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좋은 동시 [ 총 10편] | |||||
한국동시문학회 | 2023년 10월 | ||||
총괄부회장 | 박혜선 | 선정위원장 | 이묘신 | 선정위원 | 고영미, 김미라, 전자윤 |
가는 귀와 오는 귀
고정선
할아버지와 전화를 했다
-할아버지, 나아 헬로 카봇 사주세요
-헬로우? 사랑해? 나도 사랑해
전화 끊고 갸우뚱
고개 흔드는 나에게
아빠가 하신 말씀
할아버지는 가는 귀를 먹어서 그래
할아버지,
아무거나 드시면 안 돼요
담에는 꼬옥
가는 귀 드시지 말고
오는 귀를 드세요
-《동시 먹는 달팽이》 (2023 가을호)
콩알 다섯 개
김가연
콩꼬투리 속
콩알 다섯 개.
콩콩콩콩 튀어나와
마당에 모였는데,
어라, 막내는
어디 갔지?
엄마 껌딱지
콩깍지에 착 붙어 있네.
-《아동문학평론》 (2023 가을)
바람 조각
김물
바람을 싣고 떠나는 기차
기차가 떨어뜨린 바람 몇 개 주워 넣은
내 옷 속이 불룩
-『오늘 수집가』 (2022 창비)
이불
김성민
이제 매미 이불은
귀퉁이 네 곳 끝 맞춰
고이 개켜 넣어두고
귀뚜라미 이불
활짝 펼쳐 꺼내 놓읍시다
아버지 어머니가 덮으시게
할머니도
찌르르 찌르르
조금 덜 서늘하시게
-《동시발전소》 (2023 여름)
할머니 집
박정우
할머니 마을에 가면
할머니 닮은 집들이 누워 있다.
반들거리던 대청마루에는
참새 몇 마리 낮잠을 자고
노오란 은행 씨알 벗 삼아
울밑에 국화꽃이 환하게 폈다.
잡초들이 살고 있는 담장 옆에는
빈 단지들의 합창소리도 들리지만
이따금 지나가는 트럭장수 소리에
두 귀를 쫑긋한다.
-《한국문학인》 (2023 가을)
이정표
서향숙
산에도
허수아비가
산다.
이 쪽 저 쪽
손을
쫘악 펼치고
-길 잃으면 안 돼요!
손짓으로 알려주는
허수아비.
-『포도송이가 부른다』 (2023 아꿈)
세 눈 인형
우점임
할머니가 만들어 준
세 눈 인형
“할머니, 눈을 왜
세 개 달았어요?”
이쪽, 저쪽
잘 살펴보라고
두 개 달았지!
“가슴에
달린 눈은요?”
응, 그건
마음 읽어내는 눈이지.
-『지구를 꺼 볼까』 (2023 고래책빵)
소문
이옥근
집 나간
말들이
되돌아왔다
빛의 속도로
두 배나 살찐
뚱뚱보 되어
-《문장웹진 콤마》 (2023 8)
되돌아온, 초대장
전수완
내가 보냈던
초대장에
빠뜨린 게 있다며
가을이
답장을 보내왔어요
‘아래를 채우면
곧 찾아갈게요.’
가을을 초대합니다 •날짜: •시간: •장소: |
-《동시 먹는 달팽이》 (2023 가을호)
불량배가 왔다
차경아
클 때는
그런 배가
아니었다는데
멍들고
찍히고
살 떨어져
집으로 왔다
택배 상자에서
꿀물 뚝뚝 흘리면서
나온다
《동시마중》 (2022년 3·4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