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민영화? 눈 가리고 아웅도 유분수
안철수 의원, 의료민영화 반대 긴급토론회 열어
(치과신문 / 제573호 2013.12.30 11:16:11/ 신종학 기자)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안철수 의원이 구랍 24일 ‘원격의료 및 의료민영화에 대한 긴급토론회’를 개최해 정부의 의료민영화 정책 추진에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안철수 의원은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원격의료보다 방문진료를 추진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라며 “의료민영화는 국민건강권의 양극화를 심화시켜 빈익빈 부익부를 가져올 것이 자명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의료민영화는 저소득 환자 거부 현상이 뚜렷해질 것”이라며 “우리는 세계 15위의 잘사는 나라라고 자부하는데, 잘사는 나라는 어렵고 배고픈 사람들이 아플 때 마음 놓고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의료민영화는 진료 사각지대를 더 넓힐 것”이라고 인사말을 통해 강조했다.
정부의 원격의료 추진과 의료서비스 투자활성화 정책에 대해 일각에서는 “의료민영화의 첫 단계가 아닌 완전한 의료민영화”라고 단정짓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절대 의료민영화가 아니다”라고 반박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날 토론회에 나선 보건복지부 의료정책과 이창준 과장은 “우리나라는 이미 전체 의료 중 94%가 민간에 의존하고 있다”며 “다만 건강보험당연지정제를 통해 민간의 영역으로 운영되고 있는 의료기관에 공공성을 부여하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투자활성화 정책의 골자는 의료기관이 자법인을 설립할 수 있으며, 상법상 회사나 의료법인 형태로 설립할 수 있는 자법인에 외부자본이 투입될 수 있고, 수익에 대한 배당까지 받을 수 있다. 한마디로 의료기관에 대한 일반 자본의 투자가 가능해진다는 사실이다.
(사)복지국가소사이어티의 이상구 박사는 “의료민영화는 국가가 당연히 책임지고 감당해야 할 공적 영역을 시장원리에 내맡겨 정부의 책임과 역할을 축소하는 조치”라며 “의료기관의 자법인은 치과계에서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OO치과와 같이 의학적 판단보다 경영상의 판단으로 과잉진료를 일삼고, 환자를 유인 알선하는 것은 물론, 불법 기자재를 유통시키는 등 부작용이 속출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패널토론에 나선 치협 김철신 정책이사는 “정부는 이번 정책을 의료민영화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고, 마치 현재 우리나라 의료제도가 공공성을 강조하고 있는 착각하게 만들고 있다”며 “우리나라는 의료의 대부분을 민간에서 떠맡고 있는 형편이며, 의료민영화를 막고 있는 최소한의 장치가 바로 비영리법인의 범주에서 의료를 제공하는 것이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투자활성화는 의료기관에 투자를 하고 배당을 받는 길을 열어 주는 것”이라며 “어떠한 조건을 달더라도 의료계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외부로 가져가는 최초의 사례가 될 것이다. 의료 상업화를 과연 의료인의 도덕성에만 의존할 수 있는가? 정부의 정책은 의료민영화가 확실하다. 이로 인해 의료비는 2~3배가 아닌 20~30배, 수 십 배가 뛸 것”이라며 정부의 정책에 대해 강력하게 규탄했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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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웬 의료민영화 반대투쟁?.. 유령과 싸우는 것이라는 이유는...
(조선일보 / 2013.12.30 10:36 / 김정호 연세대 경제대학원 특임교수)
요즈음 민영화 논쟁을 보고 있노라면 한숨이 나옵니다. 민영화 안한다는데 민영화에 반대한다며 나라를 뒤집어 놓는 철도노조원도 그렇고, 처음부터 민영인 것을 민영화하지 말라며 삭발투쟁을 하는 의사들도 그렇습니다. 오늘은 의료민영화 반대 투쟁에 대해서 생각해 보려고 합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의료민영화 투쟁은 제목부터 거짓입니다. 우리나라 병의원의 93%는 민영입니다. 처음부터 민영이었고 지금도 민영입니다. 동네의 치과, 이비인후과가 민영이고, 대학병원들이 모두 민영이지요. 그런데 뭘 더 민영화한다고 반대를 하는 것인지...
굳이 반대할 거리를 만들자면 건강보험 의무 가입제도 개편과 국공립의료원의 민영화 정도일 것입니다. 저의 개인적인 소견으로는 둘 다 필요한 정책이지만 그건 제 개인적인 견해일 뿐이고 정부가 그런 정책을 고려한 적은 없습니다. 이번 정부뿐만 아니라 역대 어떤 정부도 그런 계획을 세운 적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의료민영화에 반대한다니요? 유령과의 싸움을 하고 있는 셈입니다.
어쩌면 의료민영화에 대한 투쟁은 보기 싫은 박근혜 정권에게 악마의 가면을 씌워놓고 마녀사냥을 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게다가 최고의 지성인이어야 할 의사들마저 의료민영화에 반대한다며 2만명씩이나 여의도 광장에 모여서 시위에 삭발까지 하는 상황은 황당하고 실망스럽습니다.
의사들이 화를 내는 것은 충분히 이해를 합니다. 건강보험공단이 의사들에게 강요하고 있는 의료수가는 말도 안되게 낮은 수준이니까요. 애견병원에서 강아지 치료하고 받는 돈보다 병원에서 사람 치료하고 받는 수가가 보다 더 싸다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 생명을 살리는 중환자실, 응급실은 쪼그라들고, 죽은 사람 모시는 장례식장은 번창하게 되었습니다.
사람 살리겠다며 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과를 전공했던 사람들은 적자를 견디다 못해 너도 나도 성형외과와 피부과로 간판을 바꿔달고 있습니다. 이러다간 외국에서 외과의사, 산부인과 의사들을 수입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동안은 그럭저럭 버텨왔던 대학병원들도 적자로 돌아서게 되었답니다. 언제 어떤 병원이 부도를 낼지 모르는 막다른 상황까지 오게 된 것은 수가규제 때문입니다.
의사들이 투쟁해야 할 대상은 바로 그 수가규제입니다. 그것 때문에 어떤 문제가 생기고 앞으로 소비자들에게 어떤 엄청난 재난이 닥치게 될지 국민들에게 설명해야 합니다. 과잉진료 같은 치부를 드러내는 한이 있더라도 말입니다. 그런데 정작 문제의 근원인 저수가보다 민영화 투쟁을 벌이고 있으니 뜨악한 느낌이 들 수밖에요. 시민단체들과 청년들에게 민영화투쟁이 인기 있다고 의사들까지 편승해서 유령과의 투쟁을 벌이는 모양은 어떻게 봐도 우습습니다.
영리병원 반대 투쟁도 제목부터가 문제입니다. 반대 투쟁에 나선 의사들 자신이 모두 영리병원을 하고 있습니다. 의료봉사할 때가 아닌 다음에야 병원에서 하는 일은 다 돈 버는 일입니다. 그들이 반대하는 ‘영리병원’이라는 것과 차이가 있다면 투자한 사람이 공식적으로 투자수익을 배당받을 수 있는가의 차이 정도일 겁니다. 그러니까 영리병원 논쟁은 의사가 아닌 투자자에게 배당을 할 수 있게 허용할 것인지에 대한 논쟁인 셈입니다. 따라서 논쟁의 이름도 영리병원이 아니라 투자개방형 병원, 또는 배당가능 병원으로 바꿔야 합니다. 이미 영리행위를 하고 있는 의사들이 영리병원에 반대하는 것은 참 모양이 이상합니다.
그런데 독자님들이 이것은 꼭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이름을 뭘로 부르든 병원에 대한 투자의 개방은 소비자들에게...(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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