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탈 의료화/탈 시설화
탈 의료화라는 개념을 자칫 잘못 이해하면 의료적인 서비스가 불필요한 것이라 인식될 수도 있다. 현실적으로 후천적 장애든 선천적 장애든 장애인들은 일반인들 보다 전문적인 의료서비스나 정기적인 서비스를 받아야 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여기에서 문제시되고 있는 것은 의료모델/재활에 대한 개념과 이러한 개념이 의사나 관련전문가가 중심적인 의사결정자의 역할을 하고 그것을 수동적으로 받아드려야 하는 장애인과의 상하관계의 역할구조이다.
이는 의료적인 치료의 중요성을 배제한다는 견해보다 사회통합과 일반화의 목적으로 가는 과정에서 의료적인 서비스는 신체적 회복을 위한 과정이며 의료 서비스가 끝난 후에도 지역사회나 가정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다시 시설로 돌아가는 상황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었다. 탈 시설화와 탈 의료화는 서로 밀접한 상호관계를 가지고 있다. 즉, 의료모델에서 문제시되었던 환자의 수동적인 역할이 장애인 시설에서도 지속되고 더 나아가 시설은 개인의 사생활이 보장되지 않고 단체적인 행동이 요구되어 궁극적으로 장애인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주된 원인이었다는 것이다(Rubin & Roessler, 1995). 물론 시설의 주된 기능은 장애인 가족이나 지역사회가 보호하지 못하는 장애인에게 일정한 주거서비스를 제공했던 긍정적 요소도 있다. 그러나 더불어 사는 통합사회를 추구하는 측면에서 보면 기존의 시설은 장애인을 지역사회와의 통합으로 가는 길을 멀게 할 뿐 이라는 인식이 지배적 이였다.
탈 시설화가 실현되고 있는 미국에서는 장애인의 사회로의 전환을 활성화시키기 위하여 재활병원에 직업재활사(상담사)가 근무하고 있다. 직업재활사는 재활 치료가 어느 정도 진전된 장애인에게 새로운 직업에 대한 진로과정 상담을 위하여 심리, 직업평가 등을 실시하며 장애로 인해 있을 수 있는 직업에 대한 상담을 실시한다. 또한 직업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재활공학에 대한 정보도 제공하고 있다. 아울러 직업생활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되는 장애인에게는 독립생활센터에 연결을 시켜주며 장애로 인해 생계에 타격을 받고 있는 장애인에게는 장애수당을 받을 수 있도록 사회복지사와 같이 공동작업을 실시하고 있다. 따라서 대부분의 장애인들은 적절한 전환 계획이 이루어 진 후에 퇴원을 하고 있다
탈 의료화/탈 시설화는 분명 우리가 지향해야 할 방향임에는 분명하다. 하지만 미국에서 독립생활의 기반을 제공한 두 가지 개념들을 진정 우리 현실에서는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하는 문제이다. 다시 말해 우리나라에 살고 있는 장애인들이 갈 수 있는 시설이 많았던 적이 있었는가라는 것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우리나라의 생활시설, 직업재활시설, 장애인복지관, 의료시설 등은 아직까지 장애인에게 양적으로도 만족스러운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또한 그나마 그러한 시설들은 대부분 선천적 장애나 발달 장애인들에게 집중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독립생활의 주 대상자인 지체장애인에게는 만족스러운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장애인복지시설의 공급은 절대적으로 부족하며 그나마 그중 주요시설의 1/3은 서울에 집중되어 있어 지역간 불균형도 심각한 수준이다 (정무성, 2001).
미국의 경우에도 시대적인 흐름으로 인해 다양한 장애인의 욕구를 만족시켜줄 수 있는 시설은 가능하지 않았기에 탈 시설화가 추진되었지만 현실적으로는 시설을 운영하는 비용의 문제와 나날이 늘어가는 후천적 장애인을 수용하는 시설을 제공하기에는 시설설비가 역부족 이였기 때문이다. 즉, 계속적인 시설 설비는 비현실적이고 비효율적 이였다 (Crewe & Zola, 2001). 우리 나라에서도 시설이 턱없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시대적으로나 현실적으로 자립에 역행하는 장애인생활시설을 새롭게 지원하는 것은 현명하지 않다고 본다. 장애의 특성상 자립생활의 주 소비자인 지체장애인을 위해서는 시설의 증대보다는 독립생활을 도모할 수 있는 프로그램과 전달체계가 더 현명하고 절실한 욕구라고 본다. 따라서 대형 장애인생활시설보다는 지역사회 내에서 생활하며 자립능력을 배양할 수 있는 소규모 그룹 홈을 설치하는 방안이 고려되는 것도 현재 우리의 상황에 더 적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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