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길한 예감은 반드시 들어맞는다고 했던가?
9월초에 " 배다해 목소리와 한국의 대중음악" 이란 제목의 글을 쓴지 반년이 지나지 않아 결국 2010년 올해를 넘기지 못하고 4인조 여성그룹 '바닐라루시'의 창립멤버인 보컬 배다해는 그룹을 떠나게 되었다.
지난 글 첫머리에서 나는 이들의 공식 첫 1집 앨범은 소장가치 있는 천연기념물급 희귀앨범이 될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그 이유로써 다음과 같은 3가지 희소성을 들었다.
첫째: 멸종지대인 <크로스오버>장르에서 <연주하는 여성그룹>
둘째: 고 음역을 자유롭게 구사하는 보컬멤버가 있는 그룹
셋째: 막귀로도 구분되는 독특한 음색의 청아한 배다해 목소리
위에 3가지가 함께 생존하길 바란다는 것은 '한국의 대중음악현실'을 냉정히 고려할 때 그야말로 기적을 바라는 희망이라고 예감하였다. 결국 세번째 배다해가 솔로로 떨어져 나간 것이다.
연주하는 그룹이나 밴드가 한국의 주류음악계에서 멸종된지는 이미 오래 되었다. 그러니 보여줄 '퍼포먼스'라는 것이 오로지 댄싱밖에 없고 갈수록 높아지는 자극의 임계치는 결국 섹쉬 일변도로 치달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뭐 좋다. 섹쉬 코드도 엄연한 인간의 본성이므로 부정만 할 것은 아니다.
정말로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는게 뭐냐면, 비주얼한 섹쉬 댄싱에만 눈이 팔리다 보니 사운드는 부수적인 기획사운드가 되어버렸다는 것이다. 기획사운드가 뭔가? 기획사가 짜깁기로 조합하는 사운드가 기획사운드이다. 그런데 요즘은 중학생들도 얼마든지 PC로 작곡하는 사운드가 기획사운드이다. 아니 오히려 사운드 창의력은 중학생들이 더 뛰어나다. 그렇다면 '연주' 라는 볼거리가 없는 음악공연으로 더 보여 줄 만한 '기획 퍼포먼스' 는 이제 남은 게 뭐가 있을 까? 아예 홀딱 벗겨서 내보내는 비키니 쇼?
한국대중음악이 식상해서 넌덜머리가 나는 이유는 연주밴드/그룹이 멸종된 것 뿐만이 아니다, 가창부문 역시나 마찬가지다.
노래의 맛을 살리기 위해 목청을 꺾는 것이 아니라, 그 반대로 목청 꺾는 맛에 노래를 즐기는 마치 <본말이 전도된 듯한 가창>을 노래 잘하는 걸로 쳐주는 노장세대 <트로트 창법>의 뒤를 이어서 신세대들을 점령한 것은, 목청 꺾기 뿐만 아니라, 휘돌리기 와 휘감기까지 해야 실력있는 가창으로 대접받는 <아메리칸 스타일 흑인창법>이 거의 100% 가요계를 점령 ( 100%가 절대로 과언이 아니라는) 해버린 것이다.
이런 와중에 들려온 배다해 목소리는 온갖 자극적 음료수를 마시면 더더욱 갈증을 느끼다가 시원한 생수를 들이킨 것 같은 청량함 그 자체였던 것이다. '기교'로 범벅이 된 가창력보다는 '발성' 그 자체만으로도 감흥을 느끼게 하는 소리는 마치 아무리 마셔도 물리지 않는 생수처럼 아무리 들어도 귀에 거슬리지 않기 때문이다.더구나 막귀로 들어도 구분되는 독특한 음색의 고운 소리임에랴...
그런데, 이들을 널리 알리게 된 것이 '음악프로' 가 아니라 '예능프로( KBS TV 남자의 자격)' 라는 것, 이것이 한국 대중음악계의 정확한 주소요 현실이다. 앞날을 낙관하기에는 애당초 어려웠던 것이다.
한국 대중음악계에서는 멸종되기 딱~ 좋은 <3가지 희소성> 모두를 함께 지니고 있었던 것이다.
결국 배다해는 떨어져 나갈 수 밖에 없다. 연주그룹 역시나 한국바닥에서는 생존을 이어나갈 수 없는 것이다.
배다해 시절의 바닐라루시 1집 앨범이 희소성을 아주 골고루 갖춘 천연기념물같은 희귀앨범인 이유라고 글을 썼던 애당초 이유이다.
바닐루시 1집앨범 곡 - 비행소녀 / 보컬: 배다해
Youtube 주소- http://youtu.be/BGCqly1YVx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