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자립생활'의 적용방안
현재 한국의 현실을 감안할 때, 어떠한 실천방안이 자립생활패러다임에 적절한 것인가. 다음과 같은 방안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첫째, 장애인복지서비스 전달체계의 기능을 자립생활패러다임에 입각하여 전환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현재 한국의 전달체계는 크게 두 측으로 나뉘어 있다. 생활시설(구 수용시설)과 지역사회재활시설(복지관, 구 이용시설)이 그것이다. 그 중 생활시설은 최근 단순한 수용의 기능에서 탈피하기 위해 재활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과정에 있는데 바람직한 일이다. 다만, 장애인이 문화적, 사회적 경험을 하는 데에 그치지 말고, 자립능력을 강화하거나 지원체계를 갖추어 자립생활이라는 성과가 달성되는 것을 목표로 프로그램 내용이 구성되어야 할 것이다. 물론, 자원의 제약이 있겠지만 당장은 큰 효과를 보이지 못한다 할지라도 시작하는 단계에서 올바른 방향이 설정되어야 한다. 또한, 지역사회재활시설에서는 자립생활서비스를 주요 서비스체계로 재편할 수 있다. 현재의 지역사회재활시설의 사업은 주로 치료와 교육, 훈련이 대부분을 구성하고 있다. 전통적인 재활패러다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복지관의 치료, 교육, 훈련 기능은 특수교육 부문, 의료 부문으로 과감히 이전하고, 재가복지 서비스 부문을 강화해야 한다. 그러나 재가복지가 현재와 같이 보호(care)의 성격에 머무르지 말고, 환경에 도전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각종 자원을 동원해 주고, 제한된 환경과 부족한 자원을 권익옹호의 차원에서 해결해 주는 보다 진전되고 적극적인 형태로의 강화가 요구된다. 복지관을 재활훈련시설에서 탈피시키는 것이다.
둘째, 장애인에 대한 서비스가 사업단위별 접근보다는 개인별 접근방식을 취하도록 한다. 현재의 서비스 방식은 추정되거나 조사된 욕구에 맞는 서비스를 구성하여 놓으면 장애인이 참가하는 형태이다. 자연히 그러한 서비스가 포괄해 내지 못하는 장애인의 욕구에는 대응하지 못하게 된다. 개별적인 장애인이 욕구에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의 변화를 이끌어 낸다. 물론, 장애인 시설이 종합적인 시스템을 갖추고 있을 수는 없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장애인시설은 장애인에게 활용되거나 서비스 받을 지원체계를 연결해 주고 지지해 주는 역할을 하게 된다. 미국의 자립생활센터가 포괄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되어 있는데, 모든 부문의 서비스를 직접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외부 자원체계에 적절하게 연결하고 지원해 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결국, 특수한 기능의 강화라든가 한정된 부문의 문제를 해결해 주는 역할에서 장애의 일상적 삶의 개선을 위해 총체적인 접근방식으로 개인에게 지원하는 역할로의 전환을 얘기하는 것이다.
셋째, 장애인시설의 운영에 장애인이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한다. 현재 장애인복지관은 운영위원회를 둘 수 있는데, 운영위원회의 과반수가 장애인으로 구성 되게 한다. 또한 복지관에서 재활계획서나 자립생활계획서를 작성할 경우 장애인 당사자의 동의가 있게 한다.
넷째, 자립생활서비스 중 동료간상담은 큰 예산 부담 없이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다. 일반적으로 장애인에 대한 상담은 재활전문가에 의해서 이루어진다. 그러나, 장애인에게 동료간 상담은 보다 효과적인 경우가 많다. 유사한 경험을 한 동료의 지원은 보다 강력한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기존의 상담체계를 동료간 상담으로 상당부분 개편시킬 수 있다. 일정정도 소양을 쌓을 수 있는 양성과정을 통해 동료상담가를 양성하여 진행한다면 더욱 효과적일 것이다.
다섯째, 개호서비스를 가능한 조건에서 실시해야 한다. 장애인이 자립된 생활을 영위하는 데 있어 개별적인 도움은 필요하다. 미국이나 일본의 경우 자립생활에 있어 개호서비스는 필수적이다. 우리 나라는 현재 전혀 실시되지 못하고 있고, 단지 도우미(자원봉사)를 활용한 일시적이고 부분적인 서비스만 제공되고 있다. 선진국의 경우 개호인을 파견해 주거나 장애인에게 수당을 지급하여 자신이 만족하는 개호인을 선택할 수 있는 지경에까지 이르고 있지만 현재로서 한국에서는 요원한 얘기이다. 다만, 초보적인 단계로서 도우미 체계를 좀더 강화하고, 일부 개별부담 일부 정부부담의 형태로 개호서비스를 실시할 수 있다. 개호서비스는 파급력이 있는 서비스다. 개호서비스를 받는 장애인은 생활의 질이 달라지고, 활동범위도 확대할 수 있다. 그에 따라, 장애인의 삶에 제약을 가하는 환경요소들의 부적정한 면이 잠재되어 있다가 새롭게 부각되게 된다. 이렇게 문제가 제기되기 시작하며 문제해결의 필요성이 대두되게 된다.
여섯째, 자립생활 모델을 연구하고 보급하는 활동이 필요하다. 자립생활의 종주국인 미국과 최근 발전과정에 있는 유럽, 일본 등의 경험과 성과에 대해 연구하고, 또한 정책담당자, 종사자, 장애인 당사자를 대상으로 자립생활의 이념과 내용에 대한 교육이 실시되어야 한다.
일곱째, 시범적으로 자립생활센터를 설립할 필요가 있다. 기존의 시설은 성격과 기능이 고착화되어 성격변화가 어려울 수 있다. 그러므로, 선구적으로 전형적인 자립생활센터를 설립하고 그 성과를 쌓아 가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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