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떠났습니다.
늘 마음으로만 떠나곤 하던 길을.
2006년, 올해엔 행동으로 실천하려고
가보고 싶었지만 가지 못했던 가까운 그 곳으로 차를 몰았습니다.
고뇌와 우수를 동경하던 소녀적에 가보곤 처음이라 네비게이션을 벗 삼아 천천히 갔습니다.
옛날보다 훨씬 더 넓어져 F1 드라이버처럼 폼나게 달리고 싶어지는 도로와
촌티를 풀풀 풍기는 시골 색시가 알록달록 양장한 채 어색하게 서 있는 모습이 연상되어지는 거리 풍경,,,
많이 달라져 있었습니다.
그래도 떠났다는 것에 마음은 마냥 설레었습니다.
비록 가까운 거리지만 드디어 행동을 시작했다는 것에 내 자신이 장하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속세는 눈이 부시게(?) 달라져 있었지만 그곳은 예전의 모습 그대로였습니다.
마치 내가 올 것을 알고 있었다는 듯이,
내가 옛 모습이 그리워 떠나온 것을 알고 있다는 듯이
그렇게 그모습 그대로,
그 자리에 있었습니다.
보여지는 모든 것들이
닳은 듯 하지만,
낡은 듯 하지만,
고풍스럽고,
은근한 향기를 지닌채,
그래서 마음에 평안을 주는,
거기에선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이 너무나 자연스러운,
예전의 그모습으로 그 자리에 있었습니다.
지붕을 버티고 있는 육중한 서까래 하나하나,
화려의 극치를 보여주는 단청,
모두 같은 듯 하지만 서로가 다름을 뽐내는 창호의 아름다운 문양들,
수세기의 수령을 자랑하는 한그루 한그루의 나무들,
발 밑에 굴러다니는 돌멩이까지,
나보다 더 오랜 세월을 고난의 현생에서 버텨 왔음을.......
지금은 안거에 들어갔지만
지음 받은 그 시절엔 인생의 향기를 잔잔한 바람결에 날려 보냈을 동종,
그래도 아직까지 끝없는 울림을 가슴에 간직한채 우리에게 인생무상을 가르치고.
단청이 아름다운 처마끝에서
바람따라
마음따라 울음우는 풍경들.
스스로 만들어 놓은 울안으로 들어가 마음의 빗장을 지르고
세속을 떠난 사람들.
한발만 내딛으면 속세인데....
현란한 세속에서의 외로움은 고독이 되어 날 힘들게 하지만
그 곳에서의 적막은 평안이 되어 내게 위로를 주고
그곳에서 느껴지는 고요는
내게 선물로 주어지는 안식임을 알았습니다.
혼자 있어 눈물이 부끄럽지 않았고
혼자 있어 시간 속을 헤매지 않아도 되었고
혼자 있어 공간을 나누지 않아도 되었던 그 여유로움.....
혼자 있어 끝가는데 모르게 침잠 할 수 있었던 사색의 순간들.....
그곳에선 혼자가 축복이었습니다.
그 자리에 혼자 있었던 난, 그래서 축복받은 자였습니다.
댓글
댓글 리스트-
작성자김은애 작성시간 06.03.29 숙경이가 왜 말달리자가 생각나나 했더만...ㅎㅎㅎ그림이~~~나도 같이 달리자~~ㅎㅎㅎ 그런데 글솜씨가 장난아니게 예술이십니다~~ 부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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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춘영 작성시간 06.03.29 좋은글 공유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저도 덩달아 마음이 깨끗해 지는 기분입니다. 아..............왠지 모를 전율이 온 몸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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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루이스(현승미) 작성시간 06.03.29 와..문학가이십니다...어쩜 글을 이렇게 잘 쓰실까...떠나고싶을때 떠나는 사람이 젤 부럽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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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손수연 작성시간 06.03.29 뭄*타즈! 실행에 옮기는 그대가 부렵기만 하네...만나면 얘기 더해줘~금요일 꼭 하느냐고 스승께서 전화 확인 하드만.....그대 그날 올거지? 기다릴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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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라퓨타(창동일) 작성시간 06.03.29 묘사가 너무 좋네요.. 은퇴 후에 좋은 취미(글쓰기)로 보내시면 좋으시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