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양돈이 쟁점…‘돼지 선거’돼
집약적 생산 시스템 부각, 여론 동조
동물보호론자들 정치권 연합해 승리
새 정부 양돈산업에 강력 규제 예고
농업부 폐지, 자연‧동물복지부 신설
양돈업계 위기 팽배, 강력 대응 예고
세계적 돼지고기 수출국이자 최고의 생산성을 자랑하는 덴마크의 양돈산업이 존립을 위협받고 있다. 지난 3월 총선에서 승리하며 정권을 잡은 사회민주당 연립정부는 집약적 수출 중심의 양돈산업을 전면 개편하겠다고 선언했으며 이에 맞춰 130년 역사의 농업부를 폐지하면서 농축산업 정책의 혁신적 변화를 예고했다.
■‘돼지 선거’가 된 총선=최근 영국 가디언지 보도에 따르면 덴마크에서 치러진 올 총선은 ‘돼지 선거’로 치러졌다. 즉 양돈산업의 집약적 생산 시스템에서 비롯되는 다양한 문제들이 부각되고 이에 공감한 일반 대중들의 지지가 정권 창출에 주요 동력이 된 것이다.
덴마크 내 동물복지 단체, 환경 운동가 단체, 주민 단체들이 주도하는 안티 양돈 캠페인은 2년 여전부터 시작됐다. 그리고 올 3월에 치러진 총선에서 덴마크 동물보호협회, 덴마크 자연보호협회, 그린피스 덴마크, 그리고 전국 돼지공장반대협회가 4개의 좌파 정당과 함께 ‘돼지 선거를 위한 연합’을 출범시켰다. 그리고 이들은 양돈산업을 최우선 정치 쟁점으로 만들었다.
선거 기간 중 쏟아진 수십 건의 신문 기사와 주요 공영 방송사인 TV2가 제작, 방영한 세 편의 양돈산업 관련 다큐멘터리는 여론을 양돈산업에 등돌리게 했다. 특히 이 다큐멘터리에 나온 증거를 바탕으로 덴마크 동물보호협회는 동물 복지법 위반으로 양돈 업계 유력 인사 3명을 경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덴마크 내 동물보호론자들은 세계 최고 수준의 덴마크 양돈 생산성을 돼지가 감당할 수 없는 신체적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이 밖에도 비좁은 돈사 공간이 초래하는 동물 복지 문제, 돼지 사료 생산을 위한 토지 사용과 지하수 오염 등 환경 문제에 있어서도 양돈산업은 집중 포화의 대상이 됐다.
3월 투표 당시, 덴마크인의 53%가 동물 복지가 투표에 확실히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답할 만큼 많은 시민들이 이들의 문제 제기에 동의했다. 이에 후보자들도 TV 토론을 통해 양돈산업에 대해 집중적으로 다루면서 이번 총선이 ‘돼지 선거’로 치러지게 됐다.
총선에서 승리했으나 의회 과반을 확보하지는 못했던 사회민주당은 2개월간의 협상 끝에 이달 초 연립정부를 구성했다. 새 정부엔 사회민주당을 비롯해 사회주의국민당, 사회자유당과 중도당이 포함됐는데 이 중 중도당을 제외한 나머지 정당은 돼지 선거 연합에 참여했던 정당이다.
■벼랑 끝에 몰린 양돈업=새 정부는 ‘돼지 선거’의 결과로 출범하게 된 만큼 출범과 함께 바로 급진적 양돈산업 재편 계획을 들고 나왔다. 개편안에는 2030년까지 꼬리 절단 금지 조치 전면 시행, 모돈의 분만틀 금지, 기존 양돈장의 확장과 새로운 양돈장의 건설 일시 중단, 축산업에 대한 이산화탄소세 도입 등이 포함돼 있다. 특히 돼지 생산 구조를 재편해 수출보다는 국내 식량 생산이나 가공을 위한 사육에 우선순위를 두는 것을 목표로 설정했다. 덴마크는 생산된 돼지고기의 80~90%를 수출하고 있는데 계획대로 내수에 국한한다면 양돈산업의 위축은 피할 수 없는 결과가 된다. 덴마크 돼지 생산자 협회는 해당 계획에 대해 그 합법성을 EU 차원에서 검토해 줄 것을 요청한다는 계획이다.
덴마크 정부는 농업부도 폐지했다. 덴마크 총리실은 주요 부처 개편안을 통해 기존 식품농업수산부를 폐지하고 식품농업수산부가 담당하던 식품 안전‧위생‧공급 등과 관련된 업무는 산업통상재정부로, 동물복지 관련 법규의 집행 책임은 법무부로 이관하고 환경부과 교통부로도 일부 업무들을 넘기기로 했다. 그 외 식품농업수산부가 담당하던 대부분의 업무는 새로 신설되는 자연 동물복지부로 이관키로 했다. 덴마크는 농업과 어업 관련 정책을 내무부에서 관할하다가 1896년에 농업부를 설립했다. 그리고 그로부터 130년 만에 농업부를 폐지하고 대신 환경과 동물복지가 그 자리를 대체토록 한 것이다.
덴마크 양돈협회는 정부의 발표에 대해 회원들의 우려와 좌절감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하며 17일 긴급 회의를 소집했다. 그들은 덴마크 양돈업이 모든 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으로 인정받고 있지만 강력한 규제들로 결국 많은 양돈장들이 문을 닫게 될 위기에 처해 있다고 호소하며 정부 정책의 실행 가능성을 따져보고 강력 대응해 나갈 뜻을 밝혔다.
출처 : 양돈타임스(http://www.pig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