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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독재’ 개념으로 살펴보는 파시즘

작성자공부하장~|작성시간05.11.19|조회수33 목록 댓글 0
전후 파시즘에 대한 연구는 좌파 진영과 우파 진영 공히 ‘위로부터의 파시즘’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즉, 소수의 나쁜 ‘그들’과 다수의 결백한 ‘우리’라는 이분법을 통해 국가기구의 폭력, 강제와 억압의 메커니즘을 연구의 중심에 놓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해석으로는 정치 운동으로서의 파시즘이 갖고 있었던 ‘아래로부터의 폭넓은 동의’를 설명하기 힘들다. 실지로 지배 헤게모니와 그에 대한 대중의 동의는 파시즘이 가진 역동성과 대중성을 이해하는 열쇠이다. ‘위로부터의 파시즘’에 고정되었던 시선을 ‘아래로부터의 파시즘’으로 돌려 보면 어떨까?

대중독재1)가 전제정(專制政)과 뚜렷하게 구분되는 것은 아래로부터의 지지를 필요로 한다는 점이다. 아래로부터의 대중의 동의와 지지를 조직해내기 위해서는, 전제 군주의 비합리적이고 자의적인 지배가 아니라 합리적인 근대의 지배 메커니즘이 요구된다.2) (대중의 물적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무솔리니가 행한 대규모 공공사업과 사회 정책들, 히틀러의 노동 정책 등은 아래로부터의 지지를 얻기 위한 필수적인 요소였다.) 대중의 동의는 단순히 여론 조작의 결과라고만 볼 수도 없다. 실지로 파시즘이 몰락한 후에도, 시민 사회에 깊이 뿌리박은 파시스트 집단 심성이 상당 기간 지속되었다는 점은 이를 방증한다. 곧, 파시즘은 피지배 계급의 사회·문화적 경험 속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작동하고 있었다는 뜻이 된다. 대중독재는 강압적 지배의 외양을 보이지만 동시에 시민 사회에 깊이 뿌리내린 헤게모니와 그것이 만들어내는 동의의 정치를 추구하는 것이다. 시민 사회 위에 군림하는 동시에, 시민 사회를 자신의 규범에 맞게 조율하기도 하고 나아가 대중의 일상생활 속에 깊이 침투하여 대중에게 파시스트 아비투스를 공고히 함으로써 헤게모니 효과를 극대화한다.(우리나라의 경우, 과도하게 성장한 국가의 권력기구가 위로부터의 파시즘을 강제하는 정치적 기제라면, 확대된 가족주의 혹은 연고주의는 아래로부터의 파시즘을 담보하는 견고한 문화적 기제이다. 일상생활의 영역에 깊이 뿌리박고 있는 가부장주의 또는 부계 혈통주의가 파시스트 아비투스를 강화시킨 것이다.)

‘동의’라는 단어는 ‘내면화된 강제’, ‘강제된 동의’ ‘수동적 순응’, ‘자발적 합의’ 등을 포괄하는 다층적 개념이다. 강제-동의의 이항대립은 대중독재의 복합적인 현상을 설명하기에 지나치게 단순하다. 강제-동의, 지배-저항의 이분법적 물음이 아니라, 이들이 상호 침투되어 서로가 서로를 포섭하기도 하고 밀어내기도 하는 길항적 공존 관계에 대한 이해가 요청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 점에서 볼 때, 대중독재의 과거를 청산하고 극복하는 문제는 사법적 차원에서의 죄의 유무를 추궁하는 문제를 넘어서, 그 과거를 공유하고 있는 사람들이 도덕적 죄의식과 수치심을 뼈아프게 자각하고 있는가 하는 문제와 연결된다. 과를 단죄하고 청산하는 방식을 넘어, 과거를 드러내 살아 있는 사회적 기억으로 만들 때 비로소 과거는 극복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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