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 교육의 문제점

작성자밝히리|작성시간06.09.12|조회수212 목록 댓글 0
이 글은 제가 학원에서 중고생에게 수학을 가르쳐 본 경험을 바탕으로 적는 것입니다.
이번에도 재미있는(?) 이야기 부터...

옛날에 옛날에 어머니와 아들 둘이 살았다.
어머니가 워낙 아들을 귀하게 키워서 아들에게는 문제점이 있었다.
아들은 어머니가 밥상을 가져다 주어도 먹지 않고, 떠 먹여주어야만 먹었다.
그러던 어느 날 어머니가 멀리 여행을 가서 오랫동안 집을 비워야 했다.
떠 먹여주어야만 밥을 먹는 아들이 무척 걱정이 되고 고민이 되었다.
그러다 한 꾀를 생각해 냈다.
시장에 가서 곶감을 산 다음 실로 꿰어 목걸이를 만들었다.
그리고 누워 있는 아들의 목에 걸어준 후 
'배가 고프면 이걸 먹으렴~' 하고 멀리 여행을 떠났다.

며칠이 지난 후 어머니가 돌아왔다.
집에 도착해서 방 문을 열어보니 아들은 누워서 곶감을 목에 건 채로 죽어 있었다.
너무 놀란 어머니는 이게 어찌 된 일인지 아들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아들은 입에 닿는 부분의 곶감만 먹고, 손을 쓰기가 귀찮아서 그냥 굶어 죽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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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학원은 어떤 곳인가? 나는 학원이 병원이라고 생각한다. 몸이 아프면 병원에 가서 치료 받는다. 그리고 다 나으면 병원과 이별이다. 암에 걸리면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 그 과정에서 부작용도 있고 고통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환자가 '나 안아프게만 해주세요.'라고 한다면? 그 사람은 그냥 죽을 때 까지 병원에서 진통제만 맞아야 한다. 마찬가지로 학교 수업을 따라가기 힘들면 학원에서 부족한 부분을 채우면 된다. 그리고 다 채우고 나면 학원 안 다니면 된다. (물론, 이렇게 하면 학원이 먹고 살기 힘든 것은 인정한다.) 성적이 나쁜 학생이 학원에 가서 공부를 할 때 그 과정에서 부작용도 있고 고통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학부모가 '우리 아이 성적만 올려주세요.'라고 한다면? 그 사람은 그냥 죽을 때 까지 계속 학원 다녀야 한다.
  2. 학원이 믿을 만한 곳인가? 내가 학부모와 대화를 해 보면 다음과 같은 것을 느끼게 된다. 어머니들은 학원에 대해서는 막연한 기대와 믿음이 있다. 반면에 학교에 대해서는 막연한 불만과 불신이 있다. 또한 학원 강사가 학교 선생님보다 실력이 뛰어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것은 엄청난 착각 이다. 학원 강사가 학교 선생님보다 실력이 뛰어난 경우도 있으나 그것은 매우 특별할 경우일 뿐 대부분은 아니다. 내가 아는 사람 가운데 강남 대치동에서 수학을 가르치는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이 나에게 이런 말을 해 주었다.  강남 학원에서 수학을 가르치는 사람은 그 실력이 뛰어나 보이지?  그런데 사실은 아니야. 못 하는 사람이 많아.  그들은 우리처럼 수학 문제를 이해하고 알아서 푸는 것이 아니라  수학 문제를 푸는 방법만을 연습한 다음에 가르쳐 줘.  그러니 "왜 거기가 그렇게 돼요?" 와 같은 근본적인 질문에 대해서는 대답을 못해.  거기 있는 사람보다 니 실력이 더 뛰어날걸? 내가 여기서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학부모가 막연하게 뛰어나다고 믿고 있는 그 사람이  나 같은 평범한 사람과 별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3. 계속 떠 먹여 주어야 한다. 내가 경험한 바로는 학원교육의 가장 큰 문제점은 학생들에게 떠먹여 주기만 할 뿐 스스로 먹는 법을 가르치지는 않는다. 그러니 계속 먹여 주지 않으면, 처음 글 처럼 학생은 굶어 죽어버린다. 약간 다른 말로 하면, 고기를 잡아주기만 하고 고기 잡는 법을 가르치지는 않는다. 내가 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굉장히 충격먹은 일을 몇가지 적어보겠다. 아래는 모두 중학교 1학년과의 대화이다. - 선생님 너무 더워요. 에어컨 좀 틀어 주세요. = 지금이 4월인데 무슨 에어컨이야?  에어컨 보다는 네가 입고 있는 잠바를 벗으면 될 것 같아. - 잠바 벗기 귀찮아요. ㅡㅡ; = 귀찮아? 그러면 그냥 더운 채로 있어. - 선생님 대학생은 학원을 어디로 다녀요? = 대학생이 무슨 학원을 다녀? - (놀라며) 그럼 대학교 올라가면 혼자 공부해야 되요? = 당연하지. 대학생이면 이제 성인인데, 스스로 밥을 먹어야지.  그때까지 아이처럼 남이 떠 먹여 주는 밥을 먹을거야? - 선생님 저는 학교에 가봤자 공부도 안하는데 왜 가는지 모르겠어요.  학교 안 다니고 학원만 다니고 싶어요. = 학교가 학원보다 더 중요한거야. 그러니 학교 열심히 다녀. - 학교가 중요하다구요? = 그래, 네가 학교 수업만 잘 들어봐. 그러면 뭐하러 학원 다니냐?  학교에 가서 수업시간에 딴 짓하니까 학원 다니는 거 아냐? 한번은 내가 학생들에게 처음에 있었던 옛날 이야기를 해 주었다. 그랬더니 학생들의 반응은 보통 아래와 같았다.  기가막혀. 그런 놈은 잘 죽었어요. 죽어도 싸다. 어떻게 그런 놈이 있어요? 나는 그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정말 기가막히지? 내가 너희들을 보면서 드는 생각이 이거와 똑같아.
  4. 학원을 안 다니면 어떻게 공부 해야 하는가? 학원에서는 시험기간 되면 아이들에게 공부 죽으라고 시킨다. 나 때보다 다섯 배는 더 하는 것 같다. 나 때보다 교과서도 더 쉬워졌다. 그런데 성적(실력)은 나 때보다 나쁘다. 학생들 중에서 자기 스스로 정말 수학 잘한다고 하는 학생들도 수학 시험에는 안 나오지만 알아야 할 것들 처럼 가장 기본적인 질문에 대해서도 대답을 못하는 학생이 많다. 이것은 학생들의 문제가 아니고 교육 시스템의 문제이다. 특히 떠먹여 주는 학원의 교육 시스템에 문제가 많다. 나는 죽으라고 문제집을 푸는 그 시간에 '수학 교과서 세번만 봐라.'고 말하고 싶다. 그러면 정말 수학 실력 올라간다. 내 경험에 의하면 성적이 좋지 않은 학생들의 공통점은 수업 시간에 선생님 말을 안 듣고 딴 짓을 많이 하는 것 이다. 딴짓만 하면 나은 편인데 다른 학생에게 방해가 되게 떠드는 학생들도 많다. 딴짓 하고 떠드는 학생들은 대부분 집에 이렇게 말한다.  엄마, 학원에서 애들이 떠들어서 수업 못 듣겠어요.  엄마, 학원 선생님이 하는 말이 너무 어려워서 못 알아듣겠어요. 내가 학원에서 학생들에게 계속 강조하는 부분은 아래와 같은 말이다.  너희들이 학교 수업시간에 딴 짓 안하고 선생님 말 잘 들으면 뭐하러 학원 오냐?  학교 수업시간에만 잘 들으면 중학교는 학교시험 평균 80점은 나온다.  학교 선생님이 내 준 숙제만 잘 하면 평균 90점은 나온다.  그러니 학원 다닐 필요 없다.
  5. 집에서는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 의아하게 들리겠지만, 집에서 가르칠 필요 없다. 그럼 뭘 어떻게 할 것인가? 학생에게 가르치라고 하면 된다. 어머니가 자녀에게  '아들아, 오늘 학교에서 열심히 듣고 무엇을 배웠는지 나에게 가르쳐 주렴' 하면 된다. 학생이 오늘 배운 것을 어머니에게 알려주려면 어쩔 수 없이 학교 수업 잘 들어야 한다. 그리고 부족한 부분은 스스로 해야 한다. 만약 학교에서 수업 시간에 딴 짓 하면 엄마 앞에서 바로 들켜버린다. 어머니는 가르칠 필요 없다. 그래서 어머니는 전혀 부담이 없다. 그냥 자녀가 알려주는 수업만 듣고, 수고했다고 칭찬해 주면 된다. 과목당 5분 ~ 10분 정도로 요약 설명하라고 하면 30분 정도면 끝난다. 이것을 통해서 어머니와 자녀 사이에 대화의 시간도 더 늘어난다. 이렇게 하면 학교 수업 뿐만 아니라 말하는 훈련, 나의 생각을 정리해서 발표하는 훈련도 된다. 다시 말하면 요즘 유행하는 논술 공부가 되는 것이다. 내가 대학교 다니던 시절 어떤 교수님이 나에게 이런 말을 해 주었다.  "모르면 가르쳐라." 지금 생각해도 맞는 말 같다. 배우는 사람보다 가르치는 사람이 더 많이 배운다. 그러니 학생에게는 배움의 기회 뿐 아니라, 가르칠 기회도 많이 주어야 한다.
  6. 같은 돈을 더 잘 쓰는 방법 나 때도 그랬지만 학생들은 무지 공부하기 싫어한다. 그들에게 동기 부여를 하고 싶은데 정말 쉽지 않다. 그래서 내가 아는 학교 선생님에게 물었더니 이렇게 대답했다.  그건 굉장히 어려운 질문이야.  10년 넘게 학생들을 가르쳤는데도 나도 아직 모르겠어. 그래서 고민 끝에 다음과 같이 생각했다. '부모가 동기 부여를 해 주는 것은 어떨까?' 시골은 한달 학원비가 10만원대, 중소도시는 20만원대, 서울은 40만원대로 알고 있다. 한달 학원비가 25만원이라고 하자. 내 생각으로는 그 돈으로 학원을 보내는 대신 한달에 한 번씩 가족여행을 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여름 휴가철에는 산이나 물로 가면 좋을 것이고 봄이나 가을에는 천문대, 박물관, 아이가 목표하는 대학교로 놀러가면 좋을 것이다. 집이 서울에서 멀다 하더라도 도시락 싸서 서울대에 놀러 가서 '우리 딸이 앞으로 다닐 대학교에 놀러 왔네~~' 하면 어느 정도 동기 부여가 되지 않을까? 집이 서울에서 너무 멀면 대전 kaist 나 포항공대도 좋을 것 같다. 이 방법이 학원 보내는 것 보다 '공부해라~ 공부해라~' 이야기 하는 것 보다 더 좋을 것 같다. 일단 적당한 동기부여만 되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하니 더 좋은 일일 것 같다. 요즘 DJ 홈쇼핑 광고에서 하는 말 처럼, 이것이 같은 돈을 더 잘 쓰는 방법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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