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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남명교육정신 계승을 위한 경남 학생 백일장 장원수상자 작품

작성자sang125|작성시간14.10.14|조회수147 목록 댓글 4

남명 교육 정신 계승을 위한 경남 학생 백일장〉

(산문) 장원

산에 오르면

생초고등학교 2학년1반 정다운

지도교사 김현정 선생님

어쩐지 눈물이 날 것 같은 기분이다. 산에 오르는 건, 자신의 한계를 시험해 보고 싶은 것 보단 산이 주는 그늘 뒤에 숨어서 있는 것이 간절해지는 것을 의미했다. 적어도 나한테 있어서만큼은. 산이 주는 햇살 아래 느껴지는 대지의 포근함에 기분이 들떠 헐떡일 때면, 동시에 찾아드는 잔가지의 토닥임에 눈물을 왈칵 쏟아낼 것 같기도 했다. “괜찮아 정말 모든 것이 괜찮을 거야.” 그것이 내가 산을 찾는 유일한 이유였다.

나는 정말 좋은 환경에서 자랐다. 지리산이 건너다보이는 작은 동산 같은 산을 바로 우리 집 뒤에 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때로는 내 도피의 장소가 되기도 하였으며, 때로는 소꿉친구와 부모님 놀이를 한 장소가 되기도 했다. 18년의 반을 넘게 산에서 자라서 일까? 몸도 머리도 훌쩍 커버린 지금은 내 모든 걸 알고 있는 듯한 산에 오를 때마다 혼자 두런두런 이야기를 건네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어릴 땐 이 경사가 참 미웠는데, 여기서 멧돼지가 튀어 나오면 어떻게 하지. 알밤은 왜 이리도 보기 힘들어 라는 둥 마치 친구처럼 대하다 보면 선생님에게도 엄마에게도, 심지어 할머니에게도 하지 못했던 말을 꺼내게 했다.

중학교 2학년 무렵, 처음 왕따를 당했을 때 처음 산에게 눈물을 보인 뒤로 느낄 수 없었던 것들을 느끼게 되자, 나 요새 이러해서 힘들어 하고 고민을 상담하는 것이 당연스러운 일이 되었다. 지금까지도 산에 오를 때마다 묵혔던 이야기를 살며시 건네고 있다. 대답을 듣지 못해도 무엇을 말해 주는지 다 알 것만 같은 기분이다. 아마도 내가 느끼는 감정과 똑같은 마음이겠지. 코끝에서 훅 끼쳐오는 산이 주는 냄새가 대신 말하고 있으니까.

앞으로 내가 얼마나 더 산에 오를 수 있을 런지는 정말 미지수다. 다만, 이거 하나는 장담할 수 있다. 꽤 오랜 시간 찾지 않아서 토라진 체하며 초목이 무성한 그 가지로 머리를 헝크러트릴지라도, 또 가만가만 내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눈물을 쏟게 할 거란 것, 아낌없이 주고 싶은 자연의 마음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 말이다.

내일 또 다시 오를 산에게 이번에는 내 이야기 보단 산이 들려주는 바람소리, 산새 지저귀는 소리, 나뭇잎 살랑거리는 소리에 귀를 기울여 나무 기둥을 껴안고 종일 대화를 나눌 것 같다. 엄마와도 같은 허리에 고개를 파묻고, 아빠의 따끔거리는 턱처럼 부비면 따가울 것 같은 껍질에 뺨을 대며, 목마를 타는 것처럼 다리를 엮으면 세상 어디보다도 포근한 침대가 되겠지. 어깨를 기대오는 햇살에 힘을 입어 하염없이 내게 기댈 산을 생각하니 웃음이 난다. 산이 나에게 줬던 위로와 수많은 토닥거림을 이제는 내가 해야 할 차례가 되었다.

오르지 못할 나무, 아니 산을 쳐다보지 말라던 옛 말과는 달리 오르지 못하게 될지도 모르는 산이기에 더 끊임없이 바라보며 눈짓하고 손을 내밀어야겠다는 마음만 앞서는 오늘, 나는 또 산을 오른다.

남명 교육 정신 계승을 위한 경남 학생 백일장〉

(운문) 장원

바람 부는 날

덕산고등학교 2학년1반 오세영

지도교사 윤장석 선생님

살랑살랑 봄바람

달콤한 벚꽃 내음과 함께 불어오면

내 마음을 간질간질 간질이던

달콤한 당신의 사랑이 생각나고

시원한 여름바람

촉촉한 빗물냄새와 함께 불어오면

뜨거운 햇살에 지친 내 마음을 적셔주던

단비같은 당신의 미소가 생각나고

쓸쓸한 가을바람

외로운 낙엽과 함께 불어오면

우울한 가을 새 같던 내 마음도 이해해주던

따뜻한 당신의 눈동자가 생각나고

차디찬 겨울바람

내 마음을 얼리듯이 매섭게 불어오면

차가워진 내 몸과 마음을 따뜻하게 감싸주던

포근한 햇살같은 당신의 품이 생각나네

어쩌면 당신은 나에게 바람같은 존재였음을

늘 곁에서 내 옆자리를 항상 채워주던

그런 소중한 바람같은 존재였음을

어쩌면 당신은 나에게 소중한 바람같은 존재였음을

나는 이제야 당신의 소중함을 깨달았네

남명 교육 정신 계승을 위한 경남 학생 백일장〉

(산문) 장원

라면

덕산초등학교 2학년1반 김무재

지도교사 양순실 선생님

저는 꼬불꼬불 라면을 좋아합니다.

그렇지만 자주 먹지는 못합니다.

아빠께서 건강에 해롭다고 일주일에 한 번만 먹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매운 걸 잘 못 먹습니다.

내가 엄마 뱃속에 있을 때 엄마께서 매운 건 잘 못 먹어서 저도 잘 못 먹나 봅니다.

그렇지만 저는 라면이 너무 맛있습니다.

엄마께서는 저를 위해서 라면 스프를 조금 넣어 건강 라면을 끓여주십니다. 계란도 넣고 파도 송송, 이번 가을에는 송이 라면도 끓여주셨습니다. 꼬불꼬불 면이 탱글탱글 쫄깃쫄깃 합니다.

국물이 조금 매워도 밥을 말아 먹으면 후루룩 밥이 넘어 갑니다.

내 친구들은 편의점에서 라면을 자주 사 먹습니다.

얼마 전에 내 친구 경민이와 주빈이가 같이 라면을 나누어 먹으며 빨대로 쭉쭉 빨아 먹는걸 보았습니다.

친구들이 그렇게 먹는 걸 보니 정말 신기했습니다.

나도 집에 돌아와서 그렇게 해 보니 색다르고 재미있었습니다. 하지만 엄마께서는 ‘어의’ 하시면서 웃으셨습니다.

라면은 맛도 좋지만 친구와 우정도 만들어 주는 고마운 음식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내가 커서 정말 맛있고 재미있는 라면을 만들어 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남명 교육 정신 계승을 위한 경남 학생 백일장〉

(운문) 장원

고구마

덕산초등학교 2학년1반 김훈서

지도교사 양순실 선생님

우리 엄마 제일 좋아하는

군고구마 한 봉투

우리 아빠 퇴근길에

웃으며 들어오니

동생 누나 달려가서

아이구나 뜨거워서

입속에서 불이 나고

열 손가락 춤을 추네

그래도 우리 집엔

싱글 벙글 웃음꽃이

살며시 내려앉네

남명 교육 정신 계승을 위한 경남 학생 백일장〉

(산문) 장원

신천초등학교 6학년1반 이다은

지도교사 정효숙 선생님

감 감 감, 오늘은 엄마만의 일꾼이 되어 곶감 만들기에 돌입하였다. 효도를 하는 셈치고 하는 것이지만 사실, 나의 속셈은 엄마에게 용돈을 받기위한 계획이었다고도 말할 수 있다. 엄마한테는 “엄마가 안 그래도 아픈데 나라도 도와야지” 라고 말했는데 엄마가 이미 나의 속셈을 다 알고 있다는 듯이 한바탕 신나게 깔깔 웃으면서 넘어가셨다. 넘어가는 엄마를 붙잡고 얼른 감나무로 모시고 갔다. 엄마는 감을 따면서도 내가 했던 말이 아직도 우스운지 계속 깔깔대며 웃었다. 그렇게 계속 웃으니깐 그 모습이 웃겨서 나도 같이 웃었다.

엄마는 총 10박스를 만든다고 200개가 되는 감을 따자고 하였다. 백 자리수의 수를 듣고 난 후 입이 쩍하고 벌어지고 말았다. ‘어떻게 200개가 되는 곶감을 언제 다 따지?’ ‘오늘 감을 다 딸 수 있을까?’ 등 따기도 전에 힘든 생각만 잔뜩 들었다. 분명 12시쯤 따기 시작했는데 다 따고 난 후 집에 오니깐 오후2시 반에 도착하였다.

진짜 허리하고 다리 상관없이 다 아파 죽는 줄 알았다. 그 다음 베란다로 가서 힘들게 딴 감을 깎아 행거에 나란히 걸어 두었다. 다시 허리를 펴고 하늘을 바라보니까 벌써 해가 저물고 있었다.

한 달 가까이 말리고 난 후 보니 감이 살 쪼그려 들어 있었다.

엄마가 이제 살 접혀들 때 모양을 내는 거라고 말씀 하셨다.

모양을 또 시간 내서 다 만들고 나니까 모양이 제법 갖춰진 것 같다.

또 다시 말려 가지고 한 달 이상 말리니까 이제 포장만하면 다 완성된 것이라고 말하였다. 이제 한 땀 한 땀 힘들게 말리고 따고 했던 감들을 박스에 넣고 포장하니깐 뭔가 뿌듯하고 기분이 묘하게 좋았다.

이렇게 힘들게 따고 모양내고 말리던 감들은 도대체 어디에 가서 누가 먹을까? 내가 고생했던 만큼 결과가 좋아야 될 텐데…. 10박스다 팔렸으면 좋겠다. 그러면 엄마가 행복해하시고 기쁘하실텐데….

제발 잘 팔렸으면 좋겠다.

사람들이 맛있게 잘 먹었으면 좋겠다.

남명 교육 정신 계승을 위한 경남 학생 백일장〉

(운문) 장원

거울

아라초등학교 5학년2반 곽한일

지도교사 임상열 선생님

어느 날 거울에 비추어진

나를 보며 말한다.

“안 본 사이에 많이 컸구나.”

내가 내 머리를 쓰다듬는다.

거울을 볼 때마다 달라진다.

내 자신을 볼 수 있는 거울

내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거울

반짝반짝 빛나는 거울로

내 자신을 뒤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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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김문주 | 작성시간 14.10.14 최상일 선생님, 글도 올려 주시고... 감사합니다.
  • 작성자김재순 | 작성시간 14.10.15 이 긴 글을 올려 주시느라 정말 애 많이 쓰셨습니다. ^^
    감사합니다. ^^
  • 작성자이 림 | 작성시간 14.10.15 최상일 선생님 수고 많으셨습니다!
  • 작성자김재순 | 작성시간 14.10.15 깨알같이 잔잔한 학생들의 글을
    늦은 시각까지 워드작업하시어 카페에 올려주신 상일 선생님, 정말 고맙습니다.
    아직도 건강 관리에 힘쓰셔야 하는 줄 알고 있는데.
    모두 바쁘다 바쁘다 하시니
    선뜻 맡아주신 그 고마움 우찌 다 말로 하것습니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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