雨歇長堤草色多(우헐장제초색다)
送君南浦動悲歌(송군남포동비가)
大同江水何時盡(대동강수하시진)
別淚年年添綠波(별루년년첨록파)
정지상 하면 이별시, 이별시 하면 대동강.
조선조 때 남자라면 이별할 때 이 '대동강' 좀 읊어줘야
어디 가서 이별 좀 했구나 하고 말할 수 있다.
그만큼 이별의례와 같은 곡, 대동강이렷다.
고등학교 교과서에서 다룰 만큼 쉬운 시어들로도 충분히 훌륭한 표현들을 만들어 낸다.
천재 시인 정지상의 일화 하나.
정지상이 다섯 살 때 강에 떠 있는 해오라기를 보고 그랬단다.
何人將白筆 乙字寫江波 하인장백필 을자사강파
누가 흰 붓을 가지고 乙자를 강물에 썼을까?
갑자기 또 생각나는 게 있다.
영화 '집으로'에서 손자가 할머니가 해준 백숙을 보며 울며 하는 말.
"누가 물에 빠뜨리래? 내 치킨....앙앙앙ㅠ"
너무 엉뚱했나? 아무튼 정지상은 천재였다.
이 시는 7언절구다. 구조는 4x3이다.
역시 해석 순서를 기억하자.
雨歇長堤/草色多 우헐장제/초색다 (1234567)
쉽다. 순서대로 번역된다. 비가 **한 긴 둑에 풀 색이 많다.
짐작으로 비가 그친 후의 풍경임을 알 수 있다.
歇는 '헐'이다. 헐값의 그 '헐'이다.
쉬다, 그치다, 마르다, 싸다 등 다양한 뜻으로 쓰인다.
부수가 하품 흠 欠이다. 그래서 기본 뜻이 '쉬다' 아닌가?
堤은 土변이다. 흙이랑 관계 있는 의미인 것이다. 제방堤防
다음으로 '色多', 책엔 多를 '더욱'으로 해석했다.
풀색은 더욱?결국 정확히 말하면 '더욱 푸르다'로 해석한 셈이다.
의미야 맞지만 '多'가 더욱이라면 좀 무리가 있다.
'가득하다' 또는 '진해지다' 정도는 어떨까?
비가 그친 긴 둑엔 풀빛이 더욱 푸르고
시험에서 多를 물으면 '더욱'이라고 해야 한다.ㅎㅎ
送君南浦/動悲歌 송군남포/동비가 (1233456, 1233645)
'님을 보내는 남포에', '슬픈 노래'
動만 남았다. 슬픈 노래가 당연히 목적어일 테고 그럼 타동사다.
움직이다/옮기다/흔들리다/동요하다/떨리다/느끼다/감응하다
일하다/변하다/일어나다/시작하다/나오다/나타나다/어지럽다
이렇게 많은 뜻이 있다.
슬픈 노래를 느낀다/시작한다가 그중 어울린다.
지어 부른다 정도의 의미일 것이다.
책엔 '짓다, 부르다'로 안내되었다.
님을 보내는 남포에 슬픈 노래를 시작하네.
참, 남포는 이별의 상징적인 공간이다.
大同江水/何時盡 대동강수/하시진 (1112345)
대동강 물은 어느 때에 다할꼬?
이건 뭐 너무 시시하다.
마르지 않을 거라는 반어적 표현임을 짐작케 한다.
別淚年年/添綠波 별루년년/첨록파 (1233645)
이별의 눈물은 연년이 푸른 파도를 더하네
이 시에서 짚고 넘어갈 곳.
정서의 이입이 최고의 경지에 이른 부분은?
起承轉結 중 찾아보자.
우선 承이나 結은 님을 보내거나 눈물을 흘린다는 사실에 이입이 있을 수 없다.
이입이란 없는 것에 무언가를 집어 넣는 것이다.
정서의 이입이란 즉 감정이 없는 것에 감정을 넣는 것이다.
轉구의 '대동강물'은 아직 이입이 되기 전의 강물이다.
起구의 비 갠 후 더욱 푸른 풀빛이
바로 이별의 마음과 대비를 이루는 정서의 이입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承구에서 님을 보내며 부르는 슬픈 노래는
바로 고려 속요 서경별곡을 연상시키게 하는 장면이다.
비가 그친 긴 둑엔 풀 색이 짙어지고
님을 보내는 남포에서 슬픈 노래를 지어 부르네
대동강 물은 언제쯤 마르게 될까?
이별 눈물 끝없이 푸른 파도에 보태네
이 시의 각운은 多, 歌, 波다. 轉구는 맞추지 않아도 된다.
이 시는 이별시의 전형을 이루었을 뿐 아니라
후대 시인들이 차운을 하게 되는 경향? 유행?을 만들었다.
즉, 후대 시인들인 多, 歌, 波를 그대로 두고 시를 짓는 것이다.
이것도 일종의 패러디일까?
나도 한번 써 볼까?
정지상은 고려 중기 문인, 묘청의 난 때 김부식에게 처형당했다.
참고문헌
-한국한문고전강독, 윤용식 손종흠 공저, 2005 한국방송통신대학교출판부
-네이버 한자사전 http://hanja.naver.com/
-그외 그때그때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