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 / 이형곤
상처도 함께 태울 수만 있다면
눈물로도 아물지 않을
부질없는 것들
만날 때 눈이 멀어
이별을 모르고
먼 길 손잡고 걸어왔다 해도
다시는 그대와
돌아갈 길은 보이지 않구나
초연히 적멸 속으로
사라지는 그대를 바라보며
미어지는 가슴에서
무슨 말을 꺼내
떠나는 그대를 전송할까
시간이 지나면
아픔도 차츰 헐거워진다는 말이
더 슬프다.
영락공원에서 / 이형곤
죽음이란
육신을 벗는 일이다
생의 모서리에 만신창이가 된
누더기를 벗는 일이다
홍시도 떨어지고
청시도 떨어지는 인생사에
냉랭한 측은지심이야 없겠나 만
어디에도 호상은 없는 법
죽지 못해 살아도 죽고
죽지 않으려고 애써도 죽는데
굳이 죽으려고, 살려고
아등바등하지 말자
청엽도 태우고
홍엽도 태우는 화장장엔
두 번 죽는 단골도 없거니와
바겐세일도 없다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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