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시 외

작성자이복자|작성시간26.06.15|조회수24 목록 댓글 5

배꼽에 다시 탯줄 세우고

                - 춘천 군자리 겨울 산에서 -

                                         이복자

 

 

뿌리마다 파란 이끼꽃 피우고,

겨울 산은

놀랍도록 탱탱하고 보드라운 살결

야생초의 줄기조차 보송보송한 분 냄새로,

하나 뽑으면 심장 소리 튀어나올 듯

세상모르는 겨울 잠 한가운데,

하늘로 뚫린 거룩한 숨소리

탯줄로 이어진 맨살의 심성(心性)이

잉태의 마지막을 나와 훅- 내뱉은 입 냄새,

잇몸뿐인 아기 입 냄새 흥건하여

밀려드는 어머니의 젖비린내

마른 내 배꼽으로 울 울 울 가득 채워지고,

양수 헤치고 나와 처음으로

한 줌 손바닥에 뜯어 올린 이것,

찬 줄 알았던 이끼꽃이

쓰다듬을수록 보들보들 따뜻함에

코끝 추위는 내 것이 아니어서 내치고,

배꼽에 다시 솟아난 탯줄 세우고

나무 꼬챙이 한 손에 들어

툭 툭 어머니 뱃살 건드려 본다.

아, 이것이 내가 세상에 나와

울음 울기 직전의 순간, 짧은 그 순간이 이랬으리라.

까마득히 잊었던, 그러나 소홀함 없이

세상의 짐 홀딱 벗어버린 순수덩어리 맨살로

풋풋한 겨울 산, 풍기는 어머니의 젖비린내 속에서

툭 툭 모태(母胎) 태동은 여전히 익숙한 것을 . . .

 

 

--------------------------

 

태풍이 온단다

                               이복자

 

 

꼭 사랑 둥지를 흔들며 온다

온다고 하면 스산한 창문 앞 서성이며

숨죽이는 것도 버거운데 곧 도착할 거란다

소낙비 같은 사랑을 만나 뜨거운 여름이었던 가슴에

태풍, 이별처럼 때리는 아픔을 예감하는 것은

손 놓고 돌아선 뒤 관심의 눈빛 저만치 멀어져갈 때처럼

비바람 휩쓸리는 자리로부터 시린 채 흘러갈 시간이

사정없이 모호한 길을 떠나는 것이다

태풍 맞는, 외로운 사랑은 자생이 쉽지 않아

등에 업혀 볼 비비고 칭얼대다 선잠 든 아기처럼

따뜻한 둥지에 들고 싶은 몽환, 애틋한

칠삭둥이 삶같이 석 달은 부족한 듯한 삶인데

평온을 깨우는 것은 흔들어대는 현실,

어설픈 길 또 어디로 어떻게 열릴지 모르는

() 끊길 듯 가난한 둥지에 태풍이 온단다

오라, 방주는 선한 사랑을 업고 뜨리라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이복자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6.06.15 23년 묵은 시 한 편과 손질한 시 한 편 올립니다.
  • 답댓글 작성자김금래 | 작성시간 26.06.16 유장합니다 잘읽었습니다 ^^
  • 작성자백우선 | 작성시간 26.06.15 이끼꽃 ~ 탯줄~~♠︎
    사랑 둥지 ~ 흔드는 태풍~~♠︎
  • 작성자박재화 | 작성시간 26.06.16 태풍이 온다고요? 흠, 아직 태풍철은 먼데...???^^
  • 작성자풍금소리 | 작성시간 26.06.17 new 어머니의 젓비린내....
댓글 전체보기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