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안보 가지고 장난치다 잘못하면 죽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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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위기는 언론이 규정한다 |
보수의 맏형 조선일보는 달랐다. 5일 참여정부의 군 감축계획 발표 후 동아일보와 중앙일보는 즉시 ‘급조된 안이다. 정략적이다. 대선용이다’라고 달려들었지만 조선일보는 참았다. 작년 12월 군 감축을 직접 언급한 노무현 대통령에게 대들었다가 여론에 당한 기억이 아직 아련히 남아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하루 지나서 조심스럽게, 그러나 좀 다르게 구조적 접근을 한다. 군 감축이 작년 12월 민주평통 대통령 연설에서 시작된 것이고 급조된 것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다른 정책들까지 싸잡아서 ‘다 급조된 것’이라며 ‘늘 참여정부는 그랬다’는 식이다.
게다가 1면 머리에서는 성신여대 강석훈 교수의 말을 인용한다. ‘정부가 과실만 따먹고, 부담은 다음 정부에 넘기려 한다.’는 것이다. 대통령의 민주평통 발언에 대항하다 당한 것도 만회하면서, 다른 비전들이 그러니 군 감축도 ‘인기몰이하려 급조한 것’이라고 돌려 치자는 속셈이 보인다.
하지만, 뭐. 다를 것이 없다. 하루 늦은 ‘느닷없는’ 딴지다. 점심시간이 돼서 밥 먹으러 가자는데, “그거 지금 막 너 혼자 결정한 거지”라고 물으면 갑갑해진다. 현대인의 식습관부터, 지금 점심을 먹어야 오후에 배고프지 않게 일을 잘 할 수 있다는 등. 당연한 것을 설명하고 밥을 먹으러 가야 한다.
밥을 먹은 후 감기가 걸렸으니 약을 먹어야 한다고 말하니 “내년에 먹어도 되는데 왜 지금 먹느냐”고 말한다. 그렇게 나오면 또 설명해 줘야 한다. “언제 먹어도 되는 보약이라면 내년에 먹어도 상관없지만 아파서 먹는 처방이니까 제 때에 먹어 주는 것이 가장 효과가 좋거덩?”
1. 군 감축. 급조 됐을까?
자, 이것을 확인해 보려면 행정부의 정책집행순서를 알아야 한다.
문제가 제기 → 전문가들의 연구 → 부처의 조율 → 개혁안 발표 → 법안 상정 → 위원회 의결 → 국회 본회의 통과 → 발효 → 행정부의 집행이다.
자, 그럼 현 정부가 어떤 단계를 거쳐 군 감축을 발표하게 됐는지 살펴보자.

→ 2006. 12. 21. 노무현 대통령 민주평통 연설에서 군 감축 언급
→ 2007. 2. 15. 2030 인적자원활용 2+5전략 중 군감축 구체안 발표
이렇다.
정책 집행의 최종 단계다. 국회에서 결정됐고, 그에 맞게 집행한 것 뿐이다. 국방개혁 2030은 선진한국에 맞는 소수정예의 첨단강군을 지향하고 있다. 자주국방과 동북아 시대에 역할을 할 수 있는 정예군임은 물론이다. 몇 년에 걸쳐 순리대로 진행됐다. 이걸 보고도 ‘급조’라고 우긴다면 할 수 없다. 사오정에게 백 날 말해 봐야 입만 아프니까.
그래도 모르겠다면, 국방에 관심 있다면 국방개혁 2020을 연구해 보시라. (국정브리핑 국방개혁 2020 설명)
2. 참여정부, 과실만 따먹으려 하나?
조선일보는 7일 1면 머리기사에 성신여대 강석훈 교수의 말을 인용해 의견을 주장한다. “정부가 과실만 따먹고, 부담은 다음 정부에 떠넘기려 한다.”는 것이다.
이 말은 정말 짜증나는 말이다. 설거지한 정부에게 설거지 남긴다고 투덜대고 있으니 말이다. 참여정부는 오히려 역대 정권 중 가장 그런 계산이 없는 정부다.
본질은 포퓰리즘 논쟁이다. 국가의 중장기정책은 포퓰리즘일 수도 아닐 수도 있다. 우리가 생각해야 할 것은 구분되는 것은 필요한 정책이냐 아니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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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도가 낮은 정책 + 인기 있는 정책 단기경기부양책 → 이번 정부는 대체로 안했음. |
필요한정책 + 인기 있는 정책(반발 없는 정책) 군 감축, 복지, 개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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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도가 낮은 정책 + 인기 없는 정책 대체로의 통수권자들은 이런 정책은 안 한다. |
필요한 정책 + 인기 없는 정책(반발 심한 정책) 방사능폐기장 건설, 새만금 미군부대 이전, 공직사회 개혁, 기업투명성, 균형발전, 연금개혁, 부동산 대책, 한미 FTA, 농산물시장개방 |
주관적으로 분류해 보자면 위와 같다. 참여정부는 인기 있지만 불필요한, 혹은 장기적으로 악영향을 주는 정책은 최소화했다. 하지만 그와 대칭되는, 인기에 지장을 주지만 꼭 해야 할 과제들에 대해 참여정부는 서슴없이 ‘고’를 외쳤다.
방폐장 건설. 미군부대 이전. 생각만 해도 가슴이 메어진다. 하지만 또 다음 정부로 미룰 수 없으니 했다. 새만금 사업은 노태우 정부부터의 숙제다. 86년에 제안한 사업이 공사가 되다 말다가 반복됐다. KTX는 김영삼 정부가 했다. 천성산에서 애를 먹었고, KTX가 좁다는 비판도 받았다.
농산물 시장 개방. 농민들이 울었다. 국제사회에 10년을 약속한 건 김영삼 대통령이다. 책임은 두 대 이후인 노무현 대통령이 졌다. 후보시절 때도 계란 맞았다. 대한민국 대통령의 업보다. 기업투명성. 연금개혁. 놔두면 망하는 것이다. 당장 손해 본다. 사람들이 싫어한다. 그래도 해야 한다.
참여정부는 적이 많다. 많은 사람들이 등을 돌렸다. 많은 사람들이 직접적으로 노무현 때문에 ‘직접적인 손해’를 봤기 때문이다. 참여정부는 결코 과실을 따먹는 정부는 아니었다.
반발은 많았지만 국가신용도 상승했다. 임기 동안 수출이 천억 불 늘어 3000억 불을 달성했다. 종합주가지수가 김영삼 시절 300포인트에서 현재 1400포인트대다. 외교력도 증강했다. 한국인 유엔사무총장이 나왔다. 한국은 국제사회에서 작지만 무서운 강국이 됐다.
하지만 국민의 삶은 피폐하다. 희망이 없기 때문이다. 언론이 늘 경제가 파탄 났고 항상 위기였으니, 지금도 위기다. 2만 불, 3만 불을 넘어서도 새로 생겨나는 문제들로 항상 대한민국은 파탄 직전일 것이다. 단. 노무현 대통령이 대통령일 경우다. 대한민국의 위기는 언론이 규정한다.
3. 군 감축. 그 옳고 그름. 군사강국의 조건은?
군사력에 대한 생각은 어떨까? 이번 논란의 주제가 된 군 감축. 소수정예군과 국방력의 함수관계에 대한 이야기다. 원래는 조선일보나 보수 측에서 과연 군을 감축할까? 정권을 넘기면 할까? 라는 주제로 이어가려 했다. 그러나 혹시 하는 생각에 기사들을 찾아봤다. 아뿔싸! 역시나, 그리 어렵지 않게 ‘거짓말’을 찾을 수 있었다. 조심해야 한다. 또 속을 뻔 했다.
‘북한은 117만인데…’라는 동아일보의 기사도 있었다. 노무현 대통령이 군 감축을 언급한 작년 12월은 어땠을까? 조선일보는 작년 12월 23일 사설에서 ‘선거철마다 군 복무 줄여서 어쩌겠다는 건가’라고 우려한다. 상상의 나래를 펴 오버하는 조선일보는 ‘현 정부 같은 정권이 몇 대만 이어지면 국군을 해산한단 말까지 할 지 모른다.’는 헛소리를 지껄인다.
뭐가 강군일까? 군사력 비교의 잣대는 뭔가? 조선일보의 잣대는 노무현이다. 노무현이 말하면 무조건 ‘군 약화’고 ‘국방의 위기’다. 그러면 평소의 조선일보 시각은 어떨까? 궁금해서 찾아보니 있었다. 나름 객관적이었다. 단. 딴 나라 이야기 할 때다. 일본 자위대다.
(막강 일 자위대 딴맘 먹으면…‘ 조선일보 2005. 04. 01)
중국 군사력이 따라오지 못하는 일본의 군사력(조선일보는 중·일의 해군력을 비교하며 2010년 중국의 군사력이 일본을 따라갈 것이라는 기사를 쓴 적 있다. 2005.4.15. )을 조선일보는 어떻게 비교했을까.
기사 초장부터 무섭다. ‘한국의 3배에 달하는 국방비, 동아시아 유일의 이지스함 보유국, 동북아에서 가장 많은 조기경보통제기 및 P-3C 해상초계기 보유…’
군대 숫자는 중요한 잣대가 아니다. ‘외형상 자위대의 총병력은 24만, 한국 68만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그러나 직업군인의 비중이 높아 유사시 손쉽게 병력을 늘릴 수 있다. 방위비는 한국의 3배에 이른다.’는 것이다.
이후는 일사천리다. 참여정부의 국방개혁 2030이 지향하는 ‘첨단 소수정예군’에 들어 있을만한 내용들을 읊어댄다.
무기체계의 질적인 측면, 정찰위성 4기, 조기경보통제기, 이지스함 4척 등등 조선일보가 말하는 일본군이 강군인 이유들이다. 군사 숫자는? 현대 전쟁에서 중요하지 않은 요인이다. 당연하다. 그렇다면 이렇게 주장했던 조선일보는 군 감축과 국방개혁 2020을 쌍수를 들어 환영해야 하지 않는가?
보수언론의 논법대로 따라가 보자. 물론 전~혀 맞지 않는다. 그래도 한번 따라가 보자. 동아일보는 5일자 기사에서 북한군이 117만인데 우리가 병사수를 줄이면 위험하다고 했다. 병력 숫자가 중요하다.
상식적으로 세계 최고 군사강국은 미국이다. 하지만, 병사수가 중요하다. 그런데 미국보다 중국의 병사 숫자가 더 많다. 그럼 미국보다 중국이 우위일 수 있다. 그런데, 조선일보를 보니 중국보다는 일본 군사력이 더 우위란다. 대통령이 병사수 줄이자니 이번엔 병사수가 강군의 중요한 조건이 됐다. 그러면 일본보다 한국이 세 배다. 한국이 더 강하다. 헉. 북한이 있다. 북한이 한국보다 쪽수가 많으니 더 강하다. 앗, 그러고 보니 이런, 세계에서 가장 강한 군사력을 가진 남북한이다. 둘이 힘을 합치면 세계정복이 가능하다. 이참에 패권국가가 되자.
조심하고,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 한다. 경제만 가지고 장난치는 게 아니라 안보 가지고도 장난친다. 조중동 보다간 돈만 잃는 게 아니라 목숨도 부지 못할 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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