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조시대였던 조선시대도, 비록 유교적 사상기틀이 국가기반이었기 때문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왕이 국가를 다스리던 시대에도 왕은 백성을 생각하고 그들을
위한 정치를 하는 자라고 스스로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폭군이나 암군, 신하들에게 시달려 왕권이 약했던 시기의 왕을 제외 하곤 수많은
왕들이 언제나 선정을 펼치고자 했지요. 그 중 최고가 있다면 당연 세종대왕을 뽑
을 수 있을 것인데, 그분께선 관료가 고생해야 백성이 평안하다는 생각을 하며 실
제로 많은 신하들을 괴롭히는 수준으로 일을 시켰다고 합니다. 능력있는 신하는
은퇴를 기각하고 심지어 법을 바꿔가면서 까지 일을 시킬 정도였으니.
그런 세종대왕님은 역시 애민사상으로 유명하여, 수많은 업적을 남기셨는데, 훈민
정음이라고 한다면 백성을 생각하며 만든, 당연 최고로 뽑히는 물건이라 할 수 있
습니다.
유교적 통치에서, 백성과 민의는 번잡하고 여러 목소리로 나뉘어 있다만 그것이 지
난한 천의를 내비치는 것이었기 때문에 주의하여 귀기울여야 하는 것이었습니다.
어느 국가 어느 시대에서나 마찬가지이긴 하다만, 조선에서도 또한 임금과 관료계
층은 항상 백성 의 기근이나 흉년에 대해 끝없이 염려하고 잘못된 행정에 대한 시
정책이 올라오며 학정을 감지해내고 무능한 자에 대한 비판과 탄핵을 끝없이 올리
는 논의가 집중적으로 이어졌습니다.
흉년이 들었을 땐 국가의 곶간을 열어 백성에게 구휼하며, 임금이 스스로 굶는 백성
이 지천에 있는데 어찌 임금된 자가 배불리 먹을 수 있냐며 스스로 밥상의 첩(반찬)
을 줄이기까지 했습니다.
더욱이 상소라는 것도 남녀노소, 심지어 천민신분인 노비까지도 쓸 수 있는 것으로,
이는 임금에게 올라가는 것입니다. 노비의 상소가 임금에게 까지 올라가는 시스템
을 구축하고 있었지요. 훈민정음의 등장 필요성의 근거 중 하나가 어려운 중국의 글
자보다 쉬운 우리의 글자를 만들어 남녀노소 어른과 아이 할 것 없이 배우고 읽고 쓸
수 있게 하는 것이었고, 실제로 한글 상소가 허용되었지요. 이런 것은 상소가 많으
면 많을 수록 스스로의 업무를 과중하게 하는 일이었는데, 그것을 그렇게 만든 것이
바로 임금 그 자신이었습니다.
이렇게 왕조시대의 국왕도 민생을 생각하고 민의를 걱정하며 선정을 펼치기 위해 수많
은 관료들과 항상 고민하며 공부하고 집중적으로 논의할 터인데, 어찌 현대의 대통령이
과거보다 더 많은 국민들과 더 복잡해진 시스템의 국가를 이끌면서 그들의 목소리를 무
시하고 문제가 있는 시스템을 고치려들지 않으며 오히려 악용할 수가 있는지 정말 모르
겠습니다.
민주주의 국가입니다. 민주주의가 헌법에 나오고 그것이 헌법의 정신입니다. 민주주의
를 이루는 수많은 사상과 이념은 역시 헌법을 기초하고 있고 사회의 근간을 이루고 있
습니다. 그렇지만, 그 국가의 대표라 할 수 있고 국민의 손으로 올려주었음에도 불구하
고 그 국민들을 기만하고 뒤통수치며 삶을 더욱 힘겹게 하는, 그리고 같은 편 챙겨주는
행태를 벌이는 것은, 당연 왕조시대의 그것보다 못하다고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박근혜를 비꼬기 위해서 여왕이니 공주이니 하는 표현을 쓰지만, 실제로는 조선시대 왕
보다 못하는 정치를 펼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생각하며, 그런 면에서 왕조시대의 왕
보다 못한 민주주의 국가, 현대의 대통령이라는 말을 듣는 것은 창피한 것이라 여겨야 합
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