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만할 수 없는 명제, 철도안전!
관리자 기자2012.08.07 17:44:59
한국교통대학교 철도운전시스템공학과 전 영 석
100여 km/h로 주행하는 고속도로 차량에서는 안전벨트를 의무적으로 착용하여야 한다. 그러나 300km/h로 주행하는 고속열차에는 안전벨트가 필요 없다. 국제적으로 열차는 안전하다는 것이 인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최근 운행 중인 고속열차와 도시철도의 전동열차가 도중에 정차되는 사건으로 언론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이를 취재하는 기자들로 부터 요즘 인터뷰 요청을 위한 전화가 종종 걸려온다. 그 내용은 열차가 운행도중에 정차한 것은 안전상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다. 고속열차를 고속도로를 주행하는 자동차와 비교하여 도로 상에 자동차가 정지하는 것은 후속차량과 추돌되는 위험처럼 고속열차가 도중에 정차하면 300km/h로 뒤 따라 오는 고속열차와 추돌되는 위험을 걱정하는 것으로 이해가 된다.
이에 대한 답변은 하나다. 대량수송의 철도교통기관의 안전시스템은 승객과 국민의 안전을 기본가치로 하고 있어 우려하는 것처럼 허술하게 되어 있지 않다는 것과 열차간의 충・추돌사고 방지를 위한 폐색(Block)이란 특수한 방법부터 철도안전시스템의 기본과 원칙에 대하여 설명하면 대부분이 이해를 한다.
철도의 안전시스템은 수 백 명의 탑승객과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담보해야하므로 운행 중인 열차의 안전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열차를 정차시키거나 감속하는 것을 기본원칙으로 한다. 즉, 열차의 안전시스템은 시스템 내에서 안전하다는 정보 이외의 정보가 검출되면 우선적으로 열차를 정차시켜 안전하다는 것을 확인한 후에 재차 출발하는 시스템으로 구성되어 있다.
따라서 주행 중인 열차에 위험정보가 검출되어 열차를 정차시켜 탑승객의 안전을 확보하였다면 안전시스템은 정상적으로 기능한 것이고, 이에 따른 신호 및 열차제어시스템이 작용하여 후속열차와의 추돌을 방지하기 때문에 안전상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다만, 운행 중인 열차가 도중에 정차되는 사건은 열차지연과 서비스상의 문제로서 승객들의 불만으로 이어질 수 있으나, 이 같은 사건은 없으면 당연히 좋겠지만, 복잡한 열차운행시스템에서 안전을 확보하기란 간단하지가 않다. 이에 안전이 타협하여 정차해야할 열차를 정차하지 않고 질주하는 것은 안전구조가 깨어지는 것으로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므로 절대로 허용해서는 안 되며 가장 경계해야할 일이다.
한국철도는 1899년 9월 18일 첫 기적을 울린 이래 100년을 훌쩍 넘겼다. 그 간 일제시대, 6.25 전쟁과 산업근대화과정을 거치면서 국내 산업발전의 중추적인 역할을 충실히 담당하여 왔음을 어느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일이다. 1974년 수도권 전철과 서울지하철 1호선의 개통으로 도시철도시대를 맞이하면서 도시교통 해결의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여 왔다.
2004년 경부고속철도 개통을 계기로 전국을 반 나절권으로 단축시켰고, 국내기술의 고속철도차량제작으로 철도선진국으로서의 입지를 확보하면서 국내 철도산업의 해외진출의 초석을 다져 나가고 있다. 이 같은 국내의 고속철도과학기술의 발전과 자동화시스템을 기반으로 하는 무인열차운행이 상업화가 추진됨에 따라 철도의 융합된 첨단과학기술은 나날이 발전에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한국철도는 100여년의 짧은 기간에 비약적인 발전을 한 것에 대하여 해외에서도 놀라운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의 고속철도와 무인운전시스템은 현재까지의 결과로 보면 안전하고 성공적이라고 판단된다. 하지만 이것에 자만하는 것은 금물이다. 특히 자동화된 시스템의 경우에는 강화된 안전시스템으로 자동화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아지게 된다. 이 경우에는 인간이 개입되어 열차를 수동으로 운행해야 한다. 이 때 인적오류가 개입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 시스템이 자동화가 되면 인간은 자동화에 의존하려는 경향이 있다. 더욱 자동화는 이중화시스템을 기본으로 하고 있어 기본시스템에 문제가 발생하여도 자동적으로 예비시스템이 가동되는 구조를 이루고 있어 더욱 자동화에 의존하려고 한다.
특히 최근 영업을 개시한 소규모의 철도운영기관의 경우에는 철도운영에 대한 경험이 없거나 짧다. 철도의 안전시스템은 기본적으로 중첩된 안전시스템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사고가 발생할 확률은 매우 낮다. 철도운영과정에서 경험과 학습과정을 반복하면서 사고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착시현상이 작용되어 중첩된 안전구조는 허물어지고 안전의식 또한 약화되기 마련이다.
철도운영기관은 이 같은 과정을 반복 경험하면서 당장은 비용절감과 효율성에 치중됨에 따라 안전은 상대적으로 약화되기 마련이다. 더욱 신설된 민영철도운영기관의 경우 인건비 절약을 위하여 경력자보다는 인건비가 저렴한 신규자를 많이 채용함에 따라 경력층이 얕고, 직원의 수를 대폭 줄인 무인운전시스템은 비상시의 비상대응이 원활하지 못하며, 직원 개인 한사람이 다기능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어서 전문성 부족으로 인적오류 발생 가능성이 높은 특성이 있다.
주행하는 열차는 운행과정에서 높은 속도와 무거운 중량, 열차의 긴 제동거리의 특성상 충돌, 탈선 등 다양한 위험사건을 수반하게 된다. 이 같은 각종 위험에 대비하여 계획단계에서부터 시설안전, 차량안전에 관한 충분한 기준이 마련되어 있어야 하며 이를 기반으로 한 운영안전기준이 마련되어야 하나 현실은 만족할 수 없는 수준이어서 철도운영기관의 안전관리에 어려움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철도운영기관은 국민의 삶의 질 향상에 따른 승객 및 국민들의 안전요구수준이 나날이 높아져 가는 이 시점에서 언론보도에 흔들리지 않고 의연하게 대처하는 자세가 필요하며, 안전 확보의 주체로서 철도운영에 따른 위험도기반의 안전관리(SMS)를 통하여 안전시스템이 제 기능을 다할 수 있도록 안전경영과 안전문화를 이어나가 예방안전을 하는 것이 무엇보다 현명한 자세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