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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 신화 설화

굿의 신화적 변용 (7) 영정물림. 소지. 부산 띄우기.

작성자솔롱고|작성시간15.06.20|조회수73 목록 댓글 0

 

 

22. 영정물림에 나타나는 팔도명산소지는 신시화백회의의 무교적인 표현



우리 조상은 하늘을 자미원 태미원 신시원의 셋으로 나누었다.

자미원은 하늘의 청와대와 정부가 있는 곳이고, 태미원은 한국의 하늘이 되고,

신시원은 배달나라의 하늘이 된다.


무당이 굿을 할 때는 하늘이 완전히 열리기 때문에 하늘과 땅에서 굿의 추이를 지켜보게 된다.

무당이 소지를 올리면 소지로 표현되는 명과 복에 관한 청원이 구황대주인 태미원의 한인천제에게

상달된다.

이어서 신시원에서 이 소지를 놓고 화백회의가 열린다.

회의 결과가 은당지銀塘池나 금당지金塘池에 지은 신사神社로 하달이 되는데, 이를 신사덕神社德

이라고 한다.

 

(이상은 굿을 통하여 필자가 추론을 한 것이므로, 이 글을 읽는 사람들도 자신만의 추론을 해보

도록 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굿상에는 소지, 쌀 한 주발, 술 한 잔을 놓은 후에, 긴노래를 띠우면서 종이를 접어 부정소지를

올리고, 이어서 팔도명산소지를 올린다.

 

(<거므나 따에 희나백성> 철무리굿 영정물림 67쪽)  


팔도명산소지는 신시화백시대에 회의하기 전에 올리고, 회의 끝난 후에도 올리던 의식이 굿에

정착한 것이다.

화백회의에 참석하는 참석자를 부를 때, 또 돌려보낼 때, 하던 의식이 그들이 죽은 후에도 그대로

그들의 혼백을 불러 참석시키기 위하여 하였고, 신시화백회의가 끝나서 돌려보낼 때에도 그렇게

하였다. 이 의식은 그대로 다른 제사에도 전용되었다.   


종이가 없던 이 시대에 7개의 잎으로 구성되어 칠성을 상징하는 엄나무 잎이나 제석祭席을 만드는

띠풀 한 가닥을 태워 소지올렸을 것으로 보인다.

소지 올려 맑든 재가 떨어지면 길조의 신탁을 받았다고 여겼다고 생각된다.      


이 부분에서 우리는 소지라는 것이 지금 우리 시대에서 말하는 일종의 법안, 결의문, 청원서의

성격을 띠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청원의 내용은 생명과 복에 관한 것이다.

소지로  청원서를 제출할 때 무당의 청배를 받았던 감흥님이 화백회의를 소집하고, 회의장에

들어설 때 소지를 가슴에 품고 가면 참석자들이 생명청원에 관한 것으로 알고, 등에 지고 가면

복에 관한 것으로 알았다.


소지에 중대한 의미가 있기 때문에, 소지 자체에 대해서도 신사덕이 내릴 수 있게 잘 타 달라고

부탁을 했던 것이다.


이 이때 무당이 부르는 사설에, 나라님 소지라고 하면서, ‘거므나 따에 희나백성’과 ‘구황

대주’가 나온다.

‘거므나 따에 희나백성’은 ‘단군왕검의 땅 단군조선에 희씨나라의 백성’이라는 뜻으로,

‘구황대주’는 ‘구황대주九皇大主’로 ‘구황족의 임금’, 즉 ‘구한족의 전신인 구황족의 임금’

이란 뜻으로 해석한 바가 있다. 

구황족의 임금은 구황족에서 구한족이 나왔으므로, 구한족의 수장인 한인천제를 말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나라님 소지’가 조선백성을 위하여 한인천제에게 올리는 소지로 해석이 가능해진다.

중요한 대목이라고 하겠다.


소지는 가족의 연령별로 올리는데, 웃어른에서부터 아랫사람에 이르기까지 차례로 올린다. 

소지가 잘 타면 굿을 하는 사람에게 좋고, 잘못 타면 나쁘다고 한다.

검게 타지 않고 밝게 잘 타는 것을 잘 탄다고 하고, 검게 타고 재가 올라가다가 거꾸로 떨어지는

것을 흉조로 여긴다.

불타다가 종이가 남으면 잘못 탄다고 한다.

 

(<거므나 따에 희나백성> 철무리굿 영정물리 67쪽) 


우리나라님 소지요 / 나라 없는 백성이 있느냐 / 임금 없는 신하는 보았느냐 / 거므나 따에

희나백성들 / 나라가 편하다면 / 복자무늬 돋혀 천상으로 오르시오 / 나라천 구황대주님

면소집니다 / 복소집니다 / 명소지는 품에 품고 / 복소지는 등에 지워 / 물 아래 은당지가 지고 /

물 위에 금당지가 져서 / 맑은 소지 곱게 타서 / 신사덕에 내리신다면 / 생소지 지지말고 /

천상으로 올라가시오

 

(<거므나 따에 희나백성> 철무리굿 영정물림 67쪽)


위 무가사설을 쉽게 풀어 쓰면 아래와 같다.


우리나라님 구황대주에게 소지 올립니다.

나라백성이 없을 수 없고,

임금 없는 신하가 있을 수 없습니다.

단군왕검의 땅에 희씨나라 백성들이 살고 있는 대한민국

나라사정이 편하다고 여기시면,

소지올린 재가 복자무늬 형상으로 돋아 올라

천상으로 오르세요.   


나라천(나라의 하늘에 계신) 구황대주님

명소지 올립니다 복소지 올립니다

명소지는 품에 품으시고

복소지는 등에 지시어


물 아래 사는 이는

은당지銀塘池가 지게 하시고

물 위에 사는 이는

금당지金塘池가 지게 하세요


(소지에게) 맑은 소지 곱게 타서

신사덕神社德으로 내리려 하신다면

생소지지지 말고 소음 탄내 피지 말고

천상으로 올라가시오  


이 사설은, “소지 올리니 최고 조상이신 구황대주님이 소지를 다시 인간 세상에 내려 보내실

때에 물 아래 사는 사람은 은당지로, 물 위에 사는 사람은 금당지로, 신사덕을 베풀어 내려 보내

달라”는 뜻으로 되어 있다.


위에 인용한 무가사설에 나오는 은당지와 금당지는 화백회의를 했을 당시에 화백회의 장소였던

호수이다.

배달나라시대엔, 북두칠성이 뜨는 산봉우리가 뒤에 있고, 앞에 연못이 있는 곳에서 화백회의를

하였다. 연못 위로 북두칠성이 떠 있었다.

아마 연못에 북두칠성이 비치기 시작할 때 화백회의를 시작하여 북두칠성이 연못에서 사라질 때

회의를 마쳤던 것으로 보인다.

화백회의 때는 찬성하는 쪽과 반대하는 쪽이 갈리게 되는데, 투표권을 행사하는 소부족의 대표들은

자기가 찬성표를 던지고 싶어 하는 쪽에 가서 앉았다.

그러므로 물 아래와 물 위라는 표현을 썼다고 보는 것이다.


이때 칠성님으로부터 받는 것이 신사덕이다.

연못가에 칠성님에게 제사지내는 신사가 있었기 때문에, 신사에 신탁으로 내려 보내는 것을

신사덕이라고 하였을 것이다.

 

 

 

 

 

23. 영정물림에서 타령으로 풀어내는 영정들


 

 

영정물림굿이 다 끝나갈 때, 무당은 한지로 소지를 하나 올려 영정들을 돌려보낸다.

한지가 잘못 타면 소지를 다시 올려야 하는데, 식구 수대로 연령별로 하나씩 올린다.

이때, 무당은 긴노래로 식구마다 “00세 00월 00일”하고 생년월일을 구연한다.

 

무당은 긴노래를 그친 다음에 술을 문 밖에다 버린다. 이제 영가들이 그들이 온 데로 돌아가라는 뜻이다.

 

다음에 무당은 영정상에 바가지를 놓고 음식을 골고루 담는다.

음식 위에 삼색 헝겊을 작게 잘라 담고, 서리화 한 송이를 꽂는다.

이어서 술 한 잔과 삼베를 상 위에 올린다.

 

(<거므나 땅에 희나백성> 철무리굿 영정물림 67쪽)

 

술을 문 밖에 버리는 것은 술을 땅에 드리는 행위이다.

바가지에 음식을 담고 삼색헝겊을 담고, 서리화를 꽂는 것은 삼신에게 음식을 따로 차려 바치는 행위이다.

삼색헝겊이 삼신을 상징하고, 서리화가 겨울에 피는 흰 매화를 대신한다.

흰 매화는 삼신을 상징하는 꽃이다.

 

무당은 술 한 잔을 상위에 올려 삼신에게 제사한다.

술 한 잔과 함께 삼배도 올리다. 삼배는 직녀를 상징한다.

직녀가 삼신이므로, 바가지에 따로 직녀삼신상을 차린 셈이다.

삼신상을 바가지에 차린 것은 이 바가지를 어딘가로 띄어 보내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다.

“낮에 나온 반달 하얀 쪽배에...”하는 노래 말에 있듯이 바가지는 은하수를 거쳐 직녀삼신에게로 보내는

쪽배가 된다.

부산鳧山 띠우기와 같다고 볼 수도 있다.

부산 띠우기는 복희에게 보내는 주술행위이지만 바가지는 삼신에게 보내는 주술행위이다.

황해도 굿에서는 부산 띠우기를 하고, 남한강 수계에서는 정월보름에 강물에 바가지를 띠우는데,

이를 어부슴(용신앙)이라고 한다.  

 

무당은 직녀삼신상 앞에 앉아서 잦은 만세받이를 한다.

타령이 가요 / 영전에 타령이 가요 / 안채로 타령이 가요 / 터주 지신에도요 /  팔만 주왕에도 가요 /

안채 도리채도 가요 / 바깥채도 타령이 가요 / 문안 산신 수문장에 타령이 가요

 

(<거므나 따에 희나백성> 철무리굿 영정물림 68쪽)

 

실제로 몸이 움직이지는 않지만, 잦은 만세받이를 하여 집안 구석구석을 닦아낸다.

좀 쉽게 풀어 보면 다음과 같다.


타령을 치며 가요
사당(신사)에 타령을 치며 가요
집 안채로 타령을 치며 가요  
터의 주인이신 지신에게도 타령을 치며 가요
사방팔방의 만신을 모시는 주왕에도 타령을 치며 가요
안채를 돌아 달아낸 채에도 타령을 치며 가요
바깥채에도 타령을 치며 가요
문안에 사시는 수문장에게도 타령을 치며 가요


타령은 타령打鈴으로 볼 수 있는 말이다. 방울을 치며 가면서 기도 길을 튼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타령을 치는 데엔 굿을 한 장소에서 말끔히 부정을 걷어낸다는 의미가 있다.

청동기시대에 풍경風磬처럼 생긴 동탁銅鐸이라는 악기가 있었다. 이때에 이 악기를 썼을 것으로 본다.

 

무당이 실제로 가지는 않지만 타령을 치며 간다고 하기 때문에 실제로 타령을 치며 가는 것과 같은 효과를

본다고 볼 수 있다.

이렇게 함으로써 사당을 포함한 집안이 정결해지는데,  이 곳에 미련을 두고 떠나지 못하는 영가들을 모두

떠나보내기 때문에 집안이 정결해진다는  의미가 있다.

또한 본래부터 이 곳에 머물러있어야 하는 신들을 제자리에 다시 좌정시켜 드린다는 의미도 있다.

그 신들은 타령에서 구연하는 사당신, 안채신, 조왕신, 안채도리채신, 바깥채신, 수문장신이다. 

 

이어서 무당은 부정물림베를 길게 길이로 잘라 타령을 치고 지나간 곳에 갖다 건다.

안채에 거는 베를 터주가리에 걸고, 조왕에 거는 베를 조왕에 걸고, 문턱에 거는 베를 접어서 문턱에 건다.

터주가리에 거는 베와 조왕에 거는 베는 터주신과 조왕신이 그곳을 지키며 보살핀다는 의미요, 문턱에 거는

베는 통용할 문을 내 준다는 의미이다.

또 달리 베를 몫 지어 놓았다가 부정을 물리는 데에 쓰는데, 이 베를 부정물림베라고 한다.

이 베에 대신칼을 끼워 불태우며 축원한다.

 

(<거므나 따에 희나백성> 철무리굿 영정물림 68쪽) 축원은 다음과 같다.  

 

초부정 초영정 / 상문부정에 영정을 풀어내요 / 비단 문에 / 고리비단 실비단 번쩍 들어 /

야광단 일광단 월광단 / 복자문에 도치어 / 솜 탄내 피지 말고 / 받아가시오

 

(<거므나 따에 희나백성> 철무리굿 영정물림 68, 69쪽) 

 

위 무가사설을 풀어 쓰면 다음과 같다.

 

부정을 부르고 영정을 불러
상문에 든 부정에서 영정을 풀어내요
비단 거는 문에 고리비단 실비단을 번쩍 들어 걸고
복자문(福字門-복자를 새긴 대문)에 야광단 일광단 월광단을 거꾸로 걸어요
(소지 올리는데) 솜 태우는 내 피지 말고
(소지에서 나오는 재를) 받아가시오

 

무당은 축원을 하고, 태운 재를 술잔에 담아 마당에 쏟아 버린다.

 

(<거므나 따에 희나백성> 철무리굿 영정물림 68, 69쪽)  

 

부정을 물리기 위하여 부정을 부르는 것이 초부정이다.

영정(零丁, 靈加, 加亡)을 풀어내기 위하여 영정을 부르는 것이 초영정이다.

상문에 드는 부정이 상문부정이다.

상가에 부정이 들면 상가에 문상을 갔다가 부정을 당하는 경우가 생기기도 하므로 영정을 풀어낸다고 볼 수

있다.

 

굿을 시작하면서 먼저 했던 부정물림(부정치기)이 여기에서 다시 반복된다.

영정을 모셔드려 풀어드리는 것이다.

영정은 죽은 사람의 영으로서 육정신六丁神이 된 영이다.

육정신은 천제天帝(하나님)가 부리는 군사인 육정육갑신에 속한다.

천제의 신병이 되어 지상으로 오는 것이다.

천제는 조당이 된 안방으로 모시고 신병이 되어 돌아온 조상들은 굿이 진행되는 동안 혈육과 함께 한다.

 

 

 

 

 

24. 영정물림에서의 부산 띄우기는 신시화백회의의 종료의식

 


 

영정물림에서 마지막 단계로, 무당은 제물과 삼색 헝겊이 든 바가지와 방울을 이용하여 굿 장소에 와 있는

영정을 모두 저승길로 돌려보낸다.

이 일을 하기 전에 먼저, 소지올려 태운 재를 술잔에 담아 마당에 쏟아버린 다음에, 굿상에 새로이 술잔을

부어 놓고 상위에 놓은 바가지를 잡고 잦은 만세받이를 한다.

 

에라 영정 /
천하에도 영정이야 / 지하에도 영정 / 동서남북에 영정 / 사방에 영정 /
옥황 영정 / 신선 영정 / 인간 섬겨 복립 영정 /
터주지신 영정 / 이 터전 지신 영정 / 저 터전 밧초 영정 / 산천 영정 /
부군에도 영정 / 서낭에 영정 / 만조상의 영정
해를 묵은 영정 / 철을 묵은 영정 /
영정 할마이 / 영정 마누라 / 영정 각시 /
보채던 영정 / 개개던 영정 / 시왜던 영정 /
음식에 따라 든 영정 /
색붙이 채단에 눈 걸어 본 영정 /
거리에서 묻어 들어온 영정 / 오고가던 영정 / 
단마루 성주님의 영정 / 상문에도 영정 /
생고기에 학이 걸어보는 영정 받아나요 /
객사 영정 / 오사 영정 / 성주님의 영정 / (제물을) 받아나요 /
아니 물러가면 국내 밥내도 못 쐬게 / 살을 비고 뼈를 깎아 /
천굴암 소에다 계(결)명주사로 환을 처서 무쇠 가마 씌워 /
옥추보경 대질러 가 얼리고 달랠 때 / 물러가요 /
영정마누라 부정이야 /
삼베를 찢어 태우며 구수베 쌀벼 /
비단문에 복자문에 월공단문에 돋아 받아가요 /
아이 잡아 농단 어른 잡어 희롱하던 영정 /
모든 음식과 영정들 객신들 뜬 신들을 잔뜩 이 배(바가지)에 실었으니
뜬 귀 뜬 신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다 내몰아 갑시다 /
앞 바다 열두 바다 이십사 강 의주월강 소멸할 제 용마루 곱게 넘어가요

(주 필자 순서 조정, <거므나 따에 희나백성> 철무리굿 영정물림 69,70 쪽)

 

위 인용문은 영정이 장소에 따라 공간에 따라 다양하게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에라 영정”은 이 점을 시사하고 있다.

 

천하에도 영정이야 / 지하에도 영정 / 동서남북에 영정 / 사방에 영정 /

 

천하(天下, 천상천하天上天下의 약자), 지하(地下, 지상지하地上地下의 약자), 동서남북, 사방, 영정은

이렇게 모든 공간에 존재한다.

영정이 없는 곳은 없다. 인간이 언제부터인가 태어나서 지금까지 죽어 왔는데, 그 수가 천문학적인 숫자일

것으로 본다면, 사람이 죽어서 된 영정이 천상천하, 지상지사, 동서남북, 사방 어디에도 있는 것이다.

 

옥황 영정 / 신선 영정 / 인간 섬겨 복립 영정 /

 

천상의 정점은 천상의 주인이신 옥황玉皇이다. 옥황은 하나님(하느님)이 계신 곳이다.

옥황(하나님)이 계신 곳에 있는 영정이 옥황 영정이다. 옥황 영정이 영정으로서는 제일 격이 높은 영정이다.

옥황이 돌아가셔서(돌아가실 리도 없지만) 옥황 영정이 되신 것이 아니라, 어떤 영정이 옥황에 가서나 잡아

잡수 하고 눌러 붙어 있는 영정일 것이다. 혹시 격이 높은 신선이 죽어서 옥황 영정이 되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인간이 섬겨 오던 어떤 분이 죽어서 된 영정이 복립福立 영정이다.

아마 부처님이나 예수님 같은 분이 사후에 복립 영정이 된 것이 아닌가 한다.

살아 있는 인간에게 복주는 일을 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 복립 영정이다.   

 

터주지신 영정 / 이 터전 지신 영정 / 저 터전 밧초 영정 / 산천 영정 /

 

신선영정과 복립 영정과 같은 분들이 옥황에만 있지 않고 땅에도 있다. 그 분이 터주지신 영정이다.

터주는 터의 주인이고, 지신은 땅의 신이다. 즉 터의 주인이 땅의 신이다.

터에는 이 터전이 있고, 또한 저 터전이 있다. 나와 가깝게 있는 터전이 있고, 나와 멀리 떨어져 있는 터전이

있다.

이러한 터전을 위하여 일하는 영정들이 이 터전 지신 영정이고 또한 저 터전 지신 영정이다.

저 터전 영정을 밧초 영정이라고 했는데, 밧초는 받친 이라는 말의 오기인 것 같다. 

이렇게 보면 저 터전 밧초 영정은 저 터전에 받친 영정으로 해석이 가능해 진다.

그러니까 저 터전을 위하여 자신을 헌상한 영정으로 볼 수 있는데, 이러한 영정을 나라를 위하여 전쟁을

하다가 전사한 영정이나, 나라 일을 하다가 순직한 영정으로 볼 수 있다.

이들이 산천에 남아 있으므로 산천 영정이라고 하였다.

 

부군에도 영정 / 서낭에 영정 / 만조상의 영정

 

옥황 영정, 신선 영정, 복립 영정, 지신 영정, 터주 지신 영정, 이 터전 지신 영정, 저 터전 받친 영정, 산천

영정, 등 8개 부류의 영정은 모두 부군신당에 모시는 영정들이다.

그래서 부군에도 영정이라고 한 것이다.

부군신당에 모시는 영정을 달리 부군신이라고 하였고, 또 산신령이라고 하였다.

이들 영정은 움직임이 자유스러워 활동하는 범위가 넓다.

부군신이나 산신령으로 부르는 신들을 영정이라고 한 이유는 이들 신이 죽은 사람의 영과 일체가 되어

굿당에 나타났으므로 그렇게 부른 것이다.

서낭에 영정은 산이나 들에 있는 서낭당(성황당)신에게 의탁한 영정이다.

만조상의 영정은 이런 저런 신에 의지한 여러 조상의 영이다.
     
해를 묵은 영정 / 철을 묵은 영정 /

 

이들 영정은 해를 묵은 영정이고 철을 묵은 영정들이다. 해를 묵고 철을 묵었다는 것은 죽은지 오래 된

영정이라는 뜻이다.

이들이 생전의 핏줄 따라, 생각 따라, 취향 따라 모일 것이므로, 사람이 죽으면 조상에게로 간다고 한다.
 
영정 할마이 / 영정 마누라 / 영정 각시 /

 

영정을 부르면서 남자 영정은 부르지 않고, 할머니 영정 마누라 영정 각시 영정 세 종류의 영정만을 부른다.

아마 모계사회의 위계질서나 서열이 은연중에 반영이 된 것이 아닌가 한다.

 

보채던 영정 / 개개던 영정 / 시왜던 영정 /

 

앞에 어자 영정만 부르고 남자 영정은 부르지 않으면서 보채던 영정, 개개던 영정, 시왜던 영정을 부른다.

이들이 여자들의 입장에서 본 남자들의 행태를 보여준다고 하겠다.

할머니에게 보채던 할아버지 영정, 마누라에게 개개던 아버지의 영정, 새색시에게 시왜던 남편 영정이다.

 

색붙이 채단에 눈 걸어 본 영정 /
거리에서 묻어 들어온 영정 / 오고가던 영정 / 

 

채단采緞은 혼인 때에, 신랑 집에서 신부 집으로 미리 보내는 푸른색과 붉은색의 비단인데, 치마나 저고릿

감으로 쓴다.

신랑 집에서 채단을 가지고 올 때, 신부 집으로 채단을 따라 들어온 영정이다.

아무런 연고 없이 거리에서 묻어 들어온 영정도 있다.

뿐만 아니라 오가다가 눈에 띠어 따라 들어온 영정도 있다.
 
단壇 마루 성주님의 영정 / 상문에도 영정 /
생고기에 학이 걸어보는 영정 / (제물을) 받아나요 /

 

단 마루는 성주단지를 모셔두려고 마루에 만든 단이다. 성주님의 영정은 성주단지에 든 영정이다.

상문은 초상을 당한 집이다. 상문에도 영정은 초상집에 든 영정이다.

생고기는 날고기다. 학狢은 오소리이다. 날고기를 탐을 내는 오소리처럼 생고기에 묻어 들어온 영정이다.

푸주간이나 도살장에서 생고기를 따라 들어온 영정이다.

‘받아나요’는 ‘받아요’의 방언이다. 바가지에 든 제물을 받으라는 뜻이다.   

 

객사客死 영정 / 오사誤死 영정 / 성주님의 영정 / (제물을) 받아나요 /

 

거리에서 죽은 영정, 잘못 죽은 영정, 성주님을 지키다 죽은 영정 모두 제물을 받아 가세요라는 뜻이다.

이들은 영정을 받들어 모셔 줄 상대가 없으므로, 지신이신 성주님에 의지하며 사는 영정이다.

딱한 영정이라고 볼 수 있다.

 

아니 물러가면 국내 밥내도 못 쐬게 / 살을 비고 뼈를 깎아 (움직이지 못하게 할 것이요)/
천굴암千窟岩 소沼에다 (들여보내는데) 계(경)명주사로 환을 처서 (바르고, 나오지 못하게) 무쇠

가마(솥을) 씌워 / 옥추보경(으로) (가로)대(를) 질러 (나오지 못하게 할 테니) (무녀)가 얼리(르)고

달랠 때 / (얌전하게 조용히) 물러가요 /

 

제물을 드렸는데도 아니 물러가면, 국 냄새, 밥 냄새도 못 쐬게 하고, 영가의 살을 비어내고, 뼈를 깎아서

라도 움직이지 못하게 할 것이요, 천개의 굴이 뚫린 바위, 깊은 늪에 감금하는데, 경명주사로 환을 만들어

바르고, 나오지 못하게 무쇠 가마를 뒤집어씌우고, 나오지 못하게 옥추경으로 가로대를 만들어 지를 것이니,

무당이 어르고 달랠 때 얌전하게 조용히  물러가라는 것이다.

이 부분은 무당과 영정의 관계를 잘 나타내는 부분으로 볼 수 있다.

무당은 굿을 하면서 영정을 불러들이기도 하지만, 굿 도중에 철저하게 통제하고, 굿이 끝나면 가차 없이

돌려보낸다.

 

영정마누라 부정이야 /
삼베를 찢어 태우며 구수베 쌀 벼 /
비단문에 복자문에 월공단문에 돋아 받아가요 /

 

죽은 마누라 영정에 든 부정이야, 삼베를 찢어 태우며, 굿을 할 때 수문장에 비단으로 만든 문, 복자무늬가

있는 문, 달무늬가 있는 공단으로 만든 문을 내고, 점이 박힌 베 쌀 벼가 입맛을 돋게 할 것이니 받아 가시

라고 한다.

 

아이 잡아 농단(담) 어른 잡어 희롱하던 영정 /
모든 음식과 (함께) 영정들 객(으로 온)신들 뜬(떠돌이) 신들을 잔뜩 이 배(바가지)에 실었으니 /

뜬 귀 뜬 신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다 내몰아 갑시다 /
앞 바다 열두 바다 이십사 강 의주월강艤舟越江(하여) (액운) 소멸할 제 용마루 곱게 넘어가요

 

무당은 바가지에 아이를 잡아 농담하고 어른을 잡아 희롱하며 장난기를 부리는 짓궂은 영정들과 함께, 별

볼일 없는 객으로 온 신들, 떠돌이 신들, 모든 신들을 잔뜩 음식과 함께 이 배에 실어 보낸다.

뜬 귀鬼와 뜬 신神을 앞서거니 뒤서거니 내몰아 보내니 모두 바가지 배를 타고 떠나간다.

이 부분은 강에서 하는 부산鳧山 띠우기와 흡사하다. 집에서 한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부산 띠우면, 바가지가 앞 바다로 나가서, 열두 바다로 나가고, 24개의 강으로 들어가서, 배를 대고 출항

하여 강을 넘어가 모든 액운이 소멸한다.

그러므로 영가와 신들은 이 곳에 미련 두지 말고 조용히 곱게 용마루를 넘어 그들이 온 곳으로 돌아가라는

것이다.

 

이상 영정물림에서 영정을 물리기를 하기 위하여 행하는 부산 띠우기의 만세받이를 살펴보았는데,

영정을 불러모으고 돌려보낸다는 의식이 산 사람과 죽은 사람이 모두 모여서 회의를 하였던 신시화백회의의

종료의식으로 볼 수 있다고 본다

 

 

(노중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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