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에 물들다
조은설
큰 비 지나간 후
감나무는 그늘을 더 깊게 늘였다
정오의 낯을 피해 몸을 오그리던 이끼들
밤새 손수 뜨게질한
초록의 깔개들을 내어놓는다
맨바닥은 아직 차고
습기가 엉덩이를 적시겠지만
푹신해요
어서 앉으시어요
군데군데 내어놓은 둥근 방석들
나이들면서
나는 초록에 물들었다
옷도 모자도 신발도
모두 초록초록이다
내 무덤도 솔이끼 그윽한 숲속이기를
파랑새 한 마리 찾아드는 꿈을 꾼다
창밖을 내다본다
감나무가 내어준
저 깔개의 가장자리를 걷어내고
네모로 잘라 대각선을 접으면
나폴레옹의 삼각모자 몇개는 만들겠네
골목끝 빈터마다 수북이 자라나던
추억의 이끼들
골대너머 공을 차 올리던
유년의 발자국이 희미하게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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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작성자초록별 작성시간 26.06.09 ㅋㅋ 이끼로 나폴레옹 모자를 만드는 샘 마음속 푸른 동심을 엿보네요 !! 초록망토를 걸친 미소 천사 은설샘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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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봄빛 작성시간 26.06.09 초록초록한 깔개들! 초록의 포슬포슬한 모자를 예쁘게 쓰신 샘의 모습 그려보게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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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김금래 작성시간 26.06.15 맞아요 기분이 좋아져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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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재화 작성시간 26.06.11 하, 솔이끼 그윽한 그 숲속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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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철웅 작성시간 26.06.14 기인 댓글을 쓰다가
이끼에 미끄러져 다시 댓글을 씁니다
하루가, 아니 많은 날들이 이끼에 미끄러진 날입니다.
그런 날이 모여 한 편의 영화가 만들어지고
누군가는 잘 만든 영화라 하고
또 누군가는 혀를 차기도 하겠지요.
그럼, 이끼는 잘 산 것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