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의 세기는 입자들이 상호 작용하는 에너지와 거리에 의존하며, 가상 입자들이 여기에 일정한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전자기력의 세기는 두 전자가 멀어질수록 더 작아진다.
가상 입자의 효과와 힘의 거리 의존성의 결과는 실제적이다. 즉 이론적 예측은 실험과 매우 잘 맞는다.
힘이나 상호 작용의 세기 같은 유효 이론의 물리량은 입자가 갖는 에너지와 입자 사이의 거리에 따라 정해진다.
이것은 물리학자 조너선 플린(Jonathan Flynn)이 ‘무정부주의 원리(anarchic principle)’라고 부른 양자 역학의 특징 때문
이다.
무정부주의 원리는 입자들 사이에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상호 작용은 다 일어난다는 양자 역학적 아이디어를 잘 보여
준다.
어떤 입자들이 상호 작용하는 개별적인 과정들을 ‘경로(path)’라고 부른다.
경로 중에는 가상 입자가 있는 것도 있을 수 있고 없는 것도 있을 수도 있다.
가상 입자가 나타나는 경로를 ‘양자 기여(quantum contribution, 양자보정)’ 라고 한다.
양자 역학에서는 가능한 모든 경로가 상호 작용의 전체 세기에 기여한다.
예를 들면 실제 입자가 가상 입자로 바뀔 수 있고, 이 가상 입자들이 서로 상호 작용한 후, 다른 실제 입자로 되돌아갈
수 있다.
그 과정에서 원래 실제 입자가 다시 나타날 수도 있고 다른 실제 입자로 변화되어 나타날 수도 있다.
우리가 직접 관측할 수 있을 만큼 오래 존재하지는 않더라도, 가상 입자들은 실제 관측 가능한 입자가 상호 작용하는
방식에 영향을 주고 그 흔적을 남긴다.
실제 입자 사이의 직접적인 상호 작용뿐만 아니라, 간접적인 상호 작용도 힘을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입자들 사이의 알짜 상호 작용, 즉 상호 작용 전체의 최종 결과는 가상 입자의 효과를 포함한 모든 가능한 효과들의
총합이다. 그리고 가상 입자의 효과가 거리에 의존하기 때문에 힘의 세기 또한 거리에 의존한다.
재규격화군 이론
재규격화군 이론은 임의의 상호 작용에서 가상의 입자가 미치는 효과를 정확히 계산할 수 있게 해 준다.
가상의 매개 입자 효과 전부는 한꺼번에 더해지며, 그로 인해 게이지 보손의 상호 작용 세기가 증가할 수도 감소할
수도 있다.
상호 작용하는 입자들이 더 멀리 떨어져 있을 때, 간접적인 상호 작용은 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거리가 더 멀어지는 것은 비밀을 더 많은 ‘가상’ 친구에게 이야기하는 것과 비슷하다.
더 많은 친구에게 비밀을 털어놓을수록 누군가 믿음을 저버릴 확률은 높아진다.
가상 입자가 전체 상호작용 세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경로가 있다면 언제든지 그러 일이 일어날 수 있다.
양자 역학은 이런 일을 보증한다. 가상 입자들이 힘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는 힘이 전달되는 거리에 의존한다.
하지만 실제 재규격화군 계산은 훨씬 더 정교하다.
가상 입자들의 기여에 대한 더 나은 비유는 큰 관료 집단에서 메시지가 전달되는 경로로 볼 수 있다.
피라미드식 위계 구조의 정점에 있는 한 사람이 메시지를 내려 보내면, 이 메시지는 아래로 직접 전달될 것이다.
하지만 위계 구조에서 더 낮은 위치에 있는 사람은 메시지를 보낼 때 상사의 검토를 받아야 한다.
만일 그보다도 더 낮은 위치의 누군가가 메시지를 보낸다면, 그 메시지는 최종 목적지까지 가기도 전에 관려주의적
형식주의의 그물망 속에서 이리저리 떠다닐 것이다.
각 단계의 관려들이 회람하면서 검열하기 전에는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최상층부에 도달한 다음에야 공포될 것이다.
상부에 도달한 메시지는 원래의 그것에서 변형되어 있을 것이다.
즉 원래의 메시지가 아니라 여러 층위의 관료에 의해 걸러진 메시지가 될 것이다.

양자 역학에서 진공은 광자가 마주치는 ‘관료 조직’이다.
관료 조직에서 상층부의 메시지는 직접적으로 소통되는 반면, 하층부의 메시지는 여러 단계를 거치게 된다.
가상 입자를 관료라고 가정하고 더 높은 지위의 관료는 더 높은 에너지의 가상 입자라고 하면, 각 상호 작용은 점점
에너지가 낮아지는 가상 입자들로부터 영향을 받는다.
관료 조직과 마찬가지로, 모든 단계에서 경로가 확산될 수 있다.
일부 경로는 가상 입자가 강제하는 ‘관료적인’ 우회로를 따라 갈 것이며, 일부 경로는 가상 입자를 만나 점점 더 먼
거리를 이동하게 될 것이다.
광자와 가상 입자의 상호 작용은 짧은 거리에서는 더 적고, 먼 거리에서는 훨씬 더 많이 일어난다.
하지만 가상 입자와 관료 조직 사이에는 뚜렷한 차이가 있다. 관료 조직에서는 어떤 하나의 특정한 메시지가 취하는
경로는 하나 뿐이다. 반면 양자 역학에서는 여러 가지 경로가 가능하다.
또한 상호 작용의 알짜 세기는 존재할 수 있는 모든 가능한 경로에서 나오는 효과들의 총합이다.
한 하전 입자에서 다른 하전 입자로 광자가 이동하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광자는 도중에 가상의 전자-양전자쌍으로 변환될 수 있다.
그 결과 가상의 전자-양전자쌍은 광자가 매개하는 전자기력의 효과에 영향을 미친다.
그 외에도, 가상 전자와 양전자의 쌍소멸로 방출된 광자가 다시 다른 가상 입자로 변환될 수 있으며, 마찬가지의 과정이
계속 일어날 수 있다.
광자를 교환하는 두 하전 입자 사이의 거리는, 이 광자가 진공 속의 입자와 얼마나 많은 상호 작용을 할지 그리고 상호
작용의 효과가 얼마나 클지를 결정한다.
전자기력의 세기는, 가능한 모든 관료적 우회로를 고려했을 때 생기는, 광자가 지나갈 많은 경로들의 총합에 따라 결정
된다.
광자가 만날 가상 입자의 수가 광자의 이동 거리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에, 광자의 상호 작용 세기는 광자와 상호 작용할
하전 입자 사이의 거리에 따라 정해진다.
먼 거리에서 실제 전기력은 짧은 거리에서의 고전적인 전기력보다 훨씬 약하게 보인다.
왜냐하면 짧은 거리 범위에서 전자기력을 전달하는 광자는 가상 입자와 엮이지 않는 경로를 지나는 경우가 훨씬 많기
때문이다.
먼 거리에서 전자기력을 매개하는 광자는, 전하를 차단해 그 세기를 약하게 하는 두꺼운 가상 입자의 구름을 통과해야
한다.
그에 반해 짧은 거리를 이동하는 광자는 두꺼운 가상 입자의 구름을 통과할 필요가 없다.
광자뿐만 아니라, 힘을 전달하는 모든 게이지 보손이 목적지까지 가는 도중에 가상 입자와 상호 작용한다.
입자와 반입자로 이루어진 가상 입자쌍은 자발적으로 진공에서 나타났다 진공으로 흡수되면서 상호 작용의 전체 세기에
영향을 준다.
이러한 가상 입자들은 힘을 전달하는 게이지 보손의 경로에 매복하고 있으면서 상호 작용의 알짜 세기를 변화시킨다.
계산에 따르면 약력의 세기는 전자기력과 마찬가지로 거리에 따라 감소한다.
거리가 멀어질수록 강해지는 강력
그러나 놀랍게도 가상 입자들은 상호 작용을 종종 도와주기도 한다.
1970년대 초반, 네델란드의 헤라르뒤스 토프트(Gerardus ‘tHooft)뿐만 아니라 하버드 대학교 대학원생으로 이 문제를
제기한, 시드니 콜먼의 학생이었던 데이비드 폴리처(David Politzer) 그리고 그와 별도로 데이비드 그로스와 그의
제자인 프랭크 윌첵(Frank Wilczek)은 강력이 정확히 전기력과 반대로 행동한다는 계산을 해냈다.
먼 거리 범위에서 강력은 차단되어 그 세기가 약해지지 않고, 먼 거리 범위에서 그 이름처럼 더욱 강력해진다.
가상 입자가 실제로 글루온(강력을 전달하는 입자)의 상호 작용을 강화하는 것이다.
그로스, 폴리처, 윌첵은 강력에 대한 중요한 통찰을 제시한 공로로 2004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이 현상의 비밀을 푸는 실마리는 글루온 자체에서 찾을 수 있다.
글루온과 광자의 커다란 차이점 하나는 글루온이 서로 상호 작용한다는 점이다.
글루온은 상호 작용 영역에 진입하면 한 쌍의 가상 글루온으로 변환될 수 있다.
가상 글루온은 힘의 세기에 영향을 미친다.
이러다 가상 글루온은 다른 가상 입자와 마찬가지로 순간적으로만 존재한다.
하지만 가상 글루온의 효과는 거리가 멀어질수록 점점 더 커지고 그에 따라 강력의 세기도 실로 믿기 어려울 정도로
커진다.
계산 결과 가상 글루온은 입자 사이의 거리가 증가할수록 강력의 세기를 엄청나게 증가시킨다.
강력은 입자들이 가까이 잇을 때보다 멀리 떨어져 있을 때 훨씬 더 강력하다.
전기 전하의 차단 현상과 비교하면, 거리에 따라 세기가 커지는 강력은 직관적으로 이해하기가 힘들다.
입자들이 멀어질수록 상호 작용이 강해지는 일이 어떻게 일어날 수 있을까?
대부분의 상호 작용은 거리가 멀어짐에 따라 감소한다.
트로이 전쟁을 예로 가까운 거리의 힘보다 먼 거리의 힘이 훨씬 강한 경우를 보면, ‘일리아드’에 따르면, 트로이 전쟁의
발단은 트로이의 왕자 파리스와 스파르타의 왕 메넬라오스의 아내인 헬레네가 사랑에 빠져 도망친 것이다.
파리스와 헬레네가 트로이로 도망치기 전에 메넬라오스와 파리스가 헬레네를 두고 일대일로 결투를 했다면, 그리스와
트로이 사이의 전쟁은 일대 서사시로 펼쳐지지 않고서 막을 내렸을지 모른다.
하지만 메넬라오스와 파리스가 멀리 떨어져 있게 되자, 두 사람은 여러 사람들과 관계를 맺게 되었고, 강력한 힘으로
그리스와 트로이 사이에 엄청나게 강한 상호 작용을 일으켰다.
놀랍지만, 거리가 멀수록 상호 작용이 강해진다는 것은 강력의 매우 특별한 성질을 설명하기에 충분하다.
이 성질은 왜 강력이 쿼크들을 양성자와 중성자 상태로 묶어 두고, 제트 안에 잡아 둘 수 잇을 만큼 강력한지를 설명해
준다.
강력이 거리가 멀어질수록 강해지지 때문에, 강력으로 상호 작용하는 입자들은 서로 멀어져 분리될 수 없다.
그래서 쿼크처럼 강한 상호 작용을 하는 기본 입자는 결코 고립된 상태로 존재하지 않는다.
멀리 떨어진 쿼크와 반쿼크 사이에는 어마어마한 양의 에너지가 쌓이기 때문에, 그 둘을 분리 상태로 유지하는 것보다
그 둘 사이에 실제 쿼크와 반쿼크를 추가로 만들어 내는 게 에너지 효율이 더 좋다.
따라서 쿼크와 반쿼크를 서로 떼어 놓으면 새로운 쿼크와 반쿼크가 진공에서 만들어질 것이다.
다른 쿼크나 반쿼크가 항상 처음의 쿼크와 반쿼크 주위에 존재해 쿼크와 반쿼크 사이의 거리는 어느 거리 이상 멀어질
수 없다.
거리가 멀어짐에 따라 강력의 세기는 너무 커지기 때문에, 강한 상호 작용을 하는 입자는 서로 고립되어 있을 수 없다.
따라서 강력 전하를 띤 입자들은 언제나 다른 강력 전하를 띤 입자와 함께 있게 되고 따라서 강력은 중성인 채로 유지
된다.
그 결과 우리는 결코 고립된 쿼크를 만날 수 없다. 우리는 그저 강력으로 강하게 결합된 강입자와 제트만 볼 수 있을 뿐
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