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님,새누리 압승 나라 망하지 않아!"
박원순 시장은 민주당 후보가 아니였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브레이크뉴스 / 2014/01/28 / 이재관 칼럼니스트)
문재인 의원이 한겨레와 인터뷰를 통해 새정치 신당의 창당에 대해 강하게 제동을 걸고 나섰다. 그의 인터뷰 전문을 살펴보면 일반 독자들의 눈으로 보기에는 아무 문제도 없어 보이지만, 한자 한자 곰씹어 보면 치밀하게 준비한 언어 사용이란 점이 묻어난다. 양측이 공조해서 박원순 시장을 만든 것이니 박원순을 재선되게 하는 것이 양당의 도리라고 하면서 새정치 신당에게 후보를 내지 말 것을 종용하고 있다.
하지만 그가 잊은 것이 있다. 먼저 박원순 시장은 결코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적이 없다는 점이다. 그는 안철수의 양보를 통해 시민 후보로 나서 민주당 후보와 맞서 단일화 경선을 통해 서울 시장이 되었다.
따라서 안철수가 양보한 서울시장 후보 자리는 민주당에게 양보한 것이 아니라 안철수를 지지해 준 서울 시민에게 양보한 셈이 된다. 박원순 시장이 당선된 후 살펴보니, 서울시의회가 전체의원 106명 가운데 민주당 소속이 79명(75%)으로 다수여서 시정을 운영하는데 민주당의 협조가 절실하다고 판단하여 민주당에 입당했지만, 현재의 서울시장 자리는 결코 민주당이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
그보다는 오히려 안철수 의원이 훨씬 더 강하게 자신의 지분을 주장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겠지만, 새정치를 표방하는 안 의원이 그런 표현을 할 리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원순 시장은 자기가 마치 민주당 소속으로 서울시장에 당선된 것처럼 처신하면서, 민주당을 탈당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안철수가 새정치 신당을 창당하지 않는다면 모를까, 그가 신당을 창당하는 순간, 박 시장이 민주당적을 흔쾌히 버리고 안철수를 지원하는 게 보은하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박 시장이 민주당적을 고집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삼국지를 보면 관우는 유비 보다 나이가 더 많음에도 불구하고, 유비가 한실종친이고, 그 사람됨이 존경스러워 그를 형으로 모셨다. 조조에게 사로잡힌 후 조조가 그를 귀히 여겨 갖은 호사를 누리게 해주었으나, 조조를 역적으로 생각하는 그는 결국 갖은 고난을 무릅쓰고 유비를 찾아 나선다.
박 시장이 안철수에게 받은 은혜를 보답하지 않고, 그와 적이 되는 길을 택한다면 민주당 후보가 아니라, 안철수가 양보한 서울시민의 후보였던 그에게는 인생일대의 실수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진 빚을 갚지 않고, 나는 민주당 후보라고 계속 주장한다면, 이제 까지 그가 쌓아온 업적과 선행이 오직 그 자신의 입신양명을 위한 것이었다고 비난을 받는다 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박원순이 민주당적을 유지하겠다는 것은 문재인 편에 서겠다는 선언과 다름 없다. 주지하다 시피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은 소위 ‘장형’론을 들먹이면서 안철수를 압박했다. 장형이라면 마땅히 가정을 이끄는 자세에서 동생을 사랑하고, 보살펴야 마땅하거늘, 동생이 가진 것을 자칭 장형 논리를 내세워 빼앗아 간 셈이 되었으니, 이를 어찌 놀부 심보라 하지 않겠는가?
안철수와 문재인이 얼굴을 붉히면서 삿대질해 가면서 싸운 적은 없었지만, 그 둘은 진짜 칼날을 마주 대고 싸운 사이다. 그러던 가운데,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려고 안철수가 결정적 순간에 차마 칼을 내리치지 못하고 거두어들였으며, 상대로 싸웠던 적을 위해 대신 싸워 주기 까지 했다.
같은 당에서 경선하던 손학규, 김두관 등이 문재인을 위해 선거운동을 거의 하지 않았던 데 비해 안철수의 행동은 참으로 감동스러운 데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재인은 아직까지 고맙다는 표시조차 제대로 하지 않으면서, 막무가내 식으로 계속 양보만을 강요하고 있다.
우리는 여기서 안철수 현상이 왜 나타났으며, 새정치 신당이 왜 출범했는지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2011 총선은 민주당 필승 구도였다. 그 구도를 망친 세력이 소위 친노라 불리는 민주당 내의 패거리 세력이다. 그들은 자기들만이 대한민국의 선민이라도 되는 듯이, 자기들만이 정의이고, 자기들만이 개혁세력이라는 망상을 한 채, 수많은 지역구에서 갖은 편법을 동원해서 득표능력이 훨씬 더 뛰어난 후보를 쳐내고 그 자리에 패거리들을 공천했다. 그들의 만행을 통분해하면서 필자에게 하소연하던 동지들의 눈망울이 지금도 눈앞에 선연하다.
그 4.11 총선패배 실태를 보면서 분노한 안철수가 결국 국민의 부름에 응하는 출사표를 던지기로 결심한 것을 여러분은 이미 잘 알 것이다. 패거리 세력의 만행이 이미 존재했고, 그 주역들이 엄연히 민주당에 버티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또, SNS에서 그 패거리 세력의 추종자들이 일베충 같은 수준의 막말을 해대면서 진보진영의 얼굴에 오물을 쏟아 붓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문재인은 친노란 없다고 거짓말을 하고 있다.
친노가 없는 것이 아니라, 대인 노무현의 정신을 계승하려는 진짜 친노들은 이미 패거리 정치로 오염된 민주당을 떠나, 정의당, 통진당, 새정치 신당 등에 자리하고 있다. 안철수 스스로가 친노이며, 그의 참모들 중에도 친노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그들은 패거리 정치를 하는 게 아니라, 노무현의 진정한 정신, <동서 지역통합을 통한 국민 대통합과 남북 평화통일>을 위해 모두가 동지가 되어 한 마음, 한 뜻으로 헌신하고 있다. 노무현의 위대함은 그 정신에 있지 그가 속했던 집단에 있지는 않다.
바로 그 때문에 영화 <변호인>이 천만 관중을 넘어, 천오백만 관중을 향해 가고 있지만 민주당에 대한, 그리고 문재인에 대한 지지율은 그대로이다. 국민은 이미 알고 있다. 민주당의 패거리 정치인들이 노무현의 정신을 팔아 사리사욕을 챙기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바로 그 때문에 국민은 민주당을 대체할 새로운 정당의 탄생을 바라는 것이며, 새정치 신당은 오랜 유교적 정서에 동화되어 있는 우리 국민 정서에 가장 부합되는 <합리적 보수와 성찰적 진보>를 아우르는 신당을 창당하려는 것이다.
남북 분단 상황을 고려하여 안보를 중시하고, 양극화가 낳은 폐해를 근절하고자 경제에는 경제 민주화와 복지국가 건설을 지향하며, 보다 완성된 민주주의를 위해 집회와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등, 지나친 공권력의 사용을 반대하고 있다. 바로 이 점들이 새정치 신당이 추구하는 목표이며, 이 목표에 입각해서 신당의 정강 정책은 제시될 것이다.
문재인은 “표의 몇%만 잠식돼도 서울 시장 자리가 어렵지 않나?”라고 말하면서 3자 대결에서 가장 당선 가능성이 높은 서울 시장 자리의 양보는 물론이고, 비교적 당선가능성이 떨어지는 충남, 충북, 강원, 인천, 부산, 경남, 대구, 경북에도 신당이 후보를 내선 안 된다는 암묵적인 주장을 펴고 있다. 그럼 어디에서 후보를 내야 하나? 일본에서 내야 하나, 중국에서 내야 하나?
그가 간과하고 있는 사실이 하나 있다. 국민이 새로운 정당을 요구하는 것은 민주당 가지고는 정권교체가 어렵다는 판단을 하였기 때문이란 점 말이다.
새로운 대체 정당을 요구하는 국민의 목소리에 부응하는 길은 하나 밖에 없다. 선거가 행해지는 대한민국 모든 선거구에 신당이 후보를 공천해 줘야 새로운 대체정당의 출현을 바라는 국민여망에 부응하는 길이다. 그리고 나서 서로 경쟁하는 것이다. 어느 후보가 더 도덕적으로 훌륭한지, 어느 후보가 더 주민들을 위한 봉사를 더 할 것 같은 후보인지를 주민들에게 물어 보아야 한다. 그런 후에 주민의 선택에 따라, 혹은 후보자들 간의 합의에 의해 상대적으로 당선 가능성이 낮은 후보가 양보해 주면 감사할 따름이고, 설령 양보를 해주지 않아 새누리당 후보가 어부지리를 얻는다 해도, 어쩔 수가 없다.
유시민 신 버전으로 말하자면, <새누리당이 지방선거에서 압승한다고 해서 나라가 망하지는 않는다.> 이건 사실이다. 정권이 넘어 가는 것도 아니고, 법을 제정하는 국회가 넘어가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새누리당이 지방선거에서 압승하는 상황이 온다면 야권 지지자들의 투쟁동력은 더욱더 상실될 것이며, 그 반작용으로 신당과 민주당에 대한 비난이 쏟아질 것이다. 그 비난이 어느 쪽으로 더 향할 것인지는 어느 당이 더 국민의 지지를 받았는가가 중요할 것인데, 신당지지율의 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 민주당이 비난받을 가능성이 더 있다고 본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진검 승부를 벌여야 하는 상황에서 안철수 의원이 김한길 대표의 대화 제의에 흔쾌히 응했다는 점은 안철수 의원이 김한길 대표의 체면을 살려 준 감이 있다. 두 분이 비밀리에 나눈 내용을 알 길이 없다. 그러나 그 내용을 유추해 보면 간단하다.
“양당은 새누리당에 맞서는 정당임을 확인한다. 양당은 장차 새누리당에 맞서야 하는 입장에서 상대의 존재를 존중하기로 한다. 양당은 양당의 존재를 인정하는 입장에서 상대당의 정치행위에 대해 존중하며, 선의의 경쟁을 하되 현격한 지지율 격차가 있는 지역이나, 일대일 구도가 필요한 지역에서는 상황을 봐가며 논의하기로 한다.”
새정치 신당은 창당하는 입장이다. 창당하는 마당에 존립 기반을 만들기 위해 총력을 다할 수밖에 없다. 그런 입장에 있는 새정치 신당이 창당도 하기 전에 민주당과의 공조를 이야기할 수는 없다. 상기한 내용은 필자의 상상에 의한 것이기도 하고, 또 희망 사항이기도 하다. 제발 그랬으면 좋겠다.
문재인 후보가, “시민과 함께 하지 못하는 게 가장 큰 민주당의 문제다”라고 지적했는데, 이 말도 모순된 말이다. 당이란 것은 같은 목표를 가진 시민들의 모임이다. 그중 적극적인 분들은 당원으로 가입하기도 한다. 그렇게 보면 같은 목표를 가진 모든 시민들은 잠재적인 당원들이며 그들과 함께 하지 못한다는 것은 이미 당으로서 자격을 상실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당이 진정 살아 있는 당이 되려면 깨어있는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있어야만 한다. 민주당이 아무리 기를 쓰고 시민들과 함께 하고 싶어도 시민들이 싫어하는데 어찌 함께할 수가 있겠는가?
그에 반해, 깨어있는 시민의 자발적 참여를 위해 청년 위원회를 만들고, 스스로 위원장이 되어 시민 속으로 들어가고자 하는 안철수의 행동은 결기가 있어 보이지 않는가? 새정치 신당에서 50대 이상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를 위한 모색도 당연히 있을 것이라 생각하며 그 발표를 주목하고 있는 중이다.
사실 이런 글은 민주당 당원으로서는 써서는 안 되는 글이다. 지난 지방선거, 총선, 대선 과정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추악한 사례들을 직접 보거나 전해 들으면서, 필자의 마음은 이미 민주당 지지를 접었다. 민주당이 좋아서라기보다는 내가 지지하는 분이 민주당 소속이라서 입당했었다. 민주당 전국 대의원이면서, 몇 차례 당직 제안을 고사했던 핵심 민주당원에 속하는 나는 오늘 날짜로 민주당에 탈당신고서를 냈다. 이런 글을 민주당원으로서 쓸 수 없기 때문이며, 신당창당에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기 위해서이다.
그 동안 정들었던 당을 떠나면서 쓰는 글이니, 민주당 동지들의 판단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라며, 민주당을 떠나는 나의 선택이 옳은 선택이었다고 회고하게 되기를 또한 바란다. 야권의 분열은 국민으로 하여금 대안정당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만든 민주당이 자초한 것이다. 선민의식에 찌든 패거리 정치는 이제 끝장을 내자!(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