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효 사유는 유럽철학 한계 극복할 새 통로”
프랑스서 원효 연구로 박사학위 취득 최원호 박사
유식 연구로 석사학위 받은 뒤
2001년 4월 프랑스로 유학 떠나
불교문헌과 현대철학 병행 연구
대승기신론소·별기 불어 완역
유럽 불교학자들도 높이 평가
“원효 저술은 화수분과 비슷
이 시대 언어로 풀어내겠다”
| ▲ 최원호 박사는 “원효의 저작들은 화수분과도 같이 끊임없이 현대의 철학적 주제들과 만날 수 있는 무궁함을 우리들에게 선사하고 있다”며 “그 훌륭한 보물을 제대로 세계에 소개시키는 것은 우리 학자들의 온전한 몫”이라고 말했다. |
최원호(47) 박사는 최근 프랑스 고등연구원(EPHE)에서 원효의 一心을 주제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프랑스의 대표적인 고등연구기관인 이곳은 1868년 설립된 이후 프랑스 학문의 특징이라 할 수 있는 구체성과 실증성을 바탕으로 엄밀히 연구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그가 미국의 프린스턴대학이나 영국 캐임브리지대학에 비견되는 이곳에서 원효사상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한 것은 자못 의미가 크다.
최 박사는 학위논문에서 원효의 ‘大乘起信論’에 대한 疏와 別記를 불어로 모두 번역해냈다. 이 중 ‘대승기신론소별기’가 아직 영어로 번역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의 성과가 얼마나 어렵고 뜻 깊은 일인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그렇기에 이번 박사논문은 한국불교를 낯설게 여기는 불어권에 새로운 연구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기에 충분하다.
실제 최 박사의 지도교수이자 ‘법화경’ 연구의 세계적인 석학인 쟝 노엘 호베르 교수는 이 논문에 대해 “문헌학과 종교적·철학적 사유체계를 동시에 보여준 논문”이라고 극찬했다. 최 박사 스스로도 “원효의 사유를 철학적으로 다룬 이번 작업이 프랑스의 불교학 연구를 한 단계 성숙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라며 조심스럽게 자평했다.
세상에 공들이지 않은 박사논문이야 없겠지만 그렇더라도 최 박사의 논문은 각별하다. 15년이라는 긴 시간을 낯선 타국에서 홀로 분투하며 일구어낸 성과이기 때문이다. 연세대대학원 철학과에서 유식 연구로 석사학위를 취득한 그가 프랑스로 떠난 것은 2001년 4월이다.
비교철학에 관심이 있었던 그는 현상학과 원효의 비교연구를 통해 원효의 사유를 오늘의 철학적 언어로 밝혀보고 싶었다. 굳이 프랑스를 선택한 것도 그 때문이다. 구조주의와 해체주의로 표현되는 프랑스철학은 어느 철학사조보다 원효의 사상을 선명하게 드러낼 수 있는 적절한 매개라고 판단했던 것이다. 이는 곧 그 자신이 고도로 발달한 대륙철학의 시각으로 원효사상 전반을 재검토해야 하는 지난한 시간들이 될 것임을 예고하는 것이기도 했다.
학문적 열정으로 시작한 유학생활.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한문과 불교용어만 깊이 알아서 될 일이 아니었다. 프랑스 문화와 현대철학 흐름에도 정통해야 했다. 이미 존재하는 프랑스어로 쓰는 철학이 아니라 7세기 한반도에서 한문으로 쓰여진 원효의 철학 용어를 불어로 다시 만들어내야 하는 사실상 창조에 가까운 작업이었다. 그 고충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혹독했다. 최 박사는 프랑스에 머무는 내내 원효를 손에서 놓지 않았다. 더불어 내로라하는 현상학과 해석학 대가들의 수업을 찾아다니며 열심히 파고들었다.
방학 때면 생활비 마련을 위해 노동현장에 뛰어들었다. 그는 땀 흘려 돈 버는 일을 인간의 본질을 보다 선명히 배울 수 있는 수행의 한 형태라 여겼다. 이렇게 그는 경제적인 모든 것까지 스스로 충당해 나갔다. 그렇게 15년. 한국을 떠난 뒤 단 한 차례도 고국에 돌아오지 않았다. 대신 촌음을 아껴가며 공부했고, 그 결과 원효의 사상을 현대 불어로 탁월하게 번역할 수 있었다.
그러면 최 박사는 한국의 원효가 유럽 학계에서 어떤 의미가 있다고 생각할까?
“프랑스뿐만 아니라 대륙철학은 ‘인간 의식의 한계’에 대해 오랜 시간 정밀하고 끈질기게 물음을 구체화하고 있습니다. 원효의 사유는 이런 대륙철학의 문맥 속에서 새로운 모색을 위한 새로운 통로가 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합니다.”
그는 노르망디 루앙(Rouen)대학 철학과 현상학자인 나탈리 데프라 교수가 현상학과 불교의 비교 연구를 통해 새로운 접점을 찾으려는 시도를 소개했다. 이어 자신도 현상학과 원효를 비교 연구함으로써 우리시대의 언어로 원효의 사유체계를 밝히는데 주력하겠다는 각오와 언젠가 불어로 한국철학사 전체를 정리해보고 싶다는 당찬 바람도 털어놓았다. 그런 뒤 최 박사는 이렇게 말했다.
“원효의 저작들은 화수분과도 같이 끊임없이 현대의 철학적 주제들과 만날 수 있는 무궁함을 우리들에게 선사하고 있습니다. 그 훌륭한 보물을 제대로 세계에 소개시키는 것은 우리 학자들의 온전한 몫일 겁니다.” 이재형 기자
[출처: 법보신문 | 2015.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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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海印의 뜨락 원문보기 글쓴이: 석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