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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학 밖 자료실

[기타]누구나 한시를 즐길 수 있다-2

작성자박우진|작성시간06.11.13|조회수307 목록 댓글 2
 大同江-鄭知常(정지상)

 

雨歇長堤草色多(우헐장제초색다)

送君南浦動悲歌(송군남포동비가)

大同江水何時盡(대동강수하시진)

別淚年年添綠波(별루년년첨록파)

 

정지상 하면 이별시, 이별시 하면 대동강.

조선조 때 남자라면 이별할 때 이 '대동강' 좀 읊어줘야

어디 가서 이별 좀 했구나 하고 말할 수 있다. 

그만큼 이별의례와 같은 곡, 대동강이렷다.

고등학교 교과서에서 다룰 만큼 쉬운 시어들로도 충분히 훌륭한 표현들을 만들어 낸다.

천재 시인 정지상의 일화 하나. 

정지상이 다섯 살 때 강에 떠 있는 해오라기를 보고 그랬단다.

 

何人將白筆 乙字寫江波 하인장백필 을자사강파

누가 흰 붓을 가지고 乙자를 강물에 썼을까?

 

갑자기 또 생각나는 게 있다.

영화 '집으로'에서 손자가 할머니가 해준 백숙을 보며 울며 하는 말.

"누가 물에 빠뜨리래? 내 치킨....앙앙앙ㅠ"

너무 엉뚱했나? 아무튼 정지상은 천재였다.

 

이 시는 7언절구다. 구조는 4x3이다.

역시 해석 순서를 기억하자.

 

雨歇長堤/草色多 우헐장제/초색다 (1234567)

쉽다. 순서대로 번역된다. 비가 **한 긴 둑에 풀 색이 많다.

짐작으로 비가 그친 후의 풍경임을 알 수 있다.

는 '헐'이다. 헐값의 그 '헐'이다.

쉬다, 그치다, 마르다, 싸다 등 다양한 뜻으로 쓰인다.

부수가 하품 흠 欠이다. 그래서 기본 뜻이 '쉬다' 아닌가?

土변이다. 흙이랑 관계 있는 의미인 것이다. 제방堤防

다음으로 '色多', 책엔 多를 '더욱'으로 해석했다.

풀색은 더욱?결국 정확히 말하면 '더욱 푸르다'로 해석한 셈이다.

의미야 맞지만 '多'가 더욱이라면 좀 무리가 있다.

'가득하다' 또는 '진해지다' 정도는 어떨까?

비가 그친 긴 둑엔 풀빛이 더욱 푸르고

시험에서 多를 물으면 '더욱'이라고 해야 한다.ㅎㅎ

 

送君南浦/動悲歌 송군남포/동비가 (1233456, 1233645)

'님을 보내는 남포에',  '슬픈 노래'

動만 남았다. 슬픈 노래가 당연히 목적어일 테고 그럼 타동사다.

움직이다/옮기다/흔들리다/동요하다/떨리다/느끼다/감응하다
일하다/변하다/일어나다/시작하다/나오다/나타나다/어지럽다

이렇게 많은 뜻이 있다.
슬픈 노래를 느낀다/시작한다가 그중 어울린다.

지어 부른다 정도의 의미일 것이다.

책엔 '짓다, 부르다'로 안내되었다.

님을 보내는 남포에 슬픈 노래를 시작하네.

참, 남포는 이별의 상징적인 공간이다.

 

大同江水/何時盡 대동강수/하시진 (1112345)

대동강 물은 어느 때에 다할꼬?

이건 뭐 너무 시시하다.

마르지 않을 거라는 반어적 표현임을 짐작케 한다.

 

別淚年年/添綠波 별루년년/첨록파 (1233645)

이별의 눈물은 연년이 푸른 파도를 더하네

 

이 시에서 짚고 넘어갈 곳.

정서의 이입이 최고의 경지에 이른 부분은?

 起承轉結 중 찾아보자.

우선 承이나 結은 님을 보내거나 눈물을 흘린다는 사실에 이입이 있을 수 없다.

이입이란 없는 것에 무언가를 집어 넣는 것이다.

정서의 이입이란 즉 감정이 없는 것에 감정을 넣는 것이다.

轉구의 '대동강물'은 아직 이입이 되기 전의 강물이다.

起구의 비 갠 후 더욱 푸른 풀빛이

바로 이별의 마음과 대비를 이루는 정서의 이입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承구에서 님을 보내며 부르는 슬픈 노래는

바로 고려 속요 서경별곡을 연상시키게 하는 장면이다.

 

비가 그친 긴 둑엔 풀 색이 짙어지고

님을 보내는 남포에서 슬픈 노래를 지어 부르네

대동강 물은 언제쯤 마르게 될까?

이별 눈물 끝없이 푸른 파도에 보태네

 

이 시의 각운은 多, 歌, 波다. 轉구는 맞추지 않아도 된다.

 이 시는 이별시의 전형을 이루었을 뿐 아니라

후대 시인들이 차운을 하게 되는 경향? 유행?을 만들었다.

즉, 후대 시인들인 多, 歌, 波를 그대로 두고 시를 짓는 것이다.

이것도 일종의 패러디일까?

 

나도 한번 써 볼까?

 

정지상은 고려 중기 문인, 묘청의 난 때 김부식에게 처형당했다.

 

참고문헌

-한국한문고전강독, 윤용식 손종흠 공저, 2005 한국방송통신대학교출판부

-네이버 한자사전 http://hanja.naver.com/

-그외 그때그때 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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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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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하늘호수 | 작성시간 06.11.13 1학년 대학국어 공부할 때가 생각납니다. 가슴이 뭉클..뭉클...
  • 작성자장소영 | 작성시간 09.09.17 이번 출석수업 범위의 한시다 보니 무지하게 반갑습니다. 좋은 자료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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