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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유일의 5현시 ATS가 탄생하기 까지

작성자전영석|작성시간06.11.24|조회수2,042 목록 댓글 2
세계 유일의 5현시 ATS가 탄생하기 까지

88올림픽을 앞두고 경부선 속도향상을 위해 서울~부산까지 철도청에서 발주한 IBRD(International Bank for Reconstruction and Development) 차관자금에 의한 ‘경부선 CTC Package Ⅳ 사업’의 일환으로 열차자동정지 장치(ATS ; Automatic Train Stop System)개량 사업이 추진되었다. 이와 관련한 사전회의가 여러 차례 이루어졌으나 내가 회의에 처음 참석한 것은 1987년 후반이 아닌가 생각된다.

경부선 서울~부산역 간을 운행하는 열차의 속도최고와 운행시간은 1969. 6. 10일 관광호가 110km/h로 4시간 50분을 시작으로 1983. 7.1일 새마을호가 120km/h로 4시간 40분, 이어 1985.11.16 135km/h(표준선구 140km/h)로 4시간 10분에 주파하게 되었다. 이처럼 열차 속도가 올라가면, 그만큼 위험도는 높아져 안전사고에 대비해야 했고, 안전이 담보되지 못한다면 속도를 향상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그 필요에 따라서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개량된 새로운 ATS가 필요했던 것이다.

열차 운행 중에 기관사 심신의 이상 또는 악 천후 등으로 정지신호를 인지하지 못했을 경우에는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진다. ATS는 이러한 경우에 대비하여 기관사가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없는 경우 시스템에서 열차를 자동적으로 정차시켜 사고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한 안전장치이다.

한국철도의 ATS는 관광호가 운행하기 시작한 1969년 경부선 서울~부산간에 처음 설치하였다. 그 당시에는 열차속도와 열차운행빈도가 그리 높지 않아 기관사의 보조안전장치로서 진행과 정지기능만 있고, 정지신호에 대한 ATS가 동작했을 때 기관사가 감속을 하지 않고 확인취급만 하면 해제되는 즉, 경고기능만 하는 점제어식 ATS장치를 설치하여 운영해 왔다. 그러나 점차 열차운행속도와 빈도가 높아짐에 따라 그에 따른 신호방식도 5현시 방식, 즉 진행, 감속, 주의, 경계, 정지 등으로 세분화되고 세분화된 신호 시스템에 부합되고 안전을 확보할 수 있도록 운행속도에 따른 연속속도조사방식의 새로운 ATS장치 도입이 필요했던 것이다.

이러한 요구에 부응하여 경부선 CTC공사와 신호개량 및 ATS개량공사가 추진된 것이다.
이 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당시 CTC사업 주관부서인 전기국 신호과와 ATS차상장치 개량담당부서인 차량국 디젤기관차과, 승무원 운영부서인 운수국 열차과, 그리고 안전관실 관계자 회의가 수시로 소집되었으며, 그 날도 회의가 소집되어 뒤늦게 통보를 받고 회의에 참석하게 되었다.

처음 ATS회의에 참석한 나는 주로 회의에서 논의되는 이야기들을 듣고 있었다. 개발하고 있는 ATS차상장치는 동력차 운용 특성상 개량구간의 경부선의 신호 5현시와 수도권전철의 4현시, 기타 국철지선 전구간의 3현시 구간에 모두 호환이 되고 적용이 가능한 시스템으로 지금까지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사용하지 않은 우리나라 철도현황과 특성에 알맞는 장치로 개발되어야했다. 그러나 이 복잡하고 어려운 신호시스템을 완전하게 이해하고 설계에 반영 한다는 것은 제작사로서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런데 이미 ATS차상자 개발이 완료되어 차량에 장착하면 끝나는 단계라고 했다.
개발하고자 하는 ATS는 신호 4현시와 5현시 구간에는 신호기 직하에 해당 신호기의 지상자를 설치하고, 차상장치는 신호기가 정지신호현시에서만 ATS가 동작되도록 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이렇게 된다면 신호기 상당 전방(약 800m)에 지상자를 설치한 3현시 구간에서는 안전거리가 충분히 확보되어 있어 문제가 없지만, 개량된 차상장치를 장착한 기관차가 3현시구간에서 5현시 구간으로 진입할 때 기관사가 전환스위치를 5현시위치로 전환하는 것을 실념하였을 때는 5현시 구간의 정지신호에서만 동작하게 됨으로 안전거리가 확보되지 않아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제작사(샬롬) 책임자에게 몇가지 질문을 통해 재차 확인한 결과 내용 그 대로였다. 나는 전환스위치 전환 실념에 따른 심각한 문제점을 제기하였으나 오히려 우리 철도 관계자들은 제작이 거의 완료된 시점에 대한 부담 등으로 그 문제 발단을 기관사의 과실문제 등으로 미루는 등 토론이 이어진 가운데 나는 “그렇다면 뭔가 잘못됐습니다. 안전장치로서의 근본 취지를 간과한 것이므로 개량 ATS는 차량에 장착하지 않는 것이 철도안전과 제작사를 위하는 길입니다”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러자 제작사 책임자는 무척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그 이유에 대해 물었다. “인간은 실념이나 착각 등 오류를 일으킬 수 있는 불안전한 존재입니다. ATS 안전장치는 기관사의 잘못된 조작에도 안전이 확보 되어야합니다. ATS전환스위치를 3현시에서 5현시위치로 전환하는 것을 실념하고 신호 5현시 구간에 진입했을 경우, 신호기 직하에 설치되어 있는 ATS가 정지신호에 따른 ATS가 동작한다 하더라도 제동거리기 확보되지 못함으로써 전방에 열차가 정차하고 있을 경우에는 열차추돌사고를 막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기관사가 설치된 안전장치에 의존하게 되어 오히려 위험은 더욱 크게 되므로 설치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라고 말씀 드렸다. 제작사 책임자는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네, 부착을 보류 하겠습니다”라고 했다. 이어“이번 문제는 철도와 열차운전의 특성에 대해 잘 알지 못하여 발생한 일이므로 이를 알 수 있도록 기관차 운전실에 승차할 수 있도록 도와 달라”는 부탁을 했다. ATS개발은 CTC사업에서도 중요한 부분이었으므로 나는 관련부서와 협의를 거쳐 동력차에 승차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 드렸다. 그때부터 제작사 책임자는 밤 낮을 가리지 않고 열차운전실에 직접 타고 다니면서 실태파악에 나섰다. 그리고 의문사항에 대해서는 끊이지 않고 많은 질문을 하였다.

그리고 1988년 5월 17일 15:00에 차량국 디젤기관차과에서 당시 차량국, 안전관실, 운수국, 샬롬(주) 개발실장이 모인 실무회의가 있었다. 실무회의에서 앞의 회의 때 문제를 제기했던 3현시 구간에서 5현시 구간으로 진입할 때 선택스위치를 5현시로 전환하는 것을 실념했을 경우에는 진행신호 이 외의 기타 신호(YG, Y, YY, R)의 신호에서는 모두 ATS가 동작하도록 보완하는 것으로 하였다. 뿐만 아니라 개량하지 않은 3현시 차량이 신호 5현시 구간을 운행하는 경우에도 진행 신호 이외의 신호에서 동일한 시스템으로 하여 동력차 운용의 효율성을 제고 시켰다. 이 아이디어는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Fail Safe System에 근거한 획기적인 아이디어였으며, 철도청 내 각 해당 관련 국, 과 간의 요구조건을 모두 수용할 수 있고 충족시켜줄 수 있는 만족할 수 있는 기능이어서 수백개의 전 차상자를 다시 제작하기로 했는데, 지금도 이 기능은 그대로 사용되고 있어 동력차 운용의 효율성과 열차안전운행 확보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그 후 열차의 신호현시 조건과 열차운행속도에 따른 연속속도제어방식인 5현시구간에서 기존의 속도계의 오차에 의한 기관사의 판단오류가 발생하는 가능성이 대두되었다. 즉 속도검출기 고장 또는 열차의 속도신호 정보오류 등의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에는 ATS는 그 기능을 상실하거나 오류로 인하여 위험에 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Fail Safe System과 최대제한의 원칙에 근거하여 자동정차하도록 시스템을 보완하여 제품을 다시 제작하였으며, 열차속도정보의 신로성을 확보하기 위해 타코 제너레이터 방식의 속도발전기를 별도로 부착하도록 하였다. 그 후에도 면밀하고 지속적인 검토를 거쳐 안전에 문제가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회사의 손해를 감수하면서 보완을 거듭해 완전한 안전장치로서의 기능을 갖추어 나갔다.

지금의 경부선 5현시 ATS가 만들어지기까지에는 철도청 관계자들과 제작사의 위기를 기회로 삼으려는 강한 의지와 열린 사고, 합리적이고 진취적인 사고, 특히 안전을 중요시한 강한 의지와 열정이 있었기에 가능하였으리라 생각된다. 이는 당시 회의석상에서 안전상의 문제점을 인지하고 제작사가 완성된 ATS차상장치의 부착포기로 인한 비용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차량부착을 포기하고 곧 바로 현장 실태파악을 거쳐 안전을 담보로 한 제품제작에 매진하는 열정을 지켜보면서 나는 그 회사에 대한 신뢰가 깊어져 갔다.

이렇게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탄생한 경부5현시 ATS는 그것으로 끝난 것이 아니었다. 초창기에 동력차에 장착한 ATS에 대한 문제가 여러 곳에서 나타나기 시작하여 표면화한 것이다. 즉 ATS가 동작해야할 경우 동작하지 않거나(무응동) 동작하지 않아야할 곳에서는 동작(오동작)하는 등 걷잡을 수 없는 문제가 곳곳에서 발생하였다. 특히 아침 이슬이 내리거나 비가 오는 날에는 문제가 더욱 많이 발생하여 걷잡을 수가 없게 되었다. 그러나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부분이 지상장치인지, 차상장치인지? 왜 그런 문제가 발생하는 것인지? 방향을 잡지 못하여 부서별로 추측성의 논쟁만 이어졌다. ATS는 지상자와 차상자의 상호작용에 의해 작용하는 시스템 특성으로 인하여 정확한 원인 규명에 어려움을 더했다. 더욱 ATS에 대한 문제가 크게 부각되면서 지상자와 차상자 관리주체간의 미묘한 갈등이 이어지면서 문제해결을 더욱 어렵게 했고, 담당부서에서 해결방향 조차 접근하지 못한 가운데 시간이 흐르면서 ATS에 문제는 더욱 민감한 사안으로 부각되어 대부분 이 문제에 대해 언급하는 것조차 꺼리게 됐고, 확인 또는 검증되지 않은 추측만 난무할 뿐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았다. 운용 초기에 발생한 문제라 확보된 데이터가 없어 문제를 풀어나가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근본적인 문제접근과 해결을 위한 데이터 확보를 위해 열차운행 중 발생한 ATS 오동작 등 이상 현상에 대해서는 승무종료 후 각 소속별로 빠짐없이 본청으로 직접 개별보고 하도록 긴급지시공문을 시달했다.

서울-부산 간 모든 신호기별 위치를 표시하고 기관차 차호별로 매일 보고되는 내용을 발생지점(지상자)과 관계 기관차(차상자)를 표시하기 시작했다. 약 1개월 이상 집계를 한 결과 차츰 집중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지상자의 신호기위치와 기관차가 들어나기 시작했고, 집중적으로 발생한 지상자와 차상자에 대한 정밀조사를 실시한 결과 막연했던 것들이 차츰 압축되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런데 지상자가 설치되어 있지 않은 건널목, 방송사 송신소, 고압선 등에서도 ATS가 오동작하는 사항도 체크되었다. 문제가 발생하는 원인에 대해 압축하여 추적하여 본 결과 차상자에 대한 부분은 개량비용을 절약하기 위해 기존의 노후된 ATS 케이블, 수신기 등을 그대로 사용함에 따라 나타나는 문제가 주를 이루었고, 그 이외에도 차상자의 결합도 조정불량 등이었으며, 지상설비의 경우 기존의 지상자 케이스의 FRP재질과 에폭시의 온도변화에 따른 크랙이 발생하여 비가 오거나 이슬 등 습기가 그 틈으로 유입되어 Q치가 급격히 떨어지는 문제와 CR계전기 박스 내 회선 단자부분의 이완으로 인한 접촉불량 등의 원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건널목상에서 발생하는 문제는 열차가 접근함에 따라 주파수 변조에 따른 영향으로 그리고 송신소 부근에서는 고주파에 의한 영향 등에 의해 발생하는 것으로 추측이 되었다. 그러나 이를 검증하기 위한 정밀계측기가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에, 살롬(주)에서 개발한 운전정보기록장치란 정밀측정 장비에 의해 계량화가 가능하게 되어 책임한계를 분명하게 판단할 수 있게 하였다. 그런데 주관부서에서 그 측정결과는 검증되지 않은 장비에 의한 측정값이라는 이유로 측정치에 대한 신뢰성 문제가 대두되어 논란이 이어졌다. 측정결과에 대해 여러 방법으로 조사를 해본 결과 측정값에 대한 신뢰성을 부정할 만한 근거를 찾지 못하였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신뢰가 깊어져 갔고, 문제의 핵심접근이 가능하게 되었다. 사실 어려움을 겪고 있었던 그 당시 이런 계측장비가 없었다면 정확한 원인을 찾는 데는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 때 개발한 장치의 원리는 더욱 발전하여 신호검측차와 자동검사장치를 만드는 핵심 기술이 되었다.

이와 같은 우여곡절을 겪으며 많은 문제점들을 보완한 결과 5현시 ATS는 점차 안정을 찾게 되어 열차안전운행 확보에 크게 기여하는 안전장치로 자리매김할 수 있게 됐다. 이와 같은 안전장치가 있었기에 속도향상이 가능하였으며, 열차의 고속운전과 고밀도에서도 열차 안전운행가 가능하게 된 것이다. 개발된 경부선 5현시 ATS는 신호 5현시, 4현시, 3현시 시스템에 공용과 호환성이 가능한 세계에서 유일한 우수한 열차보안장치로서 자리매김 하는데 조금도 손색이 없는 안전장치이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샬롬(주)는 이미 20여 년 전에 아날로그 시스템인 ATS장치를 최초로 경부선 개량 ATS를 디지털화하는데 성공하였다. 그러나 초기단계에서 많은 개발부품을 포기함에 따른 매몰비용을 부담하면서까지 개발을 포기하지 끈기와 열정이 있었기에 이룬 성과였으며, 나는 개인적으로 제작사에 대해 미안함과 고마움을 느끼고 있다. 다만 전동차용의 아날로그 시스템을 디지털화 하지 못함을 아쉽게 생각하고 있으나, 그 동안 쌓은 많은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이제는 대륙 간 횡단철도를 위한 유럽통합시스템에 버금가는 혁신적인 한국형 열차제어시스템이 개발되어 세계시장을 공략할 수 있기를 바라고 또한 제작사 CEO의 뜨거운 열정과 철도안전을 위한 굳은 신념과 철학이 그 가능성에 대하여 희망을 갖게 하고 이루어질 것으로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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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신기승 작성시간 06.11.25 새로운 시스템에 대한 문제점을 과감히 지적하여 개선을 제안하고... 진행되어왔던 과정을 중지하고 문제점을 받아들여 진행되어왔던 손실을 감수하고서도 좀더 안전한 시스템을 만들어낸 제작사...모두 안전의 확보라는 궁긍적 목적을 위한 노력에 찬사를 보냅니다. 장문이나 ATS(열차자동정지장치)의 개선과정을 자세히 설명해 주셨습니다.
  • 작성자홍종광 작성시간 06.11.25 자세한 설명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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