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한 점을 통하여 볼 때, 자립생활은 한국에서 다음과 같은 함의를 갖게 된다.(김동호, 1999)
첫째, 자립생활의 이념은 장애인의 인권의 의미를 새롭게 한다. 우리 나라는 장애인에 대한 사회의 인식이나 정책적 입장이 시혜의 성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불쌍한 사람들을 위한 국가적, 사회적 배려'의 측면에서 장애인의 욕구가 다루어지는 한계를 아직까지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정책, 전달체계, 서비스, 제공자, 그리고 장애인 당사자에까지 뿌리 깊게 남아 있는 현상이다. 자립생활은 인간으로서의 주체성을 강조하지 않고서는 성립될 수 없다. 미국의 공민권운동의 연장선상에서 자립생활이 발전되어 왔듯이, 자립생활은 일상적이고 정상적인 생활을 누리는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권리를 확보하자는 구체적이고 적극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다. 그러므로, 자립생활을 통하여 장애인의 문제가 인권의 문제임이 부각되고 구체적인 해결의 전망이 제시되게 된다.
둘째, 자립생활은 장애인의 정상적인 생활이라는 명제에서 출발하며, 삶 전체에 관심을 가진다. 즉, 자립생활의 관점은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생활의 문제의 해결에 맞춰진다. 그간 한국에서 장애인에게 제공되는 서비스는 장애인의 신체적·정신적인 능력을 어떻게 향상시킬 것인가에 주로 관심을 가졌다.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자기 개성에 의해 일상적이고 다양한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 어떠한 환경을 구축할 것인가. 장애인의 능력이 발휘되기 위해 어떠한 지원이 필요한가에 대해서는 관심을 가지지 못했다. 한국의 각종 장애인복지정책과 서비스들은 장애인에게 있어 부분적이고 특수한 문제를 산발적으로 해결하려는 접근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서로 연계되지 못한 단편적인 정책의 조합의 형태 그리고 개별화되지 못하고 일괄적인 대응방식이 한국 장애인복지정책의 모습이다. 자립생활운동의 추진은 실질적인 욕구와 절실한 사람에게 효율적으로 대응하는 개별화된 전략으로서, 또한 다양한 일상적인 삶을 장애인이 누리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 지에 대해 정책적 관점이 전환되는 계기를 제공하게 된다.
셋째, 한국의 장애인정책 형성과 전달체계에서 장애인 당사자의 권한부여와 주도적인 참여가 이루어지지 않는 현실을 개선시킬 수 있다. 이는 한국에서도 최근 많이 언급되고 있는 소비자주권, 당사자 중심 등의 새로운 이념 등과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이념들이 여전히 전문가 또는 비장애인의 입장에서 얘기되고 있는 측면이 있는데 비해, 자립생활은 장애인에게 권한를 부여(empowerment)해야 한다는 보다 적극적이고 강력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장애인에게 권한을 부여한다는 것은 결정과정에의 참여와 장애인에 의한 프로그램 운영, 장애인 당사자의 의견존중 등 구체적인 서비스과정에 장애인이 참여하는 것으로, 기존의 인식과 태도, 서비스내용의 전환을 요구하게 된다. 다시 말해, 현재 실시되고 있는 장애인 관련 각 기관과 단체의 사업의 기본방향과 성격, 그리고 그 운영방법의 재설정이 요구되게 된다.
넷째, 자립생활 패러다임은 중증장애인들의 특별한 요구에 응답하려는 노력이라는 점에서 경증장애인 위주로 서비스가 이루어지는 우리 나라의 실정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자립생활에서는 개호서비스(personal assistance service) 등 중증장애인에 대한 지원서비스가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중증장애인을 위한 서비스 전략을 세운다는 것은 장애인복지의 핵심을 관통해 가는 것이다.
다섯째, 자립생활은 장애인 당사자의 자각이 전제가 되어야 한다. 장애인이 정책적 시혜의 그늘에서 안주하기 보다 자기주권과 역할의 중요성을 깨달음으로써 자립생활을 성취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 나라 장애인들은 아직까지 수동적인 태도나 지엽적인 이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자립생활은 전장애영역을 포괄하는 보편적인 실천전략을 제시하므로, 장애인운동의 보다 체계화된 신념체계로서 자리잡을 수 있다.
다음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