요.

늘보보다 먼저 달려온 날치가 용감하게 들개들의 등에 뛰어올라 뾰족한 발톱으로 할퀴며 고함쳤어요.

“이놈들아! 죽고 싶어?”

그때 늘보 아주머니와 친구들이 달려와 참돌 아이들을 감싸고 늘보가 크게 호통쳤어요.

“당장 그만두지 못할까?”

시꺼멓고 덩치가 큰 곰 다섯이 나타나 앞을 가로막자 들개들이 겁을 집어먹었어요.

“난데없이 남의 동네에 와서 행패를 부리다니! 당장 멈춰! 그렇지 않으면 내 이 큰 주먹을 한 방씩 날리면 어떻게 되는 줄 알겠지!”

늘보의 고함에 들개들이 그만 주눅이 들었어요. 그중 나이가 많은 들개가 고개를 숙이고 변명했어요.

“우리가 먼저 싸움을 걸지 않았습니다. 저 멧돼지가 달려들기에…….”

그 말에 참돌이 툴툴거렸어요.

“저놈들이 우리 아기들을 노렸어. 그래서 그냥 둘 수가 없었지.”

들개가 미안하다는 듯 꼬리를 내리면서,

“우리 중 제일 나이 어린놈이 버릇없이 그랬습니다. 죽일 생각은 통 없었습니다.”

하고 말하자, 늘보는 그제야 성내지 않고 부드럽게 물었어요.

“너희들은 어찌해서 이 깊은 산골짜기까지 왔어? 사람 사는 마을 근처에서 살았지 않아?”

“그, 글쎄 그랬지요. 우리는 마을의 쓰레기를 뒤지거나 등산객들이 버리는 음식을 먹으며 살았지요.”

“그런데?”

“오늘 갑자기 우릴 잡으려고 총을 쏘지 뭡니까? 사람들이. 그들에게 쫓겨서 도망치다 보니 여기까지 왔네요.”

늘보는 사람들이 쏜 총이 마취총임을 알고 있었어요. 보호소 직원들이 반달가슴곰이 건강한가 어쩌나 검사할 때는 마취총을 쏘았거든요.

“아아! 그 총은 너희를 죽이려고 쏘는 총이 아니야.”

“그럼?”

“일단 총에 맞으면 정신을 잃게 되지.”

“그러면 잡혀가서 보신탕집에 갑니다. 우리는 그게 겁이 납니다.”

“아냐! 그 사람들은 너희들을 보호소에 데려가서 마음씨 좋은 주인을 만나게 해 줄 거야.”

“어디 사람을 믿을 수가 있나요? 키워서 보신탕집에 파는 사육장에서 탈출한 친구도 있어요.”

“전 병이 들었다고 버림을 받았어요.”

몸집이 작은 개가 벌벌 떨었어요. 늘보는 들개들이 왜 사람들 집에서 살지 못하고 나왔는지 알자 그들을 용서해 주기로 했어요. 늘보는 날치와 참돌 셋이서 의논했어요.

“어쩌면 좋겠어? 저들의 얘기를 들으니까 참 딱하구먼.”

“아무리 딱해도 참돌네 아이들을 노리다니! 당장 쫓아내야 해.”

날치 살쾡이 말에 참돌은 고개를 끄덕였다.

“난 용서할 수 없어! 날치 말이 옳아. 그냥 두었다가 앞으로 뭔 해코지를 할지 알 수 없어.”

“다들 주인에게 버림받았거나 보신탕집에 갈 팔자였거나…….”

“그래도 안 돼!”

참돌은 성을 벌컥 내며 늘보의 말에 토라졌어요. 날치가 늘보의 말에 한참 생각에 잠겼다가 찬성했어요.

“저들이 잘못한 것을 알고 용서를 비니 어쩌겠나? 늘보 형님 말대로 용시골에 살게 하자. 참돌아.”

참돌도 날치까지 들개들을 용시골 식구로 받아들이자는 말에 더 반대할 수 없었어요. 하는 수없이 고개를 내젓던 참돌은 툴툴거리며,

“그래, 늘보 생각이 그러면 뚝 떨어져서 이 골짜기 아래의 마을 근처로 가서 살라고 해.”

하고 반쯤 승낙했어요. 날치가 시원스레 같이 살자고 들개들에게 말했어요.

“좋다! 우리 숲에서 살아도 좋아.”

“앞으로 이곳 친구들을 괴롭히거나 싸우면 안 돼. 용시골은 언제나 평화롭거든.”

늘보의 말에 들개들이 좋아서 고맙다고 했어요.

“고맙습니다. 한 식구로 받아주어서요.”

“우리는 골짜기 저 아래쪽에 둥지를 틀고 살겠습니다.”

“절대로 용시골 친구들을 괴롭히지 않겠어요. 사냥꾼이 오나 어쩌나 망을 보다가 빨리 알려드릴게요.”

들개들이 다투어 용서를 빌면서 함께 살게 해 주는 것을 고마워했어요. 늘보 참돌 날치가 들개들의 어깨를 다정스럽게 다독거려 주었어요. ***

 

동화가 실린 <아동문예> 44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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