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5학년 때던가, 비가 억수로 내리는 날이었다.
시골 할머니댁에 다니러 갔던 어머니로부터 기차역에 도착했으니 마중을 나오라는 전갈을 받았다. 부랴사랴 우산을 챙겨 역으로 달려간 나는
그만 입을 딱 벌리고 말았다. 어머니는 역 대합실에 당신 몸뚱이보다 큰
보따리 다섯개를 부려놓고 있었던 것이다.
당시 기가질려 어떻게 그 많은 짐을 기차에 싣고 내렸는지 묻지도 못했다.
아마도 한국사람이라면 거의 누구나 자라면서 어머니의 괴력을 목격하고 경악한 일이 한두 번은 있었을 것이다.
오죽하면 "대한민국 아줌마는 버스보다 빠르다"는 광고문안까지 나왔겠는가.
하지만 불행하게도 우리네 어머니들의 강인함은 타고난 것만은 아니다.
오랜세월 고통을 견디다 보니 자기도 모르게 몸에 붙은 제2의 천성 같은 것이다. 사회 보장 제도가 변변치 않은 우리 사회의 가족의 희생, 그 중에서도 특히 여성의 헌신으로 그 구멍을 메워온 경향이 있다.
그런 탓에 가정에서 어머니는 일종의 마지노선이 되었다.
요 몇년 사이 특히 빈번해진 가장의 실업과 그로 인한 빈곤은 어머니들의 두 어깨를 더욱 짓누른다. 집안에 장애아나 치매 노인이라도 있으면 그로 인해 발생하는 모든 괴로움의 종착지 역시 대개는 어머니이다.
우리네 어머니들은 점점 더 강해지기만을 강요받고 있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여성은 강하고 순종적인 어머니가 되어야만 대접받는다.
짐이 무거운 만큼 기꺼이 짐 기지를 거부한 어머니에 대한 우리 사회의
보복은 가혹하다. 양육 책임을 지더라도 자기 성을 자녀에게 물려줄 수 조차 없다. 가정이라는 울타리를 벗어난 여성을 사회는 좀처럼 받아들여 주지 않는다. 이혼한 여성이 쉽게 진출할 수 있는 곳이란 유흥가 밖에 없다.
전국 곳곳에서 대형 미시 클럽들이 성업 중인 것은 그 때문이다.
최근 생활고를 못 이겨 세 아이를 데리고 자살한 주부를 비난하는 이들이 많다. "아이를 자기의 소유물로 여긴 것은 큰 잘못"이라거나
"죽을 힘이 있으면 뭘 못했겠느냐"는 등이다.
하지만 이 여성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까지 강한 어머니가 되려고 외롭게 얼마나 용을 썼을까 생각하면 이런 비난들은 한가하게만 들린다.
-시사저널 편집자-
* 출처 : 철도청 인트라넷
시골 할머니댁에 다니러 갔던 어머니로부터 기차역에 도착했으니 마중을 나오라는 전갈을 받았다. 부랴사랴 우산을 챙겨 역으로 달려간 나는
그만 입을 딱 벌리고 말았다. 어머니는 역 대합실에 당신 몸뚱이보다 큰
보따리 다섯개를 부려놓고 있었던 것이다.
당시 기가질려 어떻게 그 많은 짐을 기차에 싣고 내렸는지 묻지도 못했다.
아마도 한국사람이라면 거의 누구나 자라면서 어머니의 괴력을 목격하고 경악한 일이 한두 번은 있었을 것이다.
오죽하면 "대한민국 아줌마는 버스보다 빠르다"는 광고문안까지 나왔겠는가.
하지만 불행하게도 우리네 어머니들의 강인함은 타고난 것만은 아니다.
오랜세월 고통을 견디다 보니 자기도 모르게 몸에 붙은 제2의 천성 같은 것이다. 사회 보장 제도가 변변치 않은 우리 사회의 가족의 희생, 그 중에서도 특히 여성의 헌신으로 그 구멍을 메워온 경향이 있다.
그런 탓에 가정에서 어머니는 일종의 마지노선이 되었다.
요 몇년 사이 특히 빈번해진 가장의 실업과 그로 인한 빈곤은 어머니들의 두 어깨를 더욱 짓누른다. 집안에 장애아나 치매 노인이라도 있으면 그로 인해 발생하는 모든 괴로움의 종착지 역시 대개는 어머니이다.
우리네 어머니들은 점점 더 강해지기만을 강요받고 있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여성은 강하고 순종적인 어머니가 되어야만 대접받는다.
짐이 무거운 만큼 기꺼이 짐 기지를 거부한 어머니에 대한 우리 사회의
보복은 가혹하다. 양육 책임을 지더라도 자기 성을 자녀에게 물려줄 수 조차 없다. 가정이라는 울타리를 벗어난 여성을 사회는 좀처럼 받아들여 주지 않는다. 이혼한 여성이 쉽게 진출할 수 있는 곳이란 유흥가 밖에 없다.
전국 곳곳에서 대형 미시 클럽들이 성업 중인 것은 그 때문이다.
최근 생활고를 못 이겨 세 아이를 데리고 자살한 주부를 비난하는 이들이 많다. "아이를 자기의 소유물로 여긴 것은 큰 잘못"이라거나
"죽을 힘이 있으면 뭘 못했겠느냐"는 등이다.
하지만 이 여성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까지 강한 어머니가 되려고 외롭게 얼마나 용을 썼을까 생각하면 이런 비난들은 한가하게만 들린다.
-시사저널 편집자-
* 출처 : 철도청 인트라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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