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 먼저 목욕비를 구해온 건 박새였어요.
케일 씨 꼬투리가 돈통에 떨어지자, "딩동!" 경쾌한 소리가 났어요. 탱자 가시는 물 밑으로 쑥 내려갔고요.
"햐! 성공이다."
박새는 얼른 통돌연못 물에 몸을 적시고 나왔어요.
다음으로 목욕비를 구해온 건 곤줄박이였어요. 솔씨를 물고왔어요.
"100원 어치도 훨씬 넘는 귀한 거예요."
곤줄박이는 큰소리치며 머리에까지 물을 뒤집어썼어요.
참새는 정오를 넘기고서야 나타났어요. 크고 동그란 씨앗 하나를 떨어뜨렸지만 "딩동!" 소리가 나지 않았어요. 참새가 물고온 건 쥐며느리였지 뭐예요! 참새는 다시 아욱씨를 물고 와서야 목욕을 할 수 있었어요.
서산머리가 해가 닿을 즈음, 마지막 단골 손님, 까치가 왔어요. 만날 그렇듯 온 깃털이 땀에 절고, 때가 덕지덕지 묻어있었어요. 아마 또 쓰레기통을 뒤지다 온 모양이었어요.
까치는 급히 삭은 고무즐 다발을 돈통에다 떨어뜨리며 머리를 집어넣었어요.
"깟!"
까치는 비명을 질렀어요. 탱자 가시에 볼을 찔리고 말았어요.
"바보! 넌 그 정도로는 어림도 없어."
"응?"
"네 목욕비는 100원이 아니고 2000원이잖아!"
- 이 림 동화 <목욕비 소동>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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