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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정로환 이야기

작성자백괴白塊|작성시간15.01.21|조회수218 목록 댓글 2

[펌] 정로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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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로환은 생각보다 오래되었습니다. 무려 110여년이나 되었다는 사실입니다. 글자부터가 원래는 정로환(征露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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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4년 당시 일본과 청 두 나라는 근대화 운동이 한창 진행 중에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하는데 바로 프랑스의 베트남 침략이었습니다.

당시 프랑스는 보-불 전쟁에서 패배한 이후 잠시 멈춰 두었던 베트남 침략을 국력이 회복되자 다시 진행하게 되고, 이는 청나라를 자극하게 되었습니다.

베트남과 조공관계에 있던 청나라는 프랑스에게 베트남에서 물러날 것을 요구하지만 프랑스는 콧방귀를 뀌며 이를 거절합니다.

청-불 전쟁을 통해 청나라가 프랑스에게 베트남의 종주권을 빼앗기게 되었으며, 동도서기론에 입각한 그들의 근대화가 형편없다는 것을 세계만방에 알리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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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강들 중에서도 일본이 이 전쟁을 주시합니다. 왜냐하면 당시 동양 근대화의 양대 주자이며 맞수였기 때문입니다. 일본은 청나라의 군사 지휘체계가 일정하지 못하다는 것을 파악합니다. 착실하게 군비를 키우던 일본은 마침내 황해해전을 통해 동양 최대의 해군인 청나라의 북양함대를 황해해전에서 괴멸시키는데 성공하고 만주 및 요동에서 청나라 군대를 잇달아 격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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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1895년 시모노세키조약을 통해 요동반도와 대만, 센카쿠열도를 청나라로부터 할양받고 대륙침략의 전진기지로 삼을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게 되었지요. 그러던 그러던 그때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지게 됩니다. 바로 호시탐탐 만주로 진출할 기회를 엿보던 러시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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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는 일본의 요동반도 점령을 용인하지 않고 프랑스, 독일과 함께 일본을 압박하여 요동반도를 청나라에 넘기게 합니다. 그리고 해가 흘러 1900년 의화단 사건이 일어나자 러시아는 이를 구실 삼아 만주로 진주한 뒤 아예 떡하니 자리를 잡게 됩니다.

일본은 이를 자신들에 대한 도전으로 인식하고 러시아와의 일전을 준비합니다. 그리고 1차, 2차 영-일 동맹과 미국과의 모종의 거래를 통해 러시아를 칠 기회만을 노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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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마침내 1904년 제물포에서 러시아 해군을 기습하고 조선과 뤼순항을 점령한 뒤 봉천전투를 통해 러시아와의 전투에서 우위를 차지하게 되고 전 일본은 환호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때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하게 됩니다. 일본군이 만주의 기후와 땅, 물에 적응하지 못하고 병사들이 복통과 설사를 호소하게 됩니다. 청-일 전쟁 때도 비슷한 일을 겪었던 일본은 이때 1902년 다이코약품회사 개발한 크레오소트환을 병사들에게 대량 살포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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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은 병사들에게 이 환약을 매일 복용하도록 하였고 그 결과 그들을 괴롭혔던 복통과 설사가 기적처럼 멈추게 되었습니다. 이에 사기충천한 일본군은 러시아군을 격파하고 마침내 1905년 포츠머스 조약을 통해 만주와 조선에서의 러시아의 이권을 모두 차지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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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지 천황은 이를 기뻐하여 기존의 '크레오소트환'을 러시아를 정벌(征伐)했다는 의미로 당시 러시아의 한자어인 노서아(露西亞)의 '이슬 로(露)'를 따와 정로환(征露丸)이라 이름을 붙이도록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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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그 당시 우리 지식인들과 중국의 지식인들조차 일본을 서양세력에 맞선 '아시아의 구세주'로 묘사했다는 사실입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안중근 의사 또한 그 당시 일본군을 좋게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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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들의 생각이 착각에 불과 하다는 것은 얼마 걸리지 않았습니다. 가장 좋은 본보기는 바로 1910년 '경술국치'를 통해 우리나라가 일본에 강제병합 된 일입니다. 이후 우리나라와 중국은 일본 침략의 최대 피해국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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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로환은 이처럼 일본의 대륙침략의 야욕을 가능하게 한 약이었습니다. 러-일 전쟁 이후 이름이 변경되어 정로환(正露丸)으로 한자의 획수를 줄였지만 이 약이 등장하게 된 배경까지 바뀐 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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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러니하게도 이 약이 이후로도 세계 여러 사람들의 복통과 설사를 낫게 해주는데 큰 도움을 주었으니 우리는 기뻐해야 할까요? 슬퍼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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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blog.naver.com/lastkingdom_/13017837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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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서 [정로환]이라는 단어를 검색하면 크게 두 가지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하나는 [정로환을 이용한 무좀 퇴치법]이고, 또 하나는 밖에 나갈 땐 정로환을 필수 지참하라]는 배낭족들의 충고입니다.

이런 내용이 정로환이라는 약에 대한 우리나라 사람들의 오래된 믿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한다면 지나친 해석일까. 먹는 지사제가 바르는 무좀치료제로 둔갑하기까지 많은 실험(?)과정을 거치면서 막연한 믿음이 생기기까지는, 젊은 사람들조차 지사제가 아니라 정로환을 달라고 콕 집어 말하기까지는 그동안 효능에 대해 쌓인 신뢰가 있었을 것입니다.

[배탈에는 정로환]이라는 믿음은 절대적인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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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우리나라 8개 회사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정로환을 구성하고 있는 성분은

크레오소오트, 진피, 감초, 황련, 향부자,

당의정은 크레오소트와 현초, 황백 등입니다.

주성분인 크레오소오트(44.4mg)는 목초액입니다.

충치 소독, 치수염의 진통 진정 목적으로 쓰이는

크레오소오트가 특유한 냄새의 주범입니다.

오랜 옛날부터 동서양을 막론하고 천연살균제, 살충제, 제초제로 쓰여 왔는데, 정로환을 오,남용할 때 생기는 두통, 설사, 오심 등 부작용은 크레오소오트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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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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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현영이 | 작성시간 15.04.02 오오 이런 역사적 배경으로 등장했군요...정로환!!
  • 답댓글 작성자백괴白塊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5.04.0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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