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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선교원

건축 기술의 신기원 판테온

작성자에스라|작성시간13.08.29|조회수1,194 목록 댓글 0

콘크리트가 만들어낸 인류의 보물
건축 이야기 2013/08/27 15:00 http://blog.hani.co.kr/bonbon/48375

서양건축사를 통틀어 단 하나의 건물만 꼽는다면?
실로 말도 안되는 이야기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이 하나만을 꼽아야 한다면 아마도 이 건물이 강력한 후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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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에 있는 이 건물이다. 어디서 많이 본듯하지 않은가?
앞쪽 돌기둥이 줄지어 섰고, 그 위에 삼각형 판대기를 올린 건물. 우리나라 대학 본관들에서도 쉽게 볼 수 있고, 서양에 가면 파르테논신전을 비롯해 저렇게 생긴 건물이 수도 없이 많으니 정말 이렇게 보면 특별할게 없어 보이는 건물이다.

이 건물이 특별한 이유는 정면에서 보면 잘 보이지 않는 전체 구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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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은 앞에 보이는 그리스 신전풍 입구와 달리 뒤쪽 전체는 돔이다. 곧 원기둥에 가까운 구, 그리고 네모난 신전형 앞부분이 합쳐진 모양새다. 이 건물의 이름은 판테온, 한자로 쓰면 만신전이다. 모든 신을 모시는 곳, 신들의 백화점 같은 신전이다.

판테온은 로마, 아니 이탈리아, 그리고 서양 건축을 대표한다. 이탈리아에서 가장 인상적인 건물은 콜로세움일 수밖에 없지만, 건축적 중요성으로 따지면 건축전문가들은 판테온을 더 많이 꼽을 것이다. 그 이유가 바로, 이 건물이 서양건축사를 압축한 건물이어서다. 판테온이 지어진 것은 서기 2세기. 2000년 가까운 세월을 버텨온 노장 중의 노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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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테온은 외부가 아니라 내부로 말하는 건축이다. 도면이 보여주듯 신전 모양은 입구일뿐, 그 내부는 정확하게 구를 내접하고 있다. 완벽한 공모양의 건물, 이런 건물은 판테온 이전에는 없었다.

이런 독특한 구조 때문에 건물의 내부는 실로 오묘하고 특별한 공간감을 만들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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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어떤 건물에서도 맛보기 어려운 느낌. 동그란 천정 정 가운데는 구멍이 뚫려 한줄기 빛이 실내로 들어와 신비로운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어디를 보더라도 완벽한 원형인 지붕은 방향감각을 잃게 한다.

분명 특별한 건물이다. 그런데 왜 이 건물이 서양건축사를 그대로 보여준다는 것일까?

서양 건축사는, 특히 오래전 건축의 역사는, 아주 거칠게 요약하면 그리스식 건축과 로마식 건축으로 요약된다.
그리스 건축은 돌기둥의 건축이다. 파르테논 신전이 그 간판 선수다. 아름다운 기둥들이 줄지어서고, 그 위에 지붕이 올려진다. 중요한 것은 비례다. 기둥의 지름과 기둥 길이의 비율, 기둥 키와 기둥 위에 올리는 지붕 부분의 비율 등이 중요하다. 인간의 눈에 가장 아름답게 보이며 구조적으로도 안정적인 비율로 서양 건축의 원형을 만들어냈다.

로마의 건축은 아치의 건축이다. 반원형으로 만드는 이 아치는 기둥의 약점을 극복했다. 기둥으로 집을 지으면 기둥 사이의 간격을 마음껏 벌릴 수가 없다. 집이 커질수록 기둥도 많아지고, 그러다보면 실내 공간을 마음대로 쓰기가 어렵다.
아치는 기둥 대신 집을 지탱하는 구조체의 간격을 벌려 지을 수 있게 해줬다. 기둥으로 지으면 기둥 간격을 몇 미터 이상으로 넓히기 불가능하지만, 아치는 극단적으로 크게 만들면 40미터 넘게도 기둥 없은 내부 공간을 만들 수 있다.

그리고 아치는 그 자체로 놀랍도록 다양하게 변형된다. 아치를 길게 잡아당기면 터널이 되고, 아치를 한바퀴 돌리면 돔이 된다. 저 판테온의 돔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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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테온의 내부를 보자. 돔 구조로 집이 기둥없이 서있게 되면서 실로 넓은 실내 공간이 탄생했다. 돔의 지름은 43미터. 이 넓은 공간을 기둥 없이 짓는다는 것, 그것도 지금부터 2000년 전에. 그래서 판테온은 로마의 위대한 건축토목 기술의 보석이다.

그런데 이 그리스식 건축과 로마식 건축은 서로 다르다.

그리스 건축은 정제되고 엄격하며 꽉 짜인 건축이며, 로마 건축은 자유롭고 가변적이다.

이 서로다른 양식이 이 건물에선 하나로 됐다. 기둥 중심의 신전식 입구, 그리고 아치의 극치인 돔 몸통. 이 이질적인 두 건축의 결합은 이후 서양 건축에서 하나의 전범이 된다. 동그래서 신비롭고 높게 세울 수 있어 권위를 강조할 수 있는 돔, 그리고 서양 문화의 고전적 모델인 그리스 기둥 입구가 결합된 건물은 서양 건축에서 수도 없이 변주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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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이런 건물들을 우리는 서양에서 수도 없이 볼 수 있다. 바티칸의 성 베드로 성당부터 미국의 국회의사당까지.
정치인으로 더 유명하지만 자기 정체성은 건축가에 더 가까웠던 제퍼슨의 작품도 그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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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퍼슨이 설계한 미국 버지니아대 건물이다. 이 모든 건물들이 결국 판테온에서 비롯되었고, 판테온의 변형들이다. 그만큼 판테온은 강력했다. 판테온처럼 많은 건물의 모델이자 뿌리가 된 건물도 없다. 그래서 판테온은 서양건축사의 압축판이다. 그리스적 건축과 로마적 건축이 하나가 된 건물의 오리지널인 것이다.

그러나 이런 건축사적 의미 이전에 판테온이 만들어낸 공간의 힘은 그 자체로 경이로운 것이었다. 빛과 내부가 합쳐져 나오는 그 오묘한 분위기, 다른 곳에서는 보기 어려운 원형 공간 자체의 힘, 그리고 무엇보다 그 넓이가 경이로웠다.

인간이 만들어낸 건축물 중에서 판테온처럼 넓고 큰 단일 실내 공간은 없었고, 그 기록은 1300년 동안 지속되었다. 훗날 브루넬레스키가 판테온 돔보다 약간 더 큰 피렌체의 산타 마리아 델 피오레 성당의 거대한 돔을 짓기까지 판테온은 세계 최대, 세계 최고의 실내 공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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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 마리아 델 피오레 성당의 저 거대한 돔은 스스로 그 위용을 자랑하지만, 판테온은 그렇지도 않다. 겉에서 봤을 때는 돔이 잘 보이지 않는데, 들어서는 순간 실로 예상 못한 장면을 보여준다. 그래서 그 신비로움은 더욱 강력하다.

그리고 이 건물은 그 내용을 뜯어볼수록 흥미로운 것들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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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흥미로운 공모양 돔을 보자. 저 돔의 무게는 5000톤. 크기가 크기이다보니 어마어마한 무게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저 무게를 효율적으로 지탱하도록 돔의 위쪽으로 갈수록 두께가 얇아진다.

그러면 저 거대한 돔은 어떻게 만들었을까? 돌이나 벽돌로 만들기는 쉽지 않아보이고, 실제 사진으로봐도 재료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재료는?

바로 `콘크리트'다. 요즘 사람들은 콘크리트가 근대에 태어난 새로운 건축 재료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렇지 않다.
콘크리트는 실로 오래된 역사를 지닌 재료다. 콘크리트는 고대부터 이어져왔다. 지금 우리가 생각하는 `철근 콘크리트'가 현대에 접어들면서 새롭게 탄생한 것이다. 고대의 콘크리트는 가운데 철근을 넣지 않아 지금 콘크리트처럼 강하지는 않지만 저 판테온을 지을 수 있을만큼, 그리고 2000년 동안 잘 버틸 정도로 강했다. 철근은 없이 모래, 석회, 골재 등을 물로 섞어 반죽을 한 뒤 굳히는 방식이다.

콘크리트의 발명은 실로 혁신적인 것이었다. 틀만 만들어 굳히면 원하는 모양을 마음대로 만들 수 있고, 돌보다 가벼우며, 나무처럼 불에 타지 않는 강한 재료였다. 로마는 이 콘크리트로 새로운 건축을 만들어냈다. 지금까지도 철근을 쓰지않은 콘크리트 돔으로 이 판테온보다 큰 것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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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테온은 이 콘크리트 기술의 결정체다. 로마의 장인들은 지붕 무게를 최대한 줄이면서 강하게 하기 위해 지붕 두께를 위로 갈수록 얇게 하는 것만이 아니라 콘크리트에 섞는 돌도 무거운 돌은 아래쪽으로, 위쪽은 최대한 가벼운 돌을 섞어 굳혔다.

디자인에도 인간의 눈의 특성을 잘 파악하고 적용했다. 돔 표면의 오목 무늬는 위로 갈수록 작아진다. 그래서 보는 사람들은 돔 구조를 더욱 강력하게 인식할 수 있고, 실제보다 더 동그란 거리감을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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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수많은 의미와 가치를 지닌 건물도 없겠지만, 판테온은 그런 문화적 의미를 넘는 경이로움으로 우리를 감동시킨다. 외부는 많이 바뀌고 헐었어도 내부만큼은 거의 완벽하게 보존된 것, 2000년 세월을 견딘 것만으로도 세상에 이런 건물은 없다. 그리고 지금도 살아있는 건물로서 사람들을 맞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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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을 닫으면 하늘에서 내리는 빛만이 내부를 밝히고, 그 빛 속에서 공간은 특별해진다. 이 공간에서 보내는 시간은 평소 우리 일상의 시간 관념을 잊어버리게 만든다.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지만, 판테온은 분명 인간이 만들어낸 건물들 중에 피라미드와 함께 가장 영원에 가깝게 다가간 건물 중의 하나일 것이다. 모든 신을 모신 이 건물은 그 자체가 신처럼 특별해졌다. 판테온 안에 로마는 여전히 살아있고, 우리는 건축이란 얼마나 놀라운 작업인가를 깨닫게 된다.

by 구본준 http://blog.hani.co.kr/bonb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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