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지칼럼(20260529) 강춘근 목사(한국성결교회) <기독교대한성결교회 120년차 총회 ‘유신진화론’ 이단 결의 유감과 수습 방안>
작성자길동무작성시간26.06.08조회수27 목록 댓글 0평지칼럼(20260529) 강춘근 목사(한국성결교회)
<기독교대한성결교회 120년차 총회 ‘유신진화론’ 이단 결의 유감과 수습 방안>
어제 기독교대한성결교회 120년차 총회에서 ‘유신진화론’을 이단으로 규정한 결의는 교단 안팎에 적지 않은 충격과 논쟁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안은 단순한 신학적 견해 차이를 넘어, 교단이 신앙의 본질과 학문적 다양성을 어떻게 이해하고 조율하는지를 보여주는 중요 사건이다. 필자는 이번 결의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하며, 교단 헌법과 목회적 책임의 관점에서 보다 신중한 재검토와 수습이 필요하다고 본다.
무엇보다 이번 결의는 교단 헌법이 지향하는 신학적 정신과 절차적 정당성의 측면에서 재고의 여지가 있다. 기독교대한성결교회 헌법은 성서의 권위를 최우선으로 하되, 웨슬리안 전통에 따라 성서·전통·이성·경험의 조화를 중시하는 신학적 유산 위에 서 있다. 이는 특정 해석만을 절대화하기보다 다양한 이해 가능성을 열어두는 구조이다. 또한 헌법적 정신은 교리 판단에 있어 신중한 연구와 공적 합의를 강조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이단’ 규정은 충분한 공론화 과정과 신학적 합의 절차 없이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절차적 아쉬움을 남긴다.
유신진화론에 대한 이해 역시 보다 정밀할 필요가 있다. 유신진화론은 진화를 신앙의 대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과학적 설명으로서의 진화를 하나의 방법론으로 인정하면서 그 과정 속에서도 하나님의 창조 주권을 고백하려는 신학적 시도이다. 즉, 이는 무신론적 진화론과 구별되며, 창조 신앙을 포기하는 입장이 아니다. 오히려 현대 과학의 성과를 신앙 안에서 해석하려는 노력이라는 점에서 신학적 탐구의 한 형태로 이해될 수 있다.
목회적 측면에서 이 문제는 더욱 신중하게 접근되어야 한다. 오늘날 성도들, 특히 청년 세대는 학교 교육과 사회적 환경 속에서 진화론을 자연스럽게 접하고 있다. 이들에게 진화론과 창조론은 단순한 이론의 문제가 아니라 신앙과 지식의 통합이라는 실제적인 고민이다. 이때 교회가 취해야 할 태도는 단순한 부정이나 금지가 아니라, 명확하고 균형 잡힌 설명이다.
목회적으로 창조론은 “하나님이 만물을 창조하셨다”는 신앙의 고백이며, 인간 존재의 목적과 가치에 대한 선언이다. 반면 진화론은 생명의 다양성과 변화를 설명하려는 과학적 이론이다. 이 둘은 서로 경쟁하는 동일한 범주의 명제가 아니라, 서로 다른 질문에 답하는 영역이다. 창조론은 ‘왜 존재하는가’라는 궁극적 질문에 답하고, 진화론은 ‘어떻게 변화해 왔는가’라는 과정의 질문에 답한다. 이러한 구분을 명확히 해줄 때, 성도들은 신앙과 과학 사이에서 불필요한 갈등을 겪지 않게 된다.
따라서 목회 현장에서는 다음과 같은 균형 잡힌 접근이 필요하다. 첫째, 창조 신앙의 본질을 분명히 가르치되, 그것이 특정 과학 이론과 동일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둘째, 과학 이론의 한계를 설명하면서도 이를 적대시하지 않고 비판적으로 이해하도록 도와야 한다. 셋째, 다양한 신학적 해석 가능성을 소개함으로써 성도들이 성숙한 신앙적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인도해야 한다.
선교적 관점에서도 이번 결의는 재고가 필요하다. 현대 사회는 과학적 사고를 기반으로 움직이고 있으며, 교회는 이러한 시대 속에서 복음을 전해야 한다. 만약 교회가 과학을 전면적으로 부정하거나 배척하는 태도를 보인다면, 이는 복음의 신뢰성을 약화시키고 세상과의 소통을 단절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결국 이는 교회의 선교적 사명을 위축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할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교단이 취해야 할 수습 방안을 제기하고자 한다. 첫째, 이번 이단 결의에 대한 재검토를 위한 공식적인 신학위원회 또는 공청회를 구성해야 한다. 둘째, 교단 헌법에 근거한 교리 판단 기준을 보다 명확히 정립하여 향후 유사한 논쟁에서 일관성과 공정성을 확보해야 한다. 셋째, 신학교와 교회 현장에서 신학과 과학의 관계를 다루는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넷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죄보다 대화를 우선하는 교단 문화의 회복이다.
따라서 이번 ‘유신진화론’ 이단 결의는 교단이 신학적 성숙과 공동체적 지혜를 어떻게 발휘할 것인가를 묻는 사건이다. 교회는 진리를 지키는 공동체이면서 동시에 진리를 탐구하는 공동체이다. 그러므로 성급한 단정보다는 깊은 성찰과 열린 대화가 필요하다. 교단 헌법이 지향하는 균형과 조화를 회복하고, 목회적 책임 속에서 성도들을 바르게 인도할 때, 우리는 갈등을 넘어 더 성숙한 신앙 공동체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