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문제는 제가 임의로 문제를 만들어 후배에게 과제로 준 것입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먼저 알아야 할 지식들이 있습니다.
우선 통사적합성어와 비통사적합성어의 차이를 알아야 합니다. 이 보기들과 관련해서는 용언의 어간에 바로 용언이 결합한 것이 비통사적 합성어, 어간 사이에 연결어미가 결합한 것이 통사적 합성어일 것입니다. 다음과 같이 나눌 수 있습니다.
1.비통사적 합성어 : 용언어간+용언, 예)오르내리다, 붙잡다, 굶주리다 등
2.통사적 합성어 : 용언어간+연결어미+용언, 예)돌아가다, 살펴보다, 가려내다 등
자세한 내용은 바른국어생활과 문법을 참고하기로 합니다.
그 다음 '나아가다'와 '나가다'를 봅니다. '나아가다'는 '앞으로 향함'을, '나가다'는 '밖으로 진행함'을 뜻한다는 정도는 쉽게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왜 어떤 것은 '나아-'이고 어떤 것은 '나-'일까요? 왜 또 뜻이 다를까요? 이런저런 추측은 해볼 수 있지만 벌써 섣부른 결론을 내려서는 안 됩니다. 여기서 꼭 할 일은 사전찾기입니다. 분명 다른 뜻과 다른 표기를 가지고 있는 두 단어를 당연히 사전에서 찾아봐야 합니다. 그래도 이렇게 추측해 볼 수 있습니다.
가정 1. '나아가다'와 '나가다'의 '나아-'와 '나-'는 같은 용언에서 어미 결합형태만 달리하여 만들어진 복합어들이고 그 결합형태만큼 뜻도 갈라졌다.
가정 2. '나아가다'와 '나가다'의 '나아-'와 '나-'는 다른 단어이니 당연히 의미도 다르다.
자, 그럼 사전을 보겠습니다.
나아-가다
〔-가, -가니〕「동」【…으로】「1」【…에】【…을】 앞으로 향하여 가다. 또는 앞을 향하여 가다. ¶그는 아무나 만날 수 있을 때까지 앞으로 나아가기로 하였다.//관직에 나아가다/나라에 충성하고, 부모께 효도하고, 싸움에 나아가 물러나지 않고, 친구를 사귀되 신의로써 한다.//한 걸음을 더 나아가 왼쪽으로 돌아라.§ 「2」일이 점점 되어 가다. ¶계획대로 나아가다.§ 「3」목적하는 방향을 향하여 가다. ¶이것이 앞으로 우리가 나아갈 방향입니다.§ [<나가다<용가>←-+-아+가-]
나-가다〔-가, -가니, -가거라〕「I」「동」&「1」【...에】【...으로】「1」【...을】일정한 지역이나 공간의 범위와 관련하여 그 안에서 밖으로 이동하다. ¶조용히 있고 싶으니 모두 마당에 나가서 놀아라.//학생들은 수업이 끝나자 모두 운동장으로 나가서 공을 차며 놀았다.//감기가 들었을 때는 문밖을 나가는 것을 삼가는 것이 좋다./휴일에 유원지를 나가면 사람이 너무 많아 고생한다.§ ~~~「반」 &<1><1>들어오다&〔1〕〔1〕. [나가다<월곡>←나+아+가] |
'나가다'는 워낙 뜻이 많아서 첫째 뜻 이하는 다 생략했습니다. 이 사전을 보는 순간 제가 정리를 하지 않더라도 여러분은 이 둘의 차이를 금방 알아채셨을 것입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어원입니다. 표준국어대사전은 15세기 형태뿐 아니라 그 당시 말의 형태소 분석까지 해줍니다.
나아가다 - [<나가다<용가>←-+-아+가-]
나가다 - [나가다<월곡>←나+아+가]
'나아가다'는 '-'에 연결어미 '-아'가 결합했고 '나가다'는 '나-'에 연결어미 '-아'가 결합한 복합어입니다. 즉, 이 둘은 각각 -'과 '나-'에 '가다'가 결합한 말이고 두 단어 모두 통사적 합성어입니다. 나가다가 통사적 합성어라는 데 의아할 수도 있지만 '나-'에 연결어미 '아'가 결합하면 필연적으로 '나가다'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집에 가'에서 '가'에는 어미 '아'가 결합한 형태임을 알 수 있습니다.(모르시면 안 됩니다.^^;;) '가-+-아=가'에서 '가'의 'ㅏ'가 탈락했다고 보는 것이 더 설득력 있습니다. 이 부분은 여기서 설명하지 않고 넘어가겠습니다.
그럼 여기서 끝난 걸까요? 여기서 끝내선 안 됩니다. '-'와 '나-'도 찾아봐야 합니다. 우선 '-'. 'ㅿ'은 현대국어에 없으므로 사전에서 찾을 수 없습니다. 여기서 기억해야 할 것, 잇다, 긋다, 젓다 등의 용언들은 모음어미 앞에서 'ㅅ'이 'ㅿ'으로 활용했다가 현대에서는 탈락을 해 '이어, 그어, 저어' 등으로 활용합니다. '-'도 '낫다'에 '-아'가 결합하여 아'가 되었다가 현대에서 '나아'가 됐을 것입니다. 그럼 '낫다'를 찾아보겠습니다.
낫다04
「동」『옛』'나아가다'의 옛말. 모음으로 시작하는 어미 앞에서는 '-'이나 '나-'로 나타난다. ¶오직 낫고 믈룸 업수미 일후미 不退心이라≪능엄 8:18≫/그 持地菩薩이 座로셔 니르샤 나 드러 부텨 샤≪석상 21:18≫. §
중세에는 '낫다'만으로도 '나아가다'의 뜻이 있었나 봅니다. 지금은 오로지 '가다'와 결합한 '나아가다'의 형태에만 한정되어 쓰입니다. '낫다' 옆의 04는 '낫다'와 동음이의어가 몇 개 더 있다는 뜻입니다. (병이) 낫다나 (내가 너보다) 낫다의 의미가 동음이의어들입니다. '나다'의 사전찾기는 생략하겠습니다. 결국 위의 가정은 2번이 맞는 것입니다.
왜 그토록 사전을 강조하는지 여러분께 또 다시 강조하는 예입니다.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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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나민영(4) 작성시간 07.02.28 으음~~~~~~~ 깊은 시름 하는 깊은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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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우진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07.03.08 중요한 오타 포함, 내용을 일부 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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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洪基珠(동문) 작성시간 07.03.25 재밌네요. 통사적 합성어죠 결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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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홍채원(3) 작성시간 07.06.03 휘유~~ 나는 진정 국어학으로 논문을 낼 것인가 고민하던 중인데....정말 정말 부족함을 느끼고 방향을 전환하려던 중인데.... 한숨만 나오니 어찌하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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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李海潛(동문) 작성시간 07.06.05 연결어미가 '-아' 고넘 때문에 통사적 합성어란 말이군요. 한번 머리에 넣으면 안 잊어먹는 알약이 있으면 좋겠어요.ㅋㅋ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