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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럼] 멘토 컬럼

내러티브(Narrative) 글 잘 쓰는 법

작성자봉은희|작성시간16.07.10|조회수1,386 목록 댓글 8


보여주기(showing) 기법과 플롯(plot)의 중요성

 

   말이든 글이든 자신이 체험한 것을 제대로 전달하려면, 잘 보고, 잘 듣고, 깊이 생각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때로는 어떤 사안에 대해 간결한 요약이 필요하기도 하지만, 대강의 전후 사정을 생략한 채 서둘러 결과 보여주기로 끝맺고 만다면, 독자나 청자의 관심을 오래 붙잡아두기 어려울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영화나 소설을 재미있어 하는 이유는 등장인물의 캐릭터나 해피엔딩에 대한 맹목적 대리만족 때문이 아니다. 숱한 우여곡절과 위기와 갈등요소들이 심오하고도 적절하게 녹아있는 플롯(plot)에 매료당하기 때문이다

    

   일반 글도 그렇거니와 내러티브 형식의 글을 쓸 땐 표현하고자 하는 대상을 보다 구체적이고 분명한 이미지로 묘사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고급 어휘를 많이 알고 있고 미사여구를 자주 사용하는 것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관련인물의 표정과 몸동작은 물론 사건이 벌어진 현장의 작은 움직임도 놓치지 않고 묘사할 수 있어야 한다.


   호기심이 많은 사람은 대화를 나눌 때 상대방의 목소리에만 귀 기울이지 않는다. 말을 하면서 자꾸만 턱을 만지작거렸는지, 몇 분마다 손목시계를 들여다보고 있는지, 회전의자에 거만하게 기대고 앉아 다리를 떨었는지, 말할 때 눈동자가 흔들리지는 않았는지, 그에게서 풍기는 스킨냄새는 어떠했는지도 놓치지 않고 모든 감각기관을 동원하여 그를 상세하게 읽어낸다. 또 현장에 가서는 그날의 날씨와 대기의 움직임, 주변의 소음, 바람에 실려 온 인근 양계장에서 불어오는 바람 냄새까지도 묘사하여 전달한다. 이렇게 한 인물을 세밀하게 관찰하거나 현장을 두루 누비며 쓴 사실적인 글은, 미사여구를 동원하여 쓴 화려한 글보다도 독자를 끌어당기는 힘이 훨씬 강하다.


   내러티브 글은 디테일(detail, 사소한 것)로 승부해야 한다. 이야기는 줄거리가 중요하기 때문에 세부사항은 무시해도 그만이라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디테일은 사소하거나 작은 게 아니라, 오히려 줄거리보다 큰 역할을 하는 것이며 주제와도 연결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디테일을 잘 활용하면 TV와 같은 영상 못지않은 시청각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디테일한 글은 상상력 유발은 물론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심리내면까지 투영한다. 따라서 형사들이 살인사건 현장에서 증거물을 꼼꼼하게 수집하는 것처럼, 내러티브 글을 쓸 때는 동원할 수 있는 정보를 정밀하게 수집해서 살려내야 한다.(최수묵의 기막힌 이야기 기막힌 글쓰기중에서)


   내러티브 글의 생명은 구성에 있다. 같은 이야기를 다르게 쓰는 차별화 전략을 써야 한다. 신문의 기사가 비슷해 보이는 이유는 확인된 사실만을 보도하기 때문이다. 똑같은 이야기를 다르게 쓰는 법에 익숙해져야 한다. 행동과 행동, 소재와 소재 간의 인과 관계를 보여줘야 비로소 이야기가 생겨난다

 

   내러티브 글의 특징은 설명하는 대신에 보여주는 것(Don't tell. Just show)이다. ‘그는 키가 무척 컸다.’, ‘그녀는 마음이 여렸다.’라는 식으로 표현하는 것은 좋지 않다. 대신 그는 내 집무실에 들어올 때마다, 문지방에 머리를 찧곤 했다.’, ‘그녀는 약속시간에 늦었으나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가수의 노래를 차마 끊지 못해 발만 동동거리고 있었다.’와 같이 키가 크다면 구체적으로 얼마만큼 큰지, 어떤 성격의 소유자인지 독자가 상상할 수 있도록 보여주어야 한다. 글 쓰는 이의 시각으로 단정 지어서 그녀는 감성적이다.’ 또는 그는 지나치게 직선적이다.’라는 식으로 표현하는 것은 해설에 가까운 서술이지 묘사가 아니다

 

"아이는 낡고 찢어진 매트리스 위에 누워 있었다. 여위고 긴 다리를 가슴에 웅크리고. 벌레에 물린 상처와 뾰루지들로 피부는 엉망이었다." <레인 디그레고리 기자, 세인트피터스 버그 타임즈>창안의 소녀중에서)


   내러티브 글은 이처럼 '비위생적인 환경' 등을 운운하는 식으로 해설을 늘어놓지 않는다. 대신에 사진 한 장을 보여주듯있는 사실의 섬세한 관찰과 묘사를 통해 독자의 오감을 자극하고 대중의 관심을 끌어당긴다. 섣불리 글쓴이 자신의 주관적 감정을 담아 슬펐다라거나 가슴이 아파 눈물이 났다.’는 식의 표현은 쓰지 않는다. 오히려 눈앞에 벌어진 사실 그대로를 담담하게 스케치함으로써, 독자에게 더 큰 감동과 여운을 줄 수 있다. 가치판단을 독자에게 맡김으로써, 오히려 객관성과 신뢰성을 담보하는 것이다.

 

매력적인 글감 선택과 맥락 살리기

 

   내러티브 글을 잘 쓰려면, 우선 매력적인 글감을 찾아야 한다. 즉 무엇에 가치와 의미를 부여하며 쓸 것인지를 보다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 주제를 잘 정하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문제 설정이다. 문제 설정이 드러나야 좋은 글을 만들 수 있다. 글에는 나만의 관점이, 나의 위치가 선명하게 드러나야 한다. 다음은 맥락을 살리는 전개가 중요하다. 단순한 일화를 나열하는 것이 내러티브가 아니다.


   대중들은 흔히 정보를 단순 나열하는 역삼각형 기사에 짐짓 식상해 있으면서도, 마치 관행이 된 듯한 이런 보도기사가 더 객관적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면서 소설의 관점과 구성방식을 차용하는 내러티브는 주관적이라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뉴스는 제목과 첫 문장에서 중심 내용을 모두 드러냄으로써 독자의 관심을 유도한다. 하지만 내러티브 기사는 다르다. 처음부터 훤히 드러내지 않아 독자의 호기심을 은근히 촉발시키며, 뒤로 갈수록 긴장감과 감칠맛이 더해간다. 마치 꽃봉오리가 한 잎 한 잎 모습을 드러내듯, 점진적으로 이야기의 실체를 드러냄으로써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 한다.


   내러티브는 재미 요소를 추구하는 대중의 취향에 부응할 뿐만이 아니라, (뉴스)을 통해 사실 전모를 알고자 하는 독자 요구에도 부응한다. 따라서 내러티브 글쓰기의 매력은 독자가 흥미와 신뢰를 갖고 읽을 수 있도록 이야기를 재구성하는 과정에서 창의적 아이디어 발산과 창작의 기쁨을 누릴 수 있다는 데 있다. 또 글을 이끌어가는 자신의 관점 안으로 독자를 풍덩 빠지게 할 수 있다는 점도 중요한 매력이다.


출처: 봉은희 작가의 북코칭 <세상은 당신의 이야기를 기다린다>(해피데이)

bongcoms@naver.com / 010-9830-58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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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hanool | 작성시간 16.07.11 마음을 움직이는 글 .. 많은 노력이 필요하겠어요
  • 작성자정세주/파사모시삽 | 작성시간 16.07.13 설명대신 보여주는 해설과 묘사...
    아하!
    예시까지 주시니, 연습만 남았네요
    매력적인 글감선택과 맥락 살리기는
    북코칭 책 봐야겠네요.
    긴 글로까지 안내 감사합니다.
  • 작성자카르페디엠 | 작성시간 16.07.13 무엇을 어떻게 차별화할 것인가?세상이 기다리는 이야기는 무엇인가?
    글감은 어떤 것이어야 하는가?
    글을 잘 쓰는 법!은 퇴고인가요?!~
  • 답댓글 작성자봉은희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6.07.13 궁금한 점이 많으신 하덕춘 멘토님.
    물음이 많으신 걸 반기며 환영합니다.
    다른 질문은 오픈 모임 때 나누기로 하고, 우선 한 가지만 전해 드릴게요.
    세상이 가장 듣고 싶어하는 이야기는 바로 하덕춘 멘토님의 살아오신 & 살아가는 이야기입니다.
  • 답댓글 작성자카르페디엠 | 작성시간 16.07.17 봉은희 그건 자서전의 성격아닌가요?어떻게 다른지..그렇치않다면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팁도 알 수 있겠군요! 참으로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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