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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이야기

죽어도 좋은 날

작성자자작나무숲|작성시간26.06.09|조회수13 목록 댓글 0



해변을 따라간다
남지나해의 잔잔한 파도가 밀려와 흰 포말을 일으키고
내가 묵을 곳인 것처럼 고요하다
코끼리의 무덤은 장대한데
내 무덤은 초라할 것이다

태양이 뜨겁다
모래도 뜨겁다
내 몸은 차다
수평선 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깃털처럼 가볍다
먼 곳에서 활공하는 새가 자유로워 부럽다

사람으로 와서 자연 속으로 가는 일은 숙명이다
나는 아직도 그 천명을 외면하고
무심한 채 바다 곁을 거닐고 있다
오늘은 내가 죽는 날이다
돌아가는 날이다

잘 놀다간다
지구별이 아름다웠던 것은
어린 왕자 때문이고
빨간 머리 앤 때문이다
그리고 무수한 사랑 때문이다
발가락에 철렁이는 물결 때문이다

오늘은 죽어도 좋은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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