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의 ‘잘’은 ‘옳고 바르게’ ‘좋고 훌륭하게’ 등 매우 다양한 뜻을 가진 부사다. 그래서 “마음을 잘 써야 복을 받는다” “그는 자식을 모두 잘 키웠다” 등과 같이 뒤에 오는 용언과 반드시 띄어 써야 한다. 그런데 ‘잘’ 뒤에 동사 ‘하다’가 올 때에는 상황이 좀 다르다. 국어 띄어쓰기의 원칙은 단어별로 띄어 쓰는 것이기 때문에, 이 원칙을 그대로 적용한다면 ‘잘’과 ‘하다’도 띄어 써야할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하다’는 여느 동사와는 다르게 동사로서의 독특한 의미가 약한 특성을 가진다. 그래서 ‘잘’이 ‘주다, 받다, 먹다…’ 등의 동사와 연결될 때에는 붙여 쓰지 않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다가도 ‘하다’와 연결되면 붙여 써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잘’과 ‘하다’를 띄어 쓸 것인지 아닌지의 문제는, 논리상으로는 ‘하다’의 독자적인 의미가 살아 있느냐 없느냐에 의해 결정된다. 그렇지만 실제적으로 이런 구분을 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가령 “철수는 공부를 아주 잘한다”의 경우 부사 ‘잘’과 동사 ‘하다’가 각각 자신의 온전한 의미를 가진 것인지를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이때의 ‘잘’이 ‘좋고 훌륭하게’란 의미를 가지는 부사로서, 뒤에 오는 용언 ‘하다’를 수식하는 것으로 봐 띄어 쓴다 해도 이론상으로는 전혀 문제가 없다. 그러나 국어사전에서는 ‘잘하다’ 전체가 ‘좋고 훌륭하게 하다’ 등의 다양한 의미를 가지는 하나의 단어로 처리하고 있다. 이는 일반인들의 현실적인 어려움을 고려한 처사라 이해된다.이와 유사하게 보이는 ‘못하다’의 경우에는 붙여 쓰는 경우가 있고, 띄어 쓰는 경우가 있다. ‘못’은 ‘동사가 나타내는 동작을 할 수 없다거나 상태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부정의 뜻을 나타내는 부사’다. 그래서 ‘잘’과 마찬가지로 ‘못 가다/마시다/자다’ 등과 같이 일반적인 서술어 앞에서는 반드시 띄어 써야 한다. ‘술을 못하다’ ‘노래를 못하다’와 같이 ‘일정한 수준에 못 미치거나 할 능력이 없다’라는 의미를 가질 때와 ‘잡은 고기가 못해도 열 마리는 된다’와 같이 ‘아무리 적게 잡아도’라는 의미를 가질 때는 하나의 단어로 간주해 붙여 써야 한다. 그러나 “어제 감기가 걸려서 일을 못 했다”와 같이 단순히 동작을 할 수 없다는 부사의 뜻이 살아 있는 경우에는 ‘못’과 ‘하다’를 띄어 써야 한다. “시간이 없어서 나는 노래를 못 했다”와 같은 경우도 마찬가지다.
[국어국문학과 고성환 교수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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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정꼬리(정은주) 작성시간 07.09.05 이와 비슷한 '안', '못' 뒤에 오는 단어와의 띄어쓰기에 관한 내용을 어디서 본 듯한...봐도 막상 쓰려면 늘 헷갈리는 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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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박우진 작성시간 07.09.05 카페게시판 아래에 검색칸에 '안하다'나 '못하다'로 검색하면 해당 글 찾아줍니다. 전에도 가르쳐 드린 거 같은데...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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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미정 작성시간 07.09.05 잘하다와 못하다.. 글을 쓸 때 항상 고민하던 거였는데.. 이젠 좀 알겠당..고마워 지현~~(근데 이러고도 또 틀릴 것이 분명함..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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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정꼬리(정은주) 작성시간 07.09.28 저도 어느 게시판에서 봤던 내용이긴 한데, 사용할 때는 잘 헷갈리더라구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