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국제사회 "법적 근거 불명확… 인권법 위반" 반발
미군, 카리브해 의심 마약선 또 공습… 선원 3명 사망 < 정치 < 기사본문 - K뉴스통신
[K뉴스통신=박정길 기자] 미국 국방장관 피트 헤그세스가 11월 1일(현지시각) 늦은 밤, 미군이 카리브해에서 '의심되는 마약 밀매 선박'을 공격해 선원 3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이 공격은 최근 몇 주간 이어진 유사 작전의 연장선이라는 점에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헤그세스 장관은 소셜 플랫폼 X(옛 트위터)에 "오늘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전쟁부는 카리브해에서 지정 테러 조직이 운영하는 마약 밀매선을 타격했다"고 적었다. 그는 "공격 당시 선박에는 남성 테러리스트 3명이 탑승 중이었고, 모두 사망했으며 미군 피해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가 함께 공개한 영상에는 고속으로 이동하는 선체와 이어지는 강한 폭발이 포착됐다. 헤그세스는 "이 마약 테러리스트들은 미국인을 중독시키려 하지만 결코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며 "국방부는 이들을 알카에다를 다루었던 것처럼 추적하고 제거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공습은 트럼프 행정부가 9월 이후 국방부에 마약 밀수선을 공격하라고 지시한 일련의 군사작전 가운데 하나로, 이 작전으로 최소 64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이 불법 마약의 유입 차단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워왔지만, 일각에서는 이러한 작전이 중남미 반미 정권을 압박하기 위한 정치적 행보라는 분석도 나온다.
헤그세스 장관은 공격 대상이 된 선박이 '지정된 테러 조직'의 소유라고 주장했지만, 구체적인 단체명은 밝히지 않았다. 그는 해당 선박이 국제 해역에서 마약을 운반 중이었다고 덧붙였으나, 이를 입증할 증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헤그세스가 1일 밤 발표한 자료에는 식별이 어려울 정도로 흐릿하게 처리된 선박이 해상에서 이동하다 폭발하는 장면의 17초 분량의 영상이 함께 포함돼 있었다.
의회·국제사회 "법적 근거 불분명"
트럼프 행정부는 이런 군사 행동을 '마약 테러리스트'를 겨냥한 정당한 자위조치로 주장하지만, 비판의 목소리는 거세다. 국내 여론도 대체로 부정적이다.
지난 10월 30일 열린 의회 비공개 브리핑 후, 여야 의원들은 "명확한 법적 근거가 없다"며 공세를 폈다. 하원 군사위원회 소속 제이슨 크로우 의원은 "해외에서 군이 치명적 무력을 사용하는 이유와 판단 과정을 전혀 알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해외의 반응도 첨예하다. 2일 BBC에 따르면, 콜롬비아의 구스타보 페트로 대통령은 이번 공격을 "살인 행위"로 규탄하며 "미국이 라틴아메리카를 지배하기 위한 수단으로 군사력을 이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역시 "워싱턴이 전쟁을 조작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두 좌파 지도자와 트럼프 행정부의 대립은 빠르게 격화하고 있다. 페트로 대통령의 발언 직후 미국은 그와 측근들에게 제재를 부과하고, 콜롬비아를 '마약과의 전쟁' 주요 동맹국 명단에서 제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베네수엘라에 대한 군사 행동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의회의 동의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부 의원들은 "대통령의 선박 공격 결정에도 의회의 승인권이 적용돼야 한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법률 전문가들도 "이러한 공격은 국제법상 불법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한다.
유엔 인권최고대표 볼커 튀르크는 31일 성명을 통해 "미군의 연속적인 공격으로 60명 이상이 사망했다"며 "이는 국제인권법 위반이며, 인명 피해 누적은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사전 승인제' 논란, 군-의회 갈등 커져
한편, 미 국방부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실이 최근 국방부 직원들에게 의회와 접촉하기 전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하는 주제들의 포괄적 목록을 배포했다고 CNN이 2일 보도했다. 이번 지침에 정통한 관계자들에 따르면, 해당 목록에는 모든 '민감한 군사 작전'을 비롯해 라틴아메리카 인근에서 마약 밀매 선박으로 의심되는 표적에 대한 미군의 공격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목록에는 국가방위전략, 예산 계획, 미·영·호 안보협력체(AUKUS), '하바나 증후군' 등 주요 현안을 폭넓게 통제하는 내용도 담겨 있어 사실상 국방부의 대외 소통을 전반적으로 제한하려는 조치로 해석된다. 국방부는 "내부 정보 관리 강화를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지만, 의회 측의 반발은 즉각적이었다.
군사위원회 의원들은 헤그세스 장관에게 공식 서한을 보내 "작전 관련 설명과 법적 자문이 부족하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공화당의 돈 베이컨 의원은 X(옛 트위터)에 "이번 정책은 아마추어적이며, 장병들이 의원과의 접촉을 두려워하게 만든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의회와의 소통은 투명성의 출발점이자 군 신뢰의 근간인데, 지금의 규정은 군과 의회 사이에 벽을 세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헤그세스 장관은 연초 발생한 군사기밀 유출 사건 이후 국방부의 대외 소통을 지속적으로 제한해왔다. 이에 따라 일부 기자들이 출입을 포기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이번 '사전 승인제' 도입은 군사작전의 불투명성 논란을 더욱 증폭시키며, 향후 의회와 행정부 간 갈등의 새로운 불씨로 떠오르고 있다.
출처 : K뉴스통신https://www.knewstv.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