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스하고 찬란해야했던 어느 봄날이었습니다.
길게 설명드리지 않아도 그날의 충격과 그날 이후의 울분,
그리고 참람된 심정은 아직도 간직하고 계시리라 믿습니다.
사람의 존재보다 부의 축적이 먼저인 세상에서,
못난 어른들이 저지른 잘못에 잘못들이 겹치고야 말았습니다.
아직도 가슴 한켠에 남아있는 가장 전해주고 싶은 말은 ‘미안해’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제 TV는 웃음을 되찾아가고 있고, 뉴스에서는 관련 소식이 점점 줄어듭니다.
유난히도 싸늘한 5월에, 세상은 그렇게 제자리를 향해서 돌아옵니다.
세상은 그렇게 미안함을 잊을 것을 권합니다.
수많은 잊음이 반복되었던 세상이었습니다.
수많은 잊음은 커다란 상처와 미안함을 안겨주었습니다. 세월이 많이 흐른 지금까지도.
이 글을 읽고 계시는 많은분들께 청합니다.
이제는 더 이상 잊지않기를, 더 이상 미안해하지 않기로 약속할 것을 청합니다.
부디 청합니다, 싸늘하고 참담했던 어느 봄날을 잊지 않기를.
차라리 그럴바에야, 모니터를 보고 혹은 벽이라도 보고 욕을 해주시기를 청합니다.
침묵은 항상 잊음을 품에 앉고 우리 곁에 오고야 말았습니다.
차라리 그럴바에야, 투표일에 자신의 권리를 기꺼이 행사하시기를 청합니다.
게으름과 무관심은 항상 잊음을 품에 앉고 우리 곁에 오고야 말았습니다.
차라리 그럴바에야, 거리에서, 광장에서 행동으로 나서주시기를 청합니다.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항상 잊음을 품에 앉고 우리 곁에 오고야 말았습니다.
자게이 여러분, 오징어 여러분, 불페너 여러분, 갱녀 여러분,
아이포니앙과 안드로메당의 모든 여러분, 뽐뻐 여러분, 여시 여러분, 이종의 형님 여러분, 82쿡의 누님들,
하루카님을 기억하는 수많은 루리웹 여러분.
그리고 이름까지는 알 수 없는 형님, 누님, 언니, 오빠, 아빠, 엄마 여러분들께 청합니다.
그들을 잊지 말아주십시오.
그들을 잊으라는 세상에 맞서 주십시오. 더 이상 미안해하지 않기로 약속해주십시오.
희생자들의 명복을 빕니다.
그리고 실종자들의 무사생환을,
봄이 가고, 여름이 와도.
가을이 오고, 겨울이 갈 때까지.
빌겠습니다, 언제까지나.
당신들을 절대로 잊지 않을 것을 약속합니다.
그리고 또 그리겠습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당신들을.
아무리 전해주어도 부족한 한마디로 갈음하겠습니다.
미안합니다.
우리를 용서하지 말아요. 보내야 할 봄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