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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행 묶음/ 세 친고, 또 한 친고

작성자지엔북|작성시간23.04.27|조회수63 목록 댓글 0

-머리글/임신행

 

세 친고, 또 한 친고 사설

 

진정한 우정은 쇄빙선이어야 한다

그 어떤 어려움도 뚫고 나가는

쇄빙선이어야 한다

 

부끄럽지만 네 친고의 연유를 말하는 것은 이 책이 돼 나오게 된 사연이다. 저는 일상에서는 친고라는 말이나 친구라는 말을 사용하기를 멀리한다. 친구(親舊)라는 말보다 훨씬 더 친고(親故)라는 말을 좋아한다. 친고는 원래 친구와 같은 뜻으로 널리 회자되어 오다 친고가 친구로 진화한 것이다. 친고나 친구는 같은 낱말이요, 같은 뜻으로 사용한다.

세상 사람들이 '친구' '친구' 라고 말할 때 저는 '친고'라는 말을 해도 이상하게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물론 저의 적확하지 못한 발음이 상대에게 건너가 '친고'가 '친구'로 전이 되었을 것으로 믿는다. 친고이든 친구이든 그것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오직 어떻게 시인 김종해, 시인 오규워느 아동문학가 임신행  이렇게 셋이서 세상을 살아 갈 각오를 하고 저마다 셋메기*를 만들 무렵 우리 셋은 육십여년을 친고로 만났었다,

또 한 친고는 머리가 명석하고 참으로 사람의 품성을 골고루 갖춘 안정효(安丁孝)다. 참 다정다감한 성품으로 두뇌가 아주 명석했다. 솔직히 말하면 저를 초등 교사로 평생을 살아나게 했을뿐 아니라, 사람이 사람으로 지녀야 할 본을 알려준 참 좋은 친고다. 그는 청솔같이 푸르른 나이에 우리 곁을 떠나 늘 그리운 친고다.

세상의 격랑에 실치면서 세 문학이라는 상(床) 앞에 셋겸상*을 하게된 그 연유를 말하기 위해서이다. 넷 중 세상의 눈으로 보면 유복하신 오규원(그때는 오규옥)이고 그 다음이 어머님과 형이 있는 김종해이고 저는 청상과부인 어머니와 두살 아래인 남동생의 호구(餬口)와 학비를 걱정하는 곤고한 처지였다.

오규옥은 그래도 그 어려운 입시를 치러 합격을 해 노목이 우거져 더없이 아늑했던 부산사법학교를 졸업해 초등 교단의 햇병아리 교사였다. 안정효 역시 부산사범을 졸업했고 초창기 롯데칠서의 중책을 맡은 직원이었다. 김종해는 어머니 일을 돕다가 형을 따라다니며 가용에 쓰일 돈 아닌 돈을 손에 쥐었고, 저는 국제시장 청과물 가게앞을 어린 하이에나처럼 어슬렁거리다 여름과 가을 내내 진영, 밀양 등지의 과수원을 돌아다니며 과일을 사다 파는 일을 하여 남는 돈으로 세 식구가 생활을 했다. 그러나 우리 넷은 한 달에 두어번 만나면 궁색한 만남은 결코 아니었다.

주로 도서관이 아니면 음악감상실이나 서점에서 만나 가락국수 한 그릇은 먹고 헤어지는 여유는 있었다. 보수동 책방 골목이며 광복동 음악실, 남포동 서점을 갯바람처럼 누비고 다녔었다. 오규옥은 한동안(13개월) 대청동(4가 79번지) 산기슭 제집에 기숙을 했었고, 좀 훗날 저는 서울 제기동에 사는 김종해 셋방을 들랑날랑한 과거를 가진 젊은 자작나무 같은 처지에 있었다.

우리 넷은 서로 세상의 격랑을 건너며 할퀴고 문질리며 살다보니 시인 김종해는 튼실한 문학 출판사와 시인으로 탐혹할 명예와 문명(文名)을 떨치고 오규원은 역시 시인으로 교수로 '날것' 생(生)이라는 우리 곁에 있는 낱말을 세상에 환기(喚起)시켜 명성을 더없이 떨치는가 싶더니 뭐가 그리 바빳는지 우리를 두고 애석하게 세상을 등지고 말았다. 또한 내 곁에 없는 안정효 형은 참으로 탐나는 참 성품을 가졌고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시조가 당선되었다.

롯데칠성의 중책을 맡았던 이 나라의 동량이었다. 구차한 변명이지만 창원특례시 마산이면서 마산이 아닌 마산합포구 진전면 호산 정달 마을에 우거(寓居)하게 되었다. 사실 삼진(진전면 진북면 진동면)이라면서 변변한 정형외과 산부인과 하나 없는 그렇고 그런 곳이며 특히 호산 정달 마을에는 작은 마트나 구멍가게가 없어 라면 한봉지, 자판기 커피 한컵 사 먹을 수 없고, 그 흔한 마을 도서관 커녕 책을 빌려볼 이동버스 하나 없는 한지(閑地) 중의 한지에 엎드려 살고 있다. 

유일한 낙이라면 4, 9. 13.... 날에, 장날이라기에는 너무 한산하고 쓸쓸한 진동장을 거닐다 푸성귀 몇 잎 사오는 낙을 붙잡고 있다.  마산 시내를 입성하려면 하루에 네번 그것도 골골거리는 고물 버스를  타고 한 시간 남짓 투자해야만 하는 요지경 속에 살아주고 있는 딱한 실정이기도 하다.

여기다 팔십평생 아끼고 모은 땀 저리고 냄새나는 돈 같은 돈으로 사 모은 책을 거실과 창고에 쓰레기 더미를 만들어 놓고 있는 참으로 딱한 형편에 놓여있는 저에게 볼만한 것들을 추려 전시해 달라는 부탁을 거절 못하고 있는 터에, 마당에서 실없이 넘어져서 외쪽 손목과 목덜미와 왼쪽 어깻죽지를 상해 마산 병원을 찾아가니 젊은 의사나리는 수술을 권했지만 거두절미하고 돌아와 파스와 물파스로 아픈 어깨를 달래가며 비명 반, 신음 반을 토하고 쌓인 책 쓰레기 더미를 뒤적거리다 제 내자(內子)가 김종해 시인과 오규원 시인이 봄동같은 초록 시절의 원고를 찾아 내게 건네 주지 않는가!

김종해 시인의 <유년의 자화상>, 오규원 시인의 <생득적 아름다움> 참 성품을 지닌 안정효의 편지 <임형, (엽서 한장,봉함엽서 한장)>을 발굴했다,

"고마운지고 고마운지고"

세상 사람 모두에게 드린 말이다.

<어린이 해방선언 100주년 기념 아동문학가 임신행 자료전>에 내 놓을 자료를 찾다가 표출된 것이라, 임신행의 신작 동화 <이혼 세탁소에는> 한 편과 문학평론가 월해 전문수 박사 시에 대한 <역사라는 해안에 암각된 시적 이미지와 휴머니즘>, 오하룡 시인의 <아이와 운동장>에 대한 느낌을 쓴 <동심이라는 우주, 그리고 리얼리티와 판타지>를 묶어 <세 친고, 또 한 친고>라는 이름으로 작은 책자를 서둘러 만들다보니 평소 서정성 짙은 통찰력과 폭넓은 비평 작업을 해 온 박종순 박사의 제 동화에 관해 쓴 <자연의 흐름, 성장의 힘> <시대의 모순을 온몸으로 폭로하는 임신행 동화> <임신행 동화의 토포필리아, 그리고 지역성> 등 세편을 욕심내어 곁들인다.

시인 김종해, 시인 오규원 동화집의 발문만 가지고는 어쩐지 허기가 져 문학평론가 박종순 박사의 글도 묶었다, 이 <세 친고, 또 한 친고> 행간행간에는 우의라는 그 정겨움이 돋아 있으나 얼마간 유치한 인상을 줄지는 몰라도 나이가 찬 저의 칡뿌리보다 더 굵고 끈끈한 우정을 여러분 앞에 내보이기 위해서다.

어린이 해방선언 100주년 기념, <어린이> 잡지 창간 100주년 기념으로 동북아 중심도시,창원특례시에서 기획한 <아동문학가 임신행 자료전>을 보다 내실에 충실해야 한다는 일심에 부끄렁움은 뒤로하고 고이 주무시는 자료들을 일깨워 한자리에 모셔다가 순결한 미선나무꽃 가지를 묶어 삼가드린다. 

고인인 시인 오규원, 안정효 님과 시인 김종해, 문학평론가 박종순 님에게 고마운 인사를 드린다.

 

*셋메기; 물고기를 잡는 그물의 하나

*세겸상; 한 상에서 세사람이 마주앉아 먹도록 차린 상

*본 글 내용의 '저'는 '나'라기 보다 '저'라는 표현이 마땅하다 싶어 표기했다

 

 

차례

<세 친고, 또 한 친고>를 묶은 사설

 

-세 친고, 또 한 친고

유년의 그 자화상/ 시인 김종해

생득적 세계의 아름다움/ 시인 오규원

임형/안정효

 

-박종순 문학평론가가 본 아동문학가 임신행

자연의 흐름,성장의 힘

시대의 모순을 온 몸으로 폭로하는 임신행 동화

임신행 동화의 토포필리아, 그리고 지역성

 

-임신행이 본 시와 동시/전문수, 오하룡

역사라는 해안에 암각된 시적 이미지와 휴머니즘- 임신행

동심이라는 우주 그리고 리얼리티와 판타지-임신행

 

-신작동화

이혼 세탁소에는 -임신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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