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끼 열전
--朴 在和
오, 융털 같은 저것들
관다발도 뿌리도 없이 헛뿌리로 지상을 움켜쥐고 있네
햇볕에서 가뭄 견디다가 비 속에 환호하는 서리이끼
유난히 보도블럭 틈새를 파고 드는 은이끼...
언제나 시간의 편인 저것들
번식세포는 정자와 난자의 결합이지만
종내는 홀씨Spore를 퍼뜨려 무성생식하는 이끼가
이 나라에만 일천 종이 있다 하네
숲속이, 바위가, 폐사지만이 터전 아니라 하네
세상에, 그렇게나 많은 이끼가?
씨 뿌리는 대신 기막힌 복제 알갱이를 튕기는 우산이끼,
골짜기마다 초록비단 펼치는 지네이끼에
광합성 못해 질소 길잡이 청색박테리아와 공생하는 뿔이끼도 있다 하니
옛날 옛적 바다에서 살던 그들의, 뭍을 점령하는 비결이 새삼 눈물겹네
한데 어린 날 시냇물에서 그 애와 미끄러진 물이끼는 기실 이끼 아닌 말무리藻類일 뿐
진짜 물이끼는 늪을 썩지 않게 하여 심심찮게 고대의 인간미라를 내놓기도 한다는데
열 권의 책으로도 못 엮을 어머니의 일생 곁
빗돌에 좌정한 저것들
함묵인 듯 흐느낌인 듯 피어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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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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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박재화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6.06.17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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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풍금소리 작성시간 26.06.17 이끼의 종이 그렇게도 많군요.
"열 권의 책으로도 못 엮을 어머니", 이 한 줄에서 다른 모든 이끼들이 무색해집니다. -
답댓글 작성자박재화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6.06.17 아, 감사합니다!
근데 뵌 지 오래된 것 같아요...ㅠㅠ -
작성자백우선 작성시간 26.06.17 이끼, 일천 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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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야생마 작성시간 08:20 new
햇볕에서 가뭄 견디다가 비 속에 환호하는 서리이끼
얼마나 시원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