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아름다운 우리말

말밑 / 불땀

작성자지현♡4|작성시간08.06.20|조회수366 목록 댓글 1

말밑 (명사 : 어떤 단어의 근원적인 형태. 또는 어떤 말이 생겨난 근원)



  지은이가 치른 대학입시의 마지막 관문은 면접이었다. 내 차례가 되어 잔뜩 긴장해 교수님들 앞에 앉았는데 질문이 떨어졌다. “자네, 좌우명이 뭔가?” 그런게 있을 턱이 없는 나는 순간 망설였다. 사실대로 없다고 말하면 점수를 깎일 것이 분명 할 터, 그때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아니 머릿속에 떠오르는 동시에 입으로도 나왔다. “‘오는 주먹은 받아쳐라’입니다.” 그때 교수님들의 반응이 미소였는지 조소였는지 아니면 실소였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오는 주먹은 받아쳐라’는 그 이후로 내 진짜 좌우명이 돼버렸다. 세상과 언제든 맞장을 뜰 준비가 돼 있다, 이런 뜻인데, 좌우명치곤 그럴듯하지 않은가. 대결(對決)이라는 뜻의 맞장은 맞짱으로 쓰는 경우도 있는데, 둘 다 사전에는 올라 있지 않다. 북한에서는 맞장이 ‘마주쳐 만나는 것’을 가리키는 말로 쓰인다.

  좌우명(座右銘)을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자리 오른쪽에 새긴 것’인데 그 유래는 이렇다. 중국 춘추시대, 공자가 제(齊)나라 환공(桓公)의 사당을 찾았다. 거기에는 신기한 그릇이 하나 있었는데, 밑에 구멍이 뚫려 있음에도 불구하고 물을 어느 정도 부어도 전혀 새지 않다가 7할이 넘게 차면 밑구멍으로 물이 몽땅 새어나가 버렸다고 한다. 공자는 생전의 환공이 이 그릇을 책상 오른쪽에 두고 과욕과 지나침을 경계했다는 말을 듣고 제자들에게 “공부도 마찬가지다. 다 배웠다고 교만하면 반드시 화를 입게 마련‘이라고 가르친 뒤 집으로 돌아가 똑같은 그릇을 만들어 책상 오른쪽에 두고 스스로를 가다듬는 징표로 삼았다고 한다. 좌우명이라는 말은 이런 말밑에서 생긴 것이다.

  ‘가득 참을 경계하는 술잔’이라는 뜻의 계영배(戒盈盃)도 환공의 그릇과 비슷한 술잔이다. 계영배를 만든 것으로 전해지는 조선시대의 도공 우명옥은 스승도 이루지 못한 설백자기(雪白磁器)를 만들어 부와 명예를 얻었다. 그러나 방탕한 생활로 재물을 모두 탕진한 뒤 스승에게 돌아와 참회하며 계영배를 만들어냈다고 한다. 그 후 이 술잔을 의주 상인 임상옥이 갖게 되었는데, 그는 계영배의 교훈으로 욕심을 다스려 큰 재산을 모았다고 한다. 임상옥은 드라마 <상도(商道)>의 바로 그 주인공이다.


★ 어제 설의 말밑을 살펴보았는데 그에는 ‘삼가고 조심하는 날’, 즉 몸과 마음을 바짝 죄어 조심하고 가다듬어 새해를 시작하라는 뜻도 있었지요. (<푸른솔겨레 문화연구소>라는 이름의 다음 블로그에서)



불땀 (명사 : 화력이 세고 약한 정도)



  불에서 나오는 뜨거운 기운을 불기운이나 불김이라고 한다. 이글이글 타오르는 불은 살아 있는 불이라는 뜻에서 산불, 꽃처럼 아름답다는 뜻에서 꽃불이라고 한다. 활짝 피어 이글이글 타는 숯불이나 장작불은 엉걸불인데, 한참 타오르는 숯덩이는 불잉걸이나 불등걸이라고 한다. 알불은 재에 묻히거나 화로에 담기지 않은 불등걸을 가리킨다. 타는 불에서 튀어 흩어지는 작은 불덩이를 불똥이나 불찌, 불티라고 하고, 불똥이 튀어 새로 번지는 불을 후림불이라고 하는데, 후림불은 남의 일에 까닭 없이 휩쓸려 걸려드는 일을 뜻하기도 한다. 한자말로는 비화(飛火)다. 불땀머리는 나무에서 불땀이 좋은 부분, 즉 나무가 자랄 때 남쪽으로 면했던, 나이테 사이가 넓은 부분을 가리킨다. 잿불은 재 속에 남아 있는 아주 여린 불, 깜박불은 꺼질 듯이 깜박거리는 불, 깜부기불은 불꽃이 없이 거의 꺼져 들어가는 불이다. 모닥불은 검불이나 잎나무를 모아 태우는 불인데, 요즘의 캠프파이어처럼 장작을 쌓아 놓고 휘발유를 끼얹어 태우는 불은 모닥불이라기보다 우등불이나 화톳불에 가깝다. 우등불, 화톳불은 주로 추위를 막기 위해 한데다 장작을 모아 피우는 불로 불무지라고도 한다. 나그네나 사냥꾼이 한데서 잠을 잘 때 추위도 막고 짐승도 쫓을 목적으로 피우는 화톳불은 황덕불이라고 한다. 불쏘시개로 쓰려고 짚이나 잎나무를 작게 묶은 뭉치에 불씨를 옮겨 당긴 불은 불꾸러미라고 하고, 모닥불이나 화톳불 같은 데서 튀며 날아오르고 쏟아져 내리는 불꽃을 불보라나 불소나기라고 한다.

  불의 가짓수가 워낙 많다 보니 불 가운데는 엉뚱한 불들도 있다. 천불과 소줏불이 그런 것들인데, 천불은 저절로 일어나는 불로, 몹시 화가 나거나 부아가 치밀어 오를 때 “천불이 난다”고 한다. 소줏불은 소주를 너무 많이 마셔서 코나 입에서 나오는 독한 알코올 기운을 말한다. 천불이나 소줏불은 끌 방법이 없는 대책 없는 불들이기 때문에 119에 전화해도 소용없다.


★ 그녀는 불땀이 좋은 바싹 마른 삭정이만을 골라 불을 지폈다. (조정래의 소설 「태백산맥」에서)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지현♡4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08.06.20 마지막 별표 위의 문장이 재미있어요. 우리 가족분들 모두 천불 조심하세요~~ㅋㅋ
댓글 전체보기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