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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여유

세월이 흐른후

작성자전영석|작성시간03.08.30|조회수12 목록 댓글 0
사랑하는 딸에게


친구들이 다 가버린 텅 빈 교정에서 울먹이며 외로이 서 있는 너의 모습에

아빠는 우리의 삶을 느낀다

친구도 선생님도 모두 가 버리고

기다리는 엄마는 오지 않고 텅 빈 오후의 교정

캘리포니아의 가을 햇살 아래 모든 인연과 단절된 채

넌 외로이 서 있었지

해진아,인생도 그렇단다

낯선 이승에서 혼자 있기 무서워 인연을 만들어 나가고 만들어진 인연이

떨어져 나갈 때 우린 혼자 울게 되는 거란다

인연이 삶을 연결하는 끈이라 믿기에 허무한 거품 같은 것인 줄도 알면서

우리는 그 끈을 꼭 잡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지

해진아,울지 말아라

오늘 이 공간에서 네가 겪은 외로움은

저곳으로 다시 돌아갈 때까지 겪을 외로움의 부분이러니

이 세상 외로움 아닌 것이 어디 있겠니

인연은 우리가 이곳에 자리하고 있다는 사실의 확인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란다

연의 끈을 잡고 오후 한 모퉁이에서 울고 있는 너를 보며

아빠도 지금 울고 있단다

네가 잡고 있는 연의 한 끝을 바로 내가 꼭 잡고 있기에


캘리포니아의 어느 날 오후 나를 닮은 딸은 외로움에 울고

나도 딸아이를 안고 울고 있다


세월이 흐른후 해진아

서울의 삼청동 길을 같이 걸어주지 않겠니

아빠가 참으로 막막했던 시절 내 사랑과 언젠가 함께 걷고 싶었던 그 길을

사랑한다,내 딸 해진


염진섭 - 나는 잠깐 긴 꿈을 꾸었다 中

전 야후코리아 사장 염진섭씨가
불치병에 걸린 딸아이를 안타까워하며 쓴 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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